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쏟아지는 돈, 거품 경고일 수 있다”…美언론 섬뜩한 경고

이규화 2026. 6. 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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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젠슨 황 CEO.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대해 이례적으로 경고했다.

AI가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는 자금 조달 방식과 기업들의 행동은 과거 거품 붕괴 직전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날 ‘AI로 쏟아지는 돈은 거대한 경고 신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업들이 일제히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인수합병(M&A)에 현금 대신 주식을 사용하는 현상은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최근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Cursor)를 약 600억달러(약 92조원) 규모의 주식 거래 방식으로 인수한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기업 입장에서 현금이나 차입보다 자사 주식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만큼 주가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WSJ는 특히 “한 산업에 돈이 너무 쉽게 몰릴 때는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앞 다퉈 자금을 끌어 모으고 투자자들이 기꺼이 이를 받아주는 상황 자체가 시장 과열의 징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러한 현상을 과거 여러 금융 버블과 비교했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당시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 속에 수많은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나섰고, 2020~2021년 스팩(SPAC) 열풍 시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막대한 자금이 신기술과 신사업에 몰렸지만 결국 상당수 기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실제로 올 들어 AI 산업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반도체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시장은 AI 기업들의 거대한 자금 조달 창구로 변하고 있다. 알파벳은 최근 850억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 계획을 내놓았고,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올해에만 200억 달러 이상을 주식과 채권 발행으로 조달했다.

WSJ는 문제의 핵심이 “AI가 유망하냐 아니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그 잠재력이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천문학적 가치평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월가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만 집중한 나머지 실제 수익 창출 시점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수혜주들이 향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을 경우 주가 조정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러나 AI 투자 열풍과 닷컴 버블과는 차이가 있다. WSJ의 문제 제기는 상당 부분 타당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시장이 가장 위험했던 시점은 WSJ도 지적했듯이 새 기술이 등장해 돈을 끌어 모은다는 단순한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새 기술에 대한 기대가 수익 창출 속도를 훨씬 앞질렀을 때”였다. 철도 버블, 전기 버블, 인터넷 버블 모두 같은 패턴을 보였다.

현재 AI 산업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AI 모델 개발에 수조 달러를 투입하고 있지만, 아직 그 투자금에 상응하는 현금흐름이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시장은 미래 수익을 수년 치, 어쩌면 수십년 치까지 선반영하고 있다. WSJ가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번 AI 붐을 2000년 닷컴 버블과 단순 비교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닷컴 시대의 상당수 기업은 매출조차 없었다. 현재 AI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들은 다르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은 이미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거대 기업들이다. AI 투자 실패가 곧바로 기업 존립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를테면 AI 산업 자체는 성장하지만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돈을 벌지 못하면서 일부 종목과 기업 가치가 크게 재조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향후 2~3년이 중요하다. AI가 물리적 기계(로봇)와 인프라에 스며들어 생산성 혁명을 실제 기업 이익 증가로 연결할 수 있다면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될 수 있다. 반대로 수익 모델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WSJ가 경고한 것처럼 지금의 자금 홍수는 후일 거품의 전조로 기록될 것이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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