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리고, 英 손잡고…드러난 ‘다카이치노믹스 2.0’ 청사진

노미진 일본 통신원 2026. 6.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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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정상화와 G7 경제안보 외교가 보여준 일본의 새 전략
중국 견제·공급망 재편·재정 확대…한국 경제 흔들 새 변수

(시사저널=노미진 일본 통신원)

6월16일 일본은행(BOJ)은 정책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끌어올렸다.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영국·이탈리아·프랑스 순방과 프랑스 에비앙에서 첫 G7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한쪽에서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총리가 '경제안보 동맹 외교'의 액셀을 밟았다.

이 묘한 동시성이야말로 지난 2월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재신임을 받은 다카이치 정권 2기, 이른바 '다카이치노믹스 2.0'의 자화상이다. 중국을 정면으로 견제하고, 영국·유럽과 손잡으며, 안으로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으로 경제 성장을 꾀한다. 다만 이 세 축이 서로를 떠받칠지, 발목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다카이치 정권과 베이징의 관계는 출발부터 얼어붙었다. 2025년 11월,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서 "대만 유사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언명했다. 미 국가정보장실(ODNI)조차 2026년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이를 "현직 총리로서 상당한 전환"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이 발언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담은 1972년 중·일 공동성명과 1978년 평화우호조약 위반으로 받아들였다. 외교적 철회 요구는 물론 자국민의 일본 여행 자제 권고, 일본산 해산물 수입 금지, 대만 전역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 '정의사명-2025'로 이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6월14일 영국 런던에서 악수하고 있다. ⓒKyodo News

대만 문제로 드러난 다카이치 외교 본색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 구체적으로 답변했을 뿐, 정부의 종래 견해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베이징의 '일본 비판' 동조 요청에 공개적으로 호응한 나라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 지난해 12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중앙아시아 5개국, 즉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과 첫 정상회의(CA+JAD)를 통해 경제 협력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카이치 정권이 '경제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대중 강경 기조도 이 정책 틀과 맞물려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2월 시정방침 연설에서 위험을 줄이는 '위기 관리 투자'와 AI·반도체·조선 등 첨단 기술을 육성하는 '성장 투자'를 성장 전략의 양대 축으로 제시하고, AI·반도체 등 17개 전략 분야를 지정했다. 희소금속, 이른바 레어어스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투자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 다카이치 총리가 지목한 곳은 영국과 유럽이다. 6월14일 런던에서 열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경제안보 분야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희소금속 비축 협력, 해상풍력·고온가스로(HTGR) 등 첨단 기술, 방위 협력을 명문화했다. 양국은 이미 '강화된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돼 있고, 올 1월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공동성명과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GCAP, 일본·영국·이탈리아)로 안보·산업의 결속을 다져왔다.

영국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이탈리아와의 관계를 '특별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끌어올렸고, 이번 순방에서 AI·양자·우주·반도체·해상풍력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첫 G7 데뷔 무대인 프랑스 에비앙 정상회의에서는 중동 정세를 배경으로 에너지 안보, 중요 광물 공급망 강화, 자유무역·법치 수호를 의제로 올렸다. 이러한 외교적 행보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와 공급망·기술·안보를 한데 묶고, 중국을 그 바깥에 두려는 구상으로 읽힌다.

다카이치노믹스 2.0의 핵심은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2025년도 약 18조 엔 추경에 이어 사상 최대인 122조 엔 규모의 2026년도 본예산을 통과시켰다. 휘발유·경유 잠정세율 폐지, 2년 한시 식료품 소비세 제로 등 물가 대책을 앞세웠지만, 재원의 상당 부분은 약 12조 엔의 신규 국채로 메웠다. 정부가 재정 액셀을 밟는 사이 일본은행은 금리를 1.0%로 올렸다. 엔저(엔低)를 경계한 정권이 이번 인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으면서, '재정 확장 대 통화 긴축'의 긴장은 일단 봉합됐다.

이틀간 일본의 주요 5대 일간지 사설을 통해 분석한 일본 언론의 평가는 정파를 넘어 한 방향으로 수렴했다. 요미우리·산케이·니혼게이자이·마이니치·아사히신문은 모두 이번 인상을, 중동 위기발 고유가와 1달러 160엔대 엔저 속에서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에 대응한 "적절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다만 추가 인상 속도를 두고는 결이 갈렸다. 요미우리신문은 주택담보대출·중소기업 부담을 들어 영향 분석을 먼저 주문했고, 산케이신문은 시기·속도를 '유연하게' 판단하라고 했다. 반면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인상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했고,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중립금리 수준에 못 미친다며 "뒤처져선 안 된다"고 했다. 다섯 신문이 한목소리를 낸 대목은 정부를 향한 경고였다. 이들은 최근의 장기 금리 급등을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 재정에 대한 시장의 경계로 풀이하며, 정부에 재정 규율과 일본은행의 독립성 존중을 요구했다.

韓, '다카이치노믹스 2.0' 어떻게 봐야 할까

다카이치노믹스 2.0의 성패는 결국 정책 믹스의 지속 가능성에 달렸다. 6월 인상은 시작일 뿐, 시장과 전문가들은 연내 추가 인상과 2027년 인상을 메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저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구도가 깨지는 순간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 파장은 한국에도 세 갈래로 닿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일본 금리와 엔화 향방이다. 금리 인상은 엔화 강세 요인이지만, 적극 재정에 따른 재정 지속 가능성 우려가 이를 압도하면 엔저가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 그 경우 자동차·철강·기계 등에서 한국과의 수출·가격 경쟁이 격해진다.

둘째는 공급망 재편이다. 일본이 영국·유럽·미국과 '가치 공유' 공급망을 짜며 희소금속·반도체·소재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흐름은, 같은 분야에 노출된 한국에 경쟁이자 협력의 변수로 동시에 작동한다. 셋째는 동북아 긴장이다. 대만·중국을 둘러싼 강경 노선이 역내 안보 비용을 끌어올리면 그 청구서의 일부는 한국에도 돌아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 압승으로 두터운 정치 기반을 확보했지만, 적극 재정과 통화 긴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거시 환경은 불확실성이 크다. 일본의 금리·엔화·공급망 재편이 한국 경제에 직접 파급되는 만큼, 한국으로서도 주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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