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전쟁 왜 함?”…얻은 것 없이 이란에 ‘퍼주기’만 한 트럼프[점선면]
선(맥락들): 완패한 트럼프
면(관점들): 확실한 건 피해뿐

세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종료 수순에 돌입했습니다. 양국은 전쟁 100여일 만에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60일간의 후속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든 판이 깨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그럴까요? 전쟁이 무사히 끝난다면 이 전쟁은 누구의 승리라고 봐야 할까요? 종전협상의 내용과 전망, 점선면이 깔끔하게 정리해드릴게요.
점(사실들): MOU 핵심 내용은?
미·이란 MOU의 핵심 내용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우선 양국은 ①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투를 중단하고 레바논의 영토와 주권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전 세계가 가장 궁금해할 내용인 ②호르무즈 해협은 60일 동안 무료 통행, 이후 운영 방침은 이란과 오만이 정합니다.
미국은 이란에 파격적인 경제적 메리트를 제공합니다. ③협상 기간 원유 판매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고 ④동결된 이란 자금에 대한 제재도 해제하기로 약속했어요. ⑤이란에 3000억달러(약 450조원)의 민간 재건 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반대로 이란은 ⑥핵무기 획득·개발을 하지 않을 것을 재확인했고 ⑦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하에 고농축 우라늄을 현장에서 희석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선(맥락들): 완패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패’라는 게 중론입니다. 전쟁 목적이었던 이란 정권 교체는 완전히 실패했고요. 또 다른 명분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과 관련해서도 얻어낸 게 없습니다. 이란은 꾸준히 ‘핵무기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말해 왔거든요.
반면 이란은 거의 내준 것 없이 큰 이득을 봤습니다. 특히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3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받은 게 결정적입니다. 이란은 협상 기간인 60일이 지나면 ‘서비스 수수료’를 받겠다고 큰소리를 쳐 뒀습니다.
제재 해제도 엄청난 이득이고요. 원유 판매 즉시 허가는 물론, 수십 년 동안 이란 경제를 옭아매 왔던 자금 동결 해제의 길도 열렸습니다. 최종 합의가 성사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IAEA, 미국 자체 제재 등을 모두 해제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망신을 당한 셈입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이란 핵 협의를 체결하면서 동결 자금 17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해제한 걸 두고 “현금 퍼주기”라 비난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그보다 훨씬 많은 경제적 이득을 이란에 안겨주게 생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신승리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는 “종전 MOU는 우리가 달성하고자 했던 모든 목표, 그 이상을 이뤄낸 것”이라고 자찬했습니다. 미사일 문제를 두고는 “다른 나라도 미사일이 있으니 이란도 미사일을 가져야 한다”고 말을 바꿨고, 이란의 동결 자금을 두고는 “언젠가는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란이 요구한 4000억달러의 ‘배상금’을 ‘민간 재건 기금’으로 바꾼 것도 패전국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협상한 결과죠.
면(관점들): 확실한 건 피해뿐
문제는 이 협상이 아슬아슬하다는 겁니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을 틈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축출하겠다며 공습을 퍼부어 왔습니다. 미·이란 MOU에 레바논 전선 전투 중지가 포함됐지만, 이스라엘은 ‘MOU는 우리와 관계없다’며 지난 19~20일 보란 듯 레바논을 공습했습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MOU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고요.
협상도 안갯속이고 미국이 뭘 얻어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미국이 세계 경제에 끼친 민폐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미국인들이 떠안은 비용만 최소 20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적 고물가·고유가를 부추기며 불확실성을 키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죠.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재건 비용 3000억달러도 전부 동맹·우방국 투자로 충당하겠다고 했습니다.
윤리적 정당성도 없습니다. 이란에서는 어린이·민간인을 포함해 수천명에 달하는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전역이 확대되면서 중동 여러 나라에서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 희생된 미군 사망자들도 안타깝고요.
패권국의 황당한 결정에 세계 전체가 휘청거리는 시대, 한국에는 특히 위험합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는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수출 의존도가 높죠. 다른 나라보다 더 불확실성에 취약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함이 중요합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한국은 전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수혜를 입고 성장한 나라”라며 “수동적 관찰자에서 벗어나 적극적 ‘룰 세터’(규칙 제정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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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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