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형님 기세에 놀랐다”… 3분만에 완주하는 日 ‘도쿄타워 수직 마라톤’ 가보니

지난 14일 오전 7시,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도쿄타워. 일본 전후(戰後) 부흥과 번영의 상징인 이 붉은 철골 구조물 아래로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1000여 명의 인파가 운동복 차림으로 집결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이들은 지상에서 높이 150m의 메인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야외 철제 계단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이내 7초 간격으로 우렁찬 호각 소리가 울려 퍼졌고, 참가자들은 거친 숨을 내쉬며 난간을 움켜쥔 채 계단을 박차고 오르기 시작했다.

도쿄타워 명물인 590개의 계단을 뛰어오르는 ‘제20회 도쿄타워 버티컬 런(수직 마라톤)’ 대회였다. 수직 마라톤은 생활 체육이 뿌리내린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형 스포츠’로, 그중에서도 도쿄타워 대회는 2014년부터 연 2회씩 정기적으로 열리며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뜨거운 열기를 대변하듯 현장에는 초등학생부터 백발의 80대 노인까지 5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이들을 응원하러 온 가족과 지인들까지 더해져 타워 일대는 축제장처럼 붐볐다. 명문 와세다대 동아리 단체복을 맞춰 입은 학생들, 유명 만화 ‘드래곤볼’의 무천도사 복장으로 시선을 끈 참가자 등 특색 있는 풍경도 연출됐다.
수직 마라톤의 가장 큰 특징은 평지가 아닌 중력을 거슬러 수직으로 상승한다는 것. 풀코스(42.195㎞)를 뛰는 일반 마라톤과 비교하면 완주 시간은 찰나에 가깝다. 도쿄타워 코스(일반 건물 약 50층 높이)의 경우 엘리트 선수는 2분대, 일반 참가자는 10분 안팎이면 결승선을 통과한다. 주최 측은 계단이라는 협소한 공간 특성상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참가자들의 평소 달리기 기록 등을 사전에 제출받아 추월이 최소화되도록 세밀하게 출발 순서를 배치한다.

도쿄타워 대회는 엘리트와 일반 선수의 구분이 없는 데다, 꽉 막힌 실내 비상계단을 오르는 타 수직 마라톤과는 달리 야외 철골 뼈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도쿄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높다. 완주 기록과 무관하게 비(非)입상자와 응원단 모두가 경품 추첨을 즐기는 등 현장에는 경쟁의 긴장감보다 즐기는 분위기가 풍겼다.
40대 남자부에서 2분47초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후지타씨는 체력 관리 비결을 묻자 “60대 선배들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이날 남성 참가자 412명 중 60대 이상 비율은 10%(39명)에 달했고, 60대 부문 우승자는 3분49초로 전체 77위였다.

해외에서 ‘원정’을 온 참가자도 이목을 끌었다. 이번 참가를 위해 한국에서 온 서주훈(33)씨는 “사진으로만 보던 건물을 직접 계단으로 올라보니 마치 높은 산을 정복한 것 같은 색다른 ‘러너스 하이’가 있다”고 했다. 4분 13초(전체 144위)로 완주한 그는 “한국에 롯데월드 타워나 63빌딩 대회도 있지만, 도쿄타워는 코스 부담이 적고 탁 트인 뷰 덕분에 진입 장벽이 훨씬 낮게 느껴진다”고 했다.
도쿄타워처럼 진입 장벽이 낮은 대회도 있지만, 수직 마라톤은 엄연히 종목 연맹과 공식 기록을 갖춘 ‘엘리트 스포츠’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타워러닝 세계 연맹(TWA)’이 매년 전 세계 마천루에서 40여 개의 투어 대회를 연다. 지난달 기준 국가 랭킹 1위인 일본에는 외식 기업 ‘오노데라 그룹’ 등 전문 선수를 후원하는 실업팀도 존재한다. 이날 대회엔 세계 챔피언 소 와이칭(30·말레이시아)이 출전해 남자 전체 우승(2분21초)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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