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치매 진단보다 중요한 건 그 이후”…임상·돌봄·약물 한자리에 모인 실무 교육
행동심리증상 대응부터 약물 관리까지 진단 이후 과제 집중 조명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서울적십자병원이 공동 주최한 '치매 환자 통합 관리를 위한 임상·돌봄·약물 교육 프로그램'이 지난 19일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렸다.
이날 교육에는 치매안심센터 종사자를 중심으로 요양병원, 주야간보호센터, 재가복지기관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치매 환자를 직접 만나고 가족을 상담하는 현장 실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교육은 ▲치매의 이해와 임상적 진단 접근(박지은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치매의 행동심리증상과 비약물적 대응(정경순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간호사) ▲치매 약물치료 및 복합약물 관리(정지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약사) 순으로 진행됐다.
치매 관련 교육은 흔히 진단과 치료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이날 교육은 환자와 가족이 실제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행동심리증상, 돌봄 부담, 약물 관리 문제를 임상·돌봄·약물이라는 세 축으로 나눠 다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치매는 하루아침에 삶을 무너뜨리는 병이 아니다"
첫 강의에 나선 박지은 교수는 치매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예방과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많은 사람이 치매를 가장 두려운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치매 진단을 받는다고 해서 삶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병리와 치매 증상을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부모가 치매였더라도 예방 노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위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일수록 생활습관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들이 있다"며 운동과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디멘시아뉴스는 최근 코크란 리뷰 등을 통해 제기된 레카네맙의 임상 효과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만으로는 임상적 효과가 제한적이며 치매는 타우 병리와 신경염증, 혈관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레카네맙 처방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그 역할을 어떻게 보는지 질문했다.
박 교수는 레카네맙을 조기에 중재할 수 있는 치료 수단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미 저하된 인지기능이 크게 좋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중증도를 낮추고 현재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0세가 됐을 때 더 낮은 CDR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 치매 치료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문제행동이 아니라 구조 신호"…BPSD 원인 찾기 강조
참석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행동심리증상(BPSD)에 대한 정경순 간호사의 설명이었다. 정 간호사는 치매 환자의 이상행동은 나쁜 성격 때문이 아니라 혼란과 불안 속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환자가 공격적 행동을 하거나 망상, 배회, 거부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원래 성격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치매로 인해 혼란과 불안을 겪는 과정에서 보내는 SOS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간호사는 치매 단계에 따라 행동심리증상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우울과 불안, 무감동이 주로 나타나지만 중기로 진행하면 망상과 환각, 배회, 공격성, 거부 행동 등이 증가해 돌봄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중기 치매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도둑망상과 피해망상 사례를 소개하며 주보호자가 가장 먼저 의심과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 간호사는 치매 환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보다 그 이면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통증이나 배고픔, 외로움, 두려움 같은 불편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배회와 거부, 폭언, 공격성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간호사는 이를 '미충족 욕구(Unmet Needs)' 모델로 설명하며 "환자의 행동은 의사소통 수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정 간호사는 치매로 인해 시지각 기능이 저하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 자극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뒤에서 갑자기 접근하거나 큰 목소리로 재촉할 경우 환자가 공포를 느끼고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정 간호사는 행동 자체를 억제하려 하기보다 원인을 분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DICE 모델과 ABC 행동분석모델을 소개했다. DICE 모델은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록(Describe)하고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Investigate)한 뒤 중재(Create)하고 결과를 평가(Evaluate)하는 방법이다. ABC 행동분석모델은 행동(B) 이전의 선행요인(A)과 행동 이후 결과(C)를 함께 살펴 행동의 배경을 파악하는 접근법이다.
또 환자와 눈을 맞추고(Visual), 따뜻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대화하며(Vocal), 이해하기 쉬운 짧은 문장을 사용하는(Verbal) 이른바 V-V-V 원칙을 소개했다. 정 간호사는 "치매 환자는 상대방의 말보다 표정과 시선, 목소리 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 간호사는 행동심리증상 관리의 목표는 증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빈도와 강도를 줄여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환자의 행동을 바꾸려 하기보다 그 행동이 왜 나타났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비약물적 돌봄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치매약은 완치제가 아니라 유지 치료제"
마지막 강의에서 정지영 약사는 치매 약물치료에 대한 현실을 짚었다. 정 약사는 "치매가 낫지 않는데 약을 왜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치매 약물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기능을 유지하고 중증 단계에 머무는 기간을 줄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등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 메만틴의 작용 원리를 소개했다. 도네페질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사용 가능하고, 갈란타민과 리바스티그민은 주로 경증·중등도 치매에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메만틴은 중등도·중증 치매에서 사용되며 공격성이나 불안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약물 부작용 관리도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정 약사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 사용 시 오심, 구토, 식욕 저하, 설사,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고 불면증이나 악몽, 서맥으로 인한 낙상 위험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물 치료 초기 체중 감소가 심하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날 경우 처방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약 복용을 거부하거나 삼키기 어려운 환자를 위한 패치형 치매 치료제 활용도 소개했다. 리바스티그민 패치는 하루 한 번, 도네페질 패치는 주 2회 교체하는 방식이며, 환자가 스스로 떼어내는 경우 부착 위치를 조정하는 방법도 설명했다.
특히 고령 치매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복합약물 복용 문제도 강조했다. 정 약사는 감기약, 멀미약, 과민성 방광 치료제, 일부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 등 항콜린 작용이 있는 약물이 기억력 저하, 졸림, 낙상, 입마름, 변비, 배뇨 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행동심리증상 조절을 위해 항정신병 약물이나 안정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비약물적 대응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환자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가할 위험이 있을 때 최소 용량·최소 기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정 약사는 치매 환자 약물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약을 계속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와 부작용을 살피며 필요한 약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물 부작용이 치매 증상 악화처럼 보일 수 있는 만큼 정기적인 약물 점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교육은 치매의 임상적 이해와 행동심리증상 대응, 약물 관리까지 진단 이후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과제를 다뤘다. 치매안심센터와 요양시설, 재가복지기관 종사자들은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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