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없는 AI 혁신…기업은행 직원이 만든 에이전트, 은행권 확산할까
253개 팀·731명 참여…외화송금·여신심사·생산적금융 과제 발굴
우수 AI Agent 업무 적용 검토…보안·데이터·시스템 연계 관건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IBK기업은행이 현업 직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구현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실제 업무 혁신으로 연결하는 실험에 나섰다. 외화송금 서류 점검, 생산적금융 지원 대상 발굴, 데이터 기반 여신심사 등 중소기업 금융 현장과 맞닿은 과제를 직원들이 직접 찾아 AI로 해결 방안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은행권의 AI 경쟁이 고객 상담용 챗봇이나 본점 주도 시스템 구축을 넘어 현업 직원의 업무 개선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직원들이 직접 기획·구현한 AI Agent 가운데 우수 사례를 선발하고 이를 실제 업무 혁신으로 연결하기 위한 'AI Day'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전 직원 참여형 AI 혁신 프로그램인 'IBK AI 붐업 페스타(Boom-Up Festa)'의 마무리 행사로 열렸다.
행사에서는 AI Agent 경진대회 결선에 오른 6개 팀이 자신들이 만든 에이전트를 발표하고 시연했다. 경진대회에는 총 253개 팀, 731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외화송금 서류점검, 생산적금융 지원 대상 발굴, 데이터 기반 여신심사 등 실제 중소기업 지원 업무와 밀접한 과제를 주제로 AI Agent를 기획했다. 이후 서류심사와 전문가 평가, 현장 평가를 거쳐 최종 순위가 결정됐다.
이번 시도의 핵심은 AI 활용의 주체가 디지털·전산 부서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고객과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현업 직원으로 넓어졌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현업 부서가 필요한 기능을 정리해 전산부서에 개발을 요청하고 시스템 구축 이후 업무에 적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현업 직원이 반복 업무와 불편 사항을 직접 찾아 AI Agent로 해결 방안을 구현하면 현장의 수요를 더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을 전담하는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AI Agent 활용 분야도 단순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을 넘어 기업 지원 업무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외화송금 서류 점검은 무역금융과 외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생산적금융 지원 대상 발굴과 데이터 기반 여신심사는 중소기업·혁신기업 지원 과정에서 참고 도구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다만 기업은행은 우수 AI Agent를 곧바로 전면 적용하기보다 실제 업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 뒤 보안, 데이터, 시스템 연계 등을 고려해 후속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회사가 고객정보와 기업 신용정보, 거래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AI가 참조할 수 있는 정보 범위와 데이터 접근 권한, 결과 검증 절차 등을 함께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결과를 실제 업무에 활용할 때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도 과제다. 특히 여신심사나 외환 거래, 금융소비자 보호처럼 고객의 거래 조건과 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서는 AI가 낸 결과를 직원이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업무 혁신의 속도만큼 결과의 정확성, 설명 가능성, 개인정보 보호와 내부통제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도 생성형 AI를 상담, 내부 보고서 작성, 규정 검색, 산업·기업 분석, 여신 관련 업무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을 포함한 KB금융은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인 'KB GenAI 포털'을 열고 직원들이 AI 에이전트를 개발·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KB금융은 금융상담, 프라이빗뱅커(PB), 기업고객금융 전문가(RM) 지원 등을 중심으로 향후 3년 안에 주요 17개 업무 영역에 90여개의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생성형 AI 기반 AI 은행원과 투자·금융지식 질의응답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자연어 기반 금융상담, 외국어 번역, 뉴스 요약과 시장 흐름 정보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생성형 AI 기반 'HAI 상담지원봇'을 개편해 상담 내용을 실시간으로 요약·자동 분류하고, 상담사의 후속 업무와 고객 사후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부 금융 데이터를 수집·연계·분석해 산업·기업 분석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생성형 AI 기반 '심층 리서치'를 도입했으며, 향후 여신심사·자산관리·내부통제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자체 AI 플랫폼 'NHAIS'를 통해 모든 직원이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에이전틱 AI 뱅크' 전환 방침을 내놨다. 적용 분야와 사업 단계에는 차이가 있지만 은행권의 AI 경쟁이 대고객 상담을 넘어 현업 직원의 업무지원과 내부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은 뚜렷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우수 AI Agent에 대해서는 실제 업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보안, 데이터, 시스템 연계 등을 고려한 후속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아이디어가 실제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AI가 일하는 방식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AI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이번 행보는 은행권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도입 단계를 넘어, 현업 직원이 업무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AI를 활용해 해결책을 만드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직원 제작 AI Agent가 일회성 경진대회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활용 범위와 오류 발생 여부, 업무 처리시간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업 직원이 직접 AI Agent를 기획하면 업무 과정에서 반복되는 불편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다만 금융회사에서는 고객정보와 신용정보를 다루는 만큼 현업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과 별개로 데이터 접근 권한, 결과 검증, 최종 책임 절차를 촘촘히 설계해야 실제 업무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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