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불광천서 물고기 수백 마리 떼죽음…은평구 “공사장서 오수 유입”

지난 21일 서울 불광천에서 잉어 등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채로 발견됐다. 은평구청은 당초 강우로 인한 초기우수 유입을 원인으로 추정했으나, 이후 응암역 인근 대형 하수로(차집관로) 공사 현장 물막이판이 넘어지면서 오수가 불광천으로 흘러든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불광천 중하류에서는 잉어, 메기, 피라미 성체와 치어 최소 수백 마리가 바위나 물가 풀숲에 걸려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와산교 아래에는 붕어와 피라미가 물 위에 떠 있었고, 이보다 더 상류에 있는 돌다리 인근에는 커다란 잉어 다섯 마리가 죽은 채로 바위에 걸려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어떡하냐” “누가 폐수를 흘린 것 아니냐”고 웅성거렸다.
여울을 제외한 중하류에서는 물이 회색으로 탁했으며 물가에서는 썩은 듯한 악취가 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불광천이 탁해지고 폐사한 물고기가 떠오른 것은 지난 19일부터다. 김미경 서울하천네트워크 활동가는 “죽은 쥐도 발견됐고, 오리들은 물에 들어가지 않은 채 다 언덕바지로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은평구 측은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가 보수 중인 불광천 차집관로 공사 현장에서 호우로 물막이판이 넘어지면서 오수가 불광천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날 오전 긴급 조치를 마쳐 현재는 오수가 추가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차집관로는 생활 하수나 오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으로 흘려보내는 대형 하수관이다.
전날 은평구는 “지난 20일 구청 기후환경과 등이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용존산소 농도가 평소보다 매우 낮게 측정됐다”며 “비가 강하게 내리면서 초기우수가 유입되고 바닥에 깔려 있던 슬러지가 뒤집히며 가스가 많이 올라와 용존산소 부족으로 물고기들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초기우수란 비가 내리기 시작한 초기에 도로·지붕·하수관 등에 쌓여 있던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내려간 물을 말한다.
이전에도 불광천 중하류에서는 소나기가 온 날 물이 탁해지고 물고기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비가 계속 오면 물이 흐르면서 슬러지 등 폐수도 쓸려가지만 비가 오다 그치면 오수가 하천에 유입된 뒤 유지되면서 하천의 용존산소량이 줄어들 수 있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은평구에 내린 강수량은 64.5㎜로 관측됐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서울의 하천이 도시화한 이후 불광천뿐 아니라 홍제천, 안양천 등에서도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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