인정바닥, 표준바닥… 복잡한 두 기준에 매몰된 소음 [층간소음 미제➃]

김정덕 기자 2026. 6. 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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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월간탐구생활
층간소음 공포와 미제 4편
성능 기준 마련 후 성능은 외면
인증 의무 없는 표준바닥구조
결국 성능 따지던 시장 사라져 
구조보다 중요한 건 정밀 시공

# 더스쿠프는 '층간소음 미제와 공포 3편'에서 국토교통부의 이상한 행태를 꼬집었다. 20여년 전 연구용역 보고서는 '바닥(슬래브) 두께를 늘려도 중량충격음을 줄일 수 없다'고 했고, 규제개혁위원회에선 '성능을 기준으로 한 성능인정제'를 권고했는데도 바닥 두께를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둔 '표준바닥구조'에만 집착했다는 점이다.

#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다른 선택지가 없었느냐는 거다. 아쉽게도 층간소음을 줄이는 더 좋은 방법들이 있었다.

☞ 월간탐구생활_층간소음 공포와 未濟
1편 층간소음은 왜 사라지지 않는 소음 됐나
2편 소음인데 소음 아니란 '층간소음' 기준들
3편 층간소음 못 막는 제도 누가 만들었나
4편 복잡한 두 기준에 매몰된 층간소음

국토부가 표준바닥구조의 문제점을 알고도 도입한 게 아닌지 의문이다.[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숱하게 내놓은 층간소음 저감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토부가 스스로 도입한 이상한 성능인정제(사전인정제)와 표준바닥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더스쿠프가 '층간소음 미제와 공포 3편'에서 꼬집은 핵심 내용이다. 성능인정제와 표준바닥구조가 중요한 의제인 만큼 한번 더 쉽게 풀어보자.

■ 이상한 국토부① 바닥충격음 수치 = 정부는 2003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데시벨(㏈)로 구체화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기준을 만들었다. 경량충격음(가볍고 딱딱한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과 중량충격음(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의 정의가 생긴 것도 이때다. 당시 규정은 경량충격음 58㏈ 이하, 중량충격음 50㏈ 이하였다. 현재는 둘 다 '49㏈ 이하'다.

이렇게 바닥충격음의 수치를 관련 규정에 명시한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바닥충격음의 성능'을 시험하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공동주택은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문제는 그 기준이 적절했느냐다. 2003년 규제개혁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국토부(당시 건교부ㆍ이하 국토부로 통일) 측이 내놓은 입장을 보자. "(경량충격음 58㏈ 이하, 중량충격음 50㏈ 이하는) 현행 기술 수준과 비용 등을 감안한 최소기준이다. 중량충격음은 기술적ㆍ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현행 구조(벽식구조)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산정했다."

국토부가 '최소기준'이라고 단언한 데는 이유가 있다. 층간소음 문제가 대두되던 시기에 존재하던 벽식구조 아파트에서 바닥충격음(당시 뱅머신 사용)을 측정하고, 그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참고: 이 말은 당시 바닥 두께가 135㎜이지만, 현재 기준보다 더 뛰어난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가진 아파트가 존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은 바닥충격음 측정을 뱅머신(1m 높이에서 7.3㎏ 타이어 낙하)보다 훨씬 약한 임팩트볼(1m 높이에서 2.5㎏ 고무공 낙하)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23년 전의 최소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상한 국토부② 표준바닥구조의 예외 = 이런 절차로 기준을 만든 국토부는 2005년 '성능인정제'를 도입했다. 시험실에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인정받은 바닥구조(인정바닥구조)만 공동아파트 현장에 시공하도록 의무화한 거다.

그런데 국토부는 '표준바닥구조'란 예외 규정을 하나 만들었다. 바닥 두께 210㎜(당시 기준 135㎜)를 충족하고, 특정한 완충재와 마감재를 사용한 슬래브(바닥)는 '성능인정'을 받지 않아도 현장에 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표준바닥구조 자체가 성능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시험도 필요 없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시공사 입장에선 비용이 더 들긴 했지만 성능인정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더구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선 분양가를 올려 '비용'을 충당하면 그만이었다.

■ 이상한 국토부③ 표준바닥구조 원초적 한계 = 그렇다면 성능인정제를 통과한 '인정바닥구조'로 지은 공동주택과 성능인정제를 받지 않은 '표준바닥구조'로 지은 공동주택은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기준을 만족했을까.

2019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성능인정제 도입 후 지은 191세대 중 59.7%인 114세대가 최소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인정바닥구조'와 '표준바닥구조' 모두 기준치를 밑돌았다.

인정바닥구조를 채택한 현장에선 품질시험성적서를 조작하거나 시험실에서 했던 대로 시공하지 않은 게 도마에 올랐다. 표준바닥구조를 채택한 현장에선 '구조'에만 집착해 성능 충족을 위한 '정확한 시공'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2003년 2월에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표준바닥구조는 부실시공 논란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고, 성능(인정바닥구조)과 구조(표준바닥구조)로 기준을 나누면 일관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그 지적이 현실이 된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취한 '그다음' 정책이다. 성능인정제의 한계가 드러나자 국토부는 '사후확인제(준공 직전에 실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측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성능인정제를 여전히 유지했고, '인정바닥구조'와 '표준바닥구조'도 그대로 뒀다. 공식적인 이유는 "사후확인제를 보완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었는데, 일부에선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건설사들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지적이 새어나왔다.

쉽게 말해 '인정바닥구조나 표준바닥구조로 했는데도 성능기준을 맞추지 못한 건 시공의 문제일 수 있으니 한번 더 재시공할 기회를 주자'는 논리가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실제로 사후확인제 도입 이후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기준에 미달한 현장은 있었지만, 준공 허가를 못 받았다는 소식은 단 한건도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상한 국토부④ 왜 시장에 맡기지 않았나 = 자!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과연 성능인정제 혹은 표준바닥구조 도입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두 제도를 도입한 20여년 전에도 대안은 적지 않았다.

1995년 5월 대우건설 건축기술부와 유일기술연구소가 발간한 '공동주택의 상하층간 층간소음 제어 시스템 개발에 관한 실질연구'라는 보고서를 보자. 이는 공동주택의 바닥 두께가 130㎜(벽식구조 기준)인 상황에서 바닥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완충재를 쓰느냐에 따라 층간소음(바닥충격음이 아닌 전반적인 층간소음) 차단성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한 결과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닥 두께의 변화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신 바닥과 천장, 그리고 벽에 쓰이는 완충재나 마감재를 어떻게 시공하느냐에 따라 층간소음 차단성능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보고서도 있다. 1998년 12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간한 '건축물의 바닥충격음 저감설계기법:공동주택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다. 이 역시 바닥충격음을 줄이는 건 완충재를 시공 방법, 배관 매립 방법, 바닥마감재 시공 방법, 출입문 시공 방법 등에 좌우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토부가 성능인정제를 도입하기 훨씬 이전에 나온 두 보고서가 말하는 건 명확하다. 첫째, 층간소음이든 바닥충격음이든 바닥 두께나 높이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표준바닥구조처럼 바닥 두께를 210㎜까지 올릴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둘째,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천장이나 벽, 배관, 출입문 등을 정밀하게 시공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거다.

이런 사실을 시공사들이 몰랐을까. 아니다. 더스쿠프가 입수한 2000년도의 한 아파트 시방서示方書를 보자.[※참고: 시방서란 설계도면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공사의 세부적인 자재 규격, 시공 방법, 품질 기준 등을 상세히 기록한 문서다.]

여기엔 '바닥차음재 시방서'가 별도로 존재했는데, '경량충격음 55㏈ 이하, 중량충격음 45㏈ 이하'의 성능을 받은 자재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시장에선 국토부 규정(당시 경량충격음 58㏈ 이하, 중량충격음 50㏈ 이하)보다도 더 까다로운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기준으로 잡아서 시공했다는 방증이다.

과거의 보고서들은 층간소음 해소 방안이 시공 방법에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구나 이 바닥차음재 시방서에는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맞추기 위한 시공 방법들을 그림과 함께 적시해놨다. '들뜨는 부위가 없게 밀착성을 확보할 것' '정밀시공이 중요' '공극(작은 구멍이나 빈틈)을 없앨 것' '연결 부위는 테이핑으로 마감할 것' 등 천장ㆍ벽면ㆍ바닥ㆍ문틀의 세심한 시공에 필요한 요구들이다.

이를 종합하면 정부가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정책만 잘 집행했으면 시장이 알아서 층간소음을 잡았을 거라는 얘기다. 단지 그걸 못해서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층간소음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층간소음 미제와 공포 5편'에서는 또다른 문제점을 몇가지 더 짚어보려 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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