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 고속도로’ 잡았다…가온전선, 美 빅테크 수주 잭팟

박정일 2026. 6. 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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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회사 LSCUS, 구글·메타·아마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잇단 수주
전선업체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 전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확산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버스덕트(대용량 전력배전시스템)’가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을 공급하는 버스덕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가온전선의 미국 자회사 LSCUS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주요 AI 데이터센터에 버스덕트를 공급해 온 데 이어 최근에는 추가 대형 프로젝트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덕트는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배전 설비다. 여러 가닥의 전선을 묶어 사용하는 기존 케이블 방식과 달리 금속 외함 내부에 구리 또는 알루미늄 도체를 수납해 대전류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을 책임지는 ‘전력 고속도로’로 부른다.

최근 AI 데이터센터는 수천~수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동시에 운용하면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건설 중인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 기준 수백 메가와트(㎿)에서 1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확보가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분배 설비인 버스덕트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버스덕트 시장 규모가 2025년 53억달러에서 2032년 9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버스덕트 시장은 일반 전선 시장과 고객군이 다르다. 전력회사나 건설사가 주요 고객인 전선 시장과 달리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반도체 기업, 전기설계 업체, 글로벌 설비 기업 등이 핵심 수요처다. 데이터센터 특성상 전력 공급 장애가 곧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보다 신뢰성과 공급 실적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수익성도 기존 전선 사업과 차별화된다. 범용 전선은 원재료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제한적이지만, 버스덕트는 설계와 엔지니어링 역량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은 지멘스, ABB, 슈나이더일렉트릭, 이튼 등 전력기기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설계 역량과 시공 경험, 운영 실적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LSCUS 또한 LS전선이 수십 년간 축적한 버스덕트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LS전선은 국내 버스덕트 시장 1위 기업으로 서울 롯데월드타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두바이 부르즈 알 아랍 등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실적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온전선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2조6000억원 수준이지만 LSCUS가 확보한 장기 공급계약 규모는 5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될 경우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가온전선은 전통적인 전선 제조업체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가온전선 미국 생산 법인 LSCUS 전경. 가온전선 제공


박정일 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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