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로봇은 시시하다... 중국이 진짜 키우는 건 '일하는 로봇'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짝퉁'과 '탈취'만으로 중국의 첨단기술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인공지능(AI)·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중국에 새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29만5,000대였는데, 이는 전 세계 다른 나라의 로봇 설치 대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CNIP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국의 로봇 관련 유효 특허는 19만 건이었는데, 이는 전 세계 특허의 3분의 2 수준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선전 등 기술 전시회 3곳 둘러보니
댄스·격투보단... '돈 벌 수 있는' 로봇 관심
"中 로봇 시장, 매년 28%씩 성장할 것"
편집자주
'짝퉁'과 '탈취'만으로 중국의 첨단기술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인공지능(AI)·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국 혁신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한국이 무엇을 경계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위잉, 철컥, 쾅. 위잉, 철컥."
4월 20일 오후 중국 광둥성 선전시 푸톈구의 대표적 복합 쇼핑몰인 선예상청. 화웨이와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 유명 가전제품 업체들의 매장이 즐비한 가운데, 한쪽에서 이질적인 기계 구동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음의 출처는 선전시 소재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인 '엔진AI'의 플래그십 스토어였다. 로봇은 점원의 조종에 따라 연속 펀치와 상단 발차기 등 격투 동작을 시연하고 앞 구르기까지 선보였다.
로봇이 땅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육중한 착지음이 울리며 존재감을 뽐냈지만 관심을 갖는 건 대부분 관광객들이고, 현지인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매장을 스쳐 지나갔다. 로봇이 주변에 너무 많아 '춤추고 쿵후하는 로봇'은 더 이상 관심거리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실용성'을 겨냥한 로봇의 경우엔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한국일보는 4월 16일과 22일 중국 광저우·선전 홍콩, 세 곳에서 열린 무역·기술 박람회에 참석했다. 홍콩(이노엑스)과 광저우(캔턴페어) 박람회는 로봇 전시 구역을 별도 공간으로 마련했고, 선전 박람회(페어 플러스)에선 주제를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로 한정했다. 실용적 로봇 기술에 대한 중국 사회의 지대한 관심이 주요 박람회 전시 공간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박람회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물류창고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투입돼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로봇들이었다. 바퀴가 달린 바구니 형태의 초소형 분류 로봇을 비롯한 물류 산업용 로봇, 잔디깎이나 고층 건물 유리 청소용 로봇, 공 모양의 경비 로봇 등 당장 활용 가능한 로봇 부스 앞에 인파가 몰렸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도처에 있었지만, 춤추고 격투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다소 어설프고 느리더라도 어떻게든 물건을 옮기는 등 '진짜 일'을 하는 로봇이 많았다. 현지 로봇업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중국 로봇업계에서 이제 미래 비전만으로는 생존하기는 극히 어렵다"며 "로봇의 실용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전했다.

중국 로봇, 이미 철저한 실용화 단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쿵후 로봇'에 가려 부각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로봇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중국에 새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29만5,000대였는데, 이는 전 세계 다른 나라의 로봇 설치 대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주목할 점은 중국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의 57%가 중국 내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CSIS는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전체 산업용 로봇 수요의 4분의 3을 수입했다"며 "이 같은 변화는 중국 로봇 제조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로봇 제조 산업의 확장세는 무서운 수준이다.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에 따르면, 중국 내 로봇 관련 기업은 지난해 말 100만 개를 돌파했다. 기술도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CNIP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국의 로봇 관련 유효 특허는 19만 건이었는데, 이는 전 세계 특허의 3분의 2 수준이다. CSIS는 2024년 47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에 달했던 중국 로봇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토종 로봇의 비약적 성장은 일찍부터 정부가 철저히 계획하고 밀어준 결과다. 중국 정부는 저출생 고령화와 젊은 세대의 공장 노동 기피로 구인난이 심화되고, 종국엔 국가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 2025' 구상을 통해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한 뒤 체계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3월 향후 20년간 인공지능 및 로봇 스타트업에 1,370억 달러(약 208조 원)를 투자하는 걸 목표로 새로운 정부 유도 기금을 발표했다. 정부가 일부 금액을 마중물 격으로 최초 투입하면 지방정부와 민간에서 추가 투자를 통해 펀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민관 모두 예견된 구인난 문제를 해결할 회심의 카드로 로봇을 점찍은 것이다.
'로봇의 미래' 휴머노이드도 온다

중국이 특히 힘을 주고 있는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 특정한 업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범용성 때문에 머지않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베이징, 광둥, 상하이 등 지방 정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중앙정부와 협력해 각 지역에 휴머노이드 로봇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연구자들과 민간업체들이 로봇의 성능 개선을 위해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로봇을 훈련시키는 걸 도우려는 목적이다.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이미 뜨겁다. 특히 본보가 찾은 기술 박람회장 곳곳에 널린 '반인반륜(半人半輪)' 로봇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선전시 박람회에 참가한 '사이보그 로보틱스' 관계자는 "효율성만 따지면 굳이 사람 모양일 필요가 없다"면서도 "미래 투자 수요가 분명하니 '하체는 실용(바퀴), 상체는 미래(휴머노이드)'로 타협한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레일형 로봇을 통한 물류 시스템 솔루션 제공 업체지만 박람회에선 반인반륜 로봇을 앞세운 '블루스워드' 관계자도 "인간형 로봇 매출은 전체의 5%도 안 되지만 미래지향 기술을 보여주고 투자를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밝은 미래 자신하는 중국

중국에서 만난 로봇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밝은 미래를 자신했다. 근거로는 중국 국내에 정착한 '압도적 로봇 생태계'를 꼽았다. 실제 선전시에는 로봇 관련 기업만 7만4,000개 이상 등록돼 있다. 선전시 박람회에는 액추에이터(구동 장치)를 비롯한 부품업체부터 완제품은 물론, 로봇 소프트웨어 특화업체(텐센트)까지 총 500개 업체가 참가해, 로봇 산업의 모든 것이 있다는 선전시 '로봇 밸리'의 생태계를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했다. 선전시는 2024년 산업용 로봇 13만3,900대와 서비스 로봇 711만2,900대가 선전에서 생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 선전시 룽강구에 개점한 세계 최초의 로봇 매장인 '6S 로봇 스토어'의 점장은 "로봇의 파격적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운동 제어 모델 업데이트 측면에서는 중국이 단연 세계 1위"라며 "지난해 대당 100만 위안(약 2억2,473만 원) 하던 로봇을 올해 30만 위안(약 6,742만 원)에 팔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완벽한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2026 차이나 리포트
-
① <1> 중국 과학굴기 해부: 인재 도둑은 없다
-
② <2> 중국 과학굴기 해부: 우리가 외면한 중국
-
③ <3> 중국 과학굴기 해부: 중국의 실리콘밸리
-
④ <4> 중국 과학굴기 해부: 마피아와 카피캣
-
⑤ <5> 중국 과학굴기 해부: 기술 포비아는 없다
-
⑥ <6> 중국 과학굴기 해부: 공산당의 뚝심
-
⑦ <7> 중국 과학굴기 해부: 어두운 한국 연구실
-
⑧ 한국일보 '차이나 리포트'를 읽고
-
⑨ <8> 중국 과학굴기 해부: 활기찬 중국 연구실
-
⑩ <9> 중국 과학굴기 해부: 실패할 자유
-
⑪ <10> 중국 과학굴기 해부: 더 나은 실패로
-
⑫ <11> 중국 과학굴기 해부: 대륙 밖으로
-
⑬ <12> 중국 과학굴기 해부: 그래서 한국은
광저우·선전=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홍콩=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년 만에 입 연 최순실 "그때 박근혜 부탁 거절했더라면"… '비선실세'의 회한-사회ㅣ한국일보
- "부엉이 바위" 말하며 키득거리는 중학생들… 교사만 웃지 못했다-사회ㅣ한국일보
- '김가네' 일군 김용만 회장의 추락, 성폭력 유죄 이어 수억 횡령-사회ㅣ한국일보
- '위고비 맞은 의사'의 경험담… "주사 끊으면 100% 요요, 평생 맞아야"-사회ㅣ한국일보
- '기강' 잡는 사이 지지율 꺾인 국힘… 3주만에 민주당에 재역전-정치ㅣ한국일보
- 김민석 공세에 '인파이터' 정청래도 침묵 깼다… 당대표 놓고 사생결단-정치ㅣ한국일보
- 이 대통령 출국, 장맛비 속 첫 실내 환송식-정치ㅣ한국일보
- LA 식당에도 '홍명보 출입금지' 안내문… "잘했다" vs "과한 조리돌림"-사회ㅣ한국일보
- "무섭노" 일베 규정한 조국에… 박지원 "외롭나? 사투리 갖고 왜 시끄럽게"-정치ㅣ한국일보
- '눈물의 사과' 후 광주제일고의 '선처 호소'... 배재고, 봉황대기 참가 길 열리나-사회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