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스피 9000…이젠 투자의 질이 달라진다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섰다. 과거 한국 증시의 고민은 분명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였다. 기업 경쟁력에 비해 시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질문도 단순했다. ‘왜 한국 증시는 오르지 못하는가.’
5년이 지난 지금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달라졌다. 코스피는 지난 19일 9052.42로 사상 첫 9000선을 돌파했다. 2024년 말 1963조원이던 시가총액은 7398조원으로 늘었고 외국인 지분율도 32.22%에서 41.04%로 높아졌다. 저평가를 걱정하던 시장은 이제 성장 이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를 두고 한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외국인 수급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미국 대표 한국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 MSCI 코리아(EWY)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규정에 따라 비중을 줄여야 한다. 즉, 외국인 순매도가 기업 전망 악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란 뜻이다. 너무 주가가 올라서 파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기업 가치보다 지수 편입 비중과 리밸런싱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게 패시브 자금의 특징이다. 이 기계적인 자금들은 그동안 한국 증시의 덩치를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사상 첫 9000선까지 돌파한 지금, 이 같은 수동적 양적 성장으론 한계가 있다.
패시브 자금과 달리 액티브 지금은 방식이 다르다. 지수를 추종하는 게 아니라 기업과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움직인다. 기업과 산업, 시장의 질적 도약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옴니버스 계좌 도입, 외환시장 개방 확대 등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과거 한국 증시의 고민은 ‘왜 오르지 못하느냐’였다. 이젠 다르다.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믿는 글로벌 자금이 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게 새로운 과제다. 특정 대형주가 주도하는 시장이 아닌, 시장 자체가 활력 넘치고 투자 매력이 큰 시장이 돼야 한다.
반도체와 방산, 원전, 전력 인프라, 인공지능(AI)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산업에 글로벌 자금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코스피 9000 이후 한국 자본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결국 여기에 있다.
‘코스피 9000’의 진짜 의미는 지수 자체에 있지 않다. 이제 어떤 자금으로 성장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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