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계절이 바뀌었다 ‘Winter is coming’

김영화 기자 2026. 6.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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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여당 후보’는 왜 예전만큼 통하지 않았나. 선거가 끝나자 민주당 내에서 해석 논쟁이 급부상했다. 누가 당권을 잡는다고 해도 현재의 위기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와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월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 만세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이겼을까 졌을까. 숫자부터 보자.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16곳 가운데 민주당은 12곳, 국민의힘은 4곳에서 승리했다. 전국 기초단체장 227곳 중 민주당은 119곳(52.4%)을 얻어 과반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95곳(41.9%)에서 승리했다. 2022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민주당이 4년 만에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했고 민주당 의원 지역구이던 부산 북갑, 경기 평택을을 빼앗겼다. 민주당에서는 ‘이기고도 진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재선 의원 A는 선거 결과를 ‘뼈아픈 승리’라고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진 선거는 아니지만 정치적 경고등이 확실히 들어왔다. 단순히 서울시장만 빼앗긴 게 아니다. 용인, 성남, 안산, 하남 등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졌다.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거다.” 수도권 초선 의원 B도 “기초단체장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비민주당이 각각 119곳, 108곳(국민의힘·조국혁신당·무소속)으로 반반이다. 당선된 단체장들도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초접전 끝에 신승을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이대로라면 2028년 총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당내 일각에서 감돈다. 이번 선거는 생각보다 깊은 민주당 위기를 드러냈다.

대선 이후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그간 지방선거 민심은 ‘정권 견제론’보다 ‘국정 안정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2018년 지선에서는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4곳, 2022년 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12곳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 역시 민주당 압승 전망이 우세했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는 데다 국민의힘에서는 내란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채 공천 문제를 두고 자중지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국민의힘 후보 기근’을 겪는 사례도 속출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국민의힘이 예상보다 선전했다. 바꿔 말해 2026년의 민주당은 2018년 민주당이나 2022년 국민의힘보다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힘 있는 여당 후보’는 왜 예전만큼 통하지 않았나. 선거가 끝나자 해석 논쟁이 급부상했다. 앞서의 A 의원은 이른바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 후보가 낙선한 사실을 짚었다. “성남시장 김병욱 후보는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이고 성남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칭찬했던 정원오 후보도 성동구 득표율을 보면 절대적 지지가 나오지 않았다.” ‘뉴이재명’을 대표하는 김용남 후보,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지낸 하정우 후보도 각각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재보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런 결과를 두고 A 의원은 말했다. “당과 정부 모두 잘못이 있다. 대구의 경우는 (조작기소 특검법으로 인한) 공소 취소 논란이 결정적이지 않았나. 부동산 정책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친명계로 분류되는 B 의원은 청와대나 이재명 대통령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평택을은 김용남 후보와 조국 후보 간의 극심한 네거티브로 여권 지지층이 분열되었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정원오 후보의 인지도와 선거 전략이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각 지역 캠프마다 실책을 따져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의 핵심 비전이 흐릿했다. ‘이재명 마케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소극적이고 안일했다. 무엇보다 ‘내란 청산’ 구호가 더 이상 소구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가 결집한다는 관측은 이미 나왔다. 여론조사 미공표 기간 서울, 경남, 부산 북갑, 평택을 등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결과들이 당에 보고되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는 하우스 이펙트(여론조사 기관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가 분명히 있는데 그걸 고려하지 않고 지도부에서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했다”라고 지적했다. 선거 결과는 낙승 전망과 달랐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1.15%포인트 차이로, 부산 북갑에서 하정우 후보는 1.7%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평택을에선 범여권 후보 두 명을 제치고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었다.

정치학자인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뭘 하겠다는 게 보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게 없으면 그냥 힘자랑만 하는 꼴이다. 유권자들의 신호가 분명 있었음에도 절박하고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서복경 대표가 보기에 이번 선거는 2018년 지방선거와 큰 차이가 있었다. 그해 2월 평창 올림픽부터 4월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에 전례 없이 훈풍이 불던 때였다.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면 안보 불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비전이 보였다. “이번에는 여당 후보들이 자기 증명을 해내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내부에서 갈라치기하고 싸우기에 급급했다. 지지층 안에서 투표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이긴 곳도 신승하고 진 곳도 석패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왼쪽)와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5월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평택을 재선거와 전북지사 선거는 이 같은 민주당 내부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전북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지사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정청래 대표 연임 반대’를 내걸었다. 선거 결과 이원택 민주당 후보(51.22%)에 9.44%포인트 차로 패했다. 정청래 대표가 서울 같은 경합지에 집중하기보다 전북에 신경이 쏠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왔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진보 진영 내 연대와 통합을 당대표가 주도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분열의 주체였다”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이나 진보당 등과의 선거 연대를 구축하기보다, 후보와 지지자들 간의 감정싸움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6월8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하는 걸 졌다고 하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선거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그조차도 국민이 주는 경고다. 마지막까지 단 한 명의 주권자까지 죽을힘을 다해서 설득하는 게 부족하지 않았나. 2~3일 정도 저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3시간 가까운 기자회견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발언도 여당을 향한 쓴소리였다. “성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색깔과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최대한 많이 모아 포용과 통합을 잘해야 한다.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한테 ‘너 배고파서 들어왔지’ ‘언제든 배신할 거지’ 이렇게 모욕하면 되겠나.” 이른바 ‘ABC론’을 둘러싼 당 내홍,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뉴이재명’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확장 전략을 상징한다. 그런데 지난 몇 개월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검찰개혁안 등을 둘러싸고 신흥 지지층과 전통 지지층 간의 분화가 뚜렷해졌다. 유시민 작가의 ‘ABC론’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지지층이 분열하는 결과를 낳았다. 조귀동 민컨설팅 전략실장은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에 새로 유입된 지지층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해법이 이번 선거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30대의 반민주 성향이 강해졌고 다수 지역에서 줄투표 대신 교차투표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민주당을 이탈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없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김용남·하정우 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 자체가 안일했다. 전략적인 목표 설정 없이 선거를 바람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당내에선 정청래 책임론이 분출했다. 반청계로 분류되는 이언주 최고위원이 사퇴한 가운데 박지원 의원은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계파에 따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재선 의원 C는 “서울과 주요 지역은 패배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승리했기 때문에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 의원 D는 “이재명 정부, 정청래 대표, 후보 개인, 그를 도왔던 의원들 모두의 책임이다. 당대표 한 명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밝혔다. “선거가 완벽하게 패배했거나 승리했다면 쉬울 텐데 각자 해석의 차이가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깊게 토론해봐야 한다.”

전당대회에서도 책임 공방 계속되나

이대로라면 8월17일 전당대회까지 지선 결과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청래 대표는 6월4일 선거 결과에 대해 “큰 승리”라고 표현했다가 비판에 몰리자 6월10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방선거 평가와 인식에 공감한다. 반성할 건 반성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라는 미묘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전날 유럽 순방길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환송 행사에 청와대는 정청래 대표를 초대하지 않았다. 대신 이례적으로 김민석 총리가 자리했다. 김민석 총리의 당권 도전에 힘을 실어준다는 해석이 나왔으나 청와대는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정청래 대표는 자신의 SNS에 ‘의원총회 생중계’ 의제를 띄우고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에 인사 글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이지은 민주당 대변인이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의 당무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윤석열에 빗대 논란이 커졌고 결국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차기 전당대회 구도는 ‘정청래 대 반정청래’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서복경 대표는 “당대표가 ‘분골쇄신하겠다’ ‘책임지겠다’ 이런 메시지가 나와야 지지층의 실망과 분노가 가라앉고 이성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 리더십을 재구성해서 2028년 총선을 대비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당권 투쟁에 들어가면 당이 두 동강 날 때까지 싸워보자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대표가 당원 여론에 거취를 내맡기지 말고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평가받은 그 리더십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2028년 총선을 치르기 쉽지 않아 보인다.”

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6월9일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여권 고위 관계자 역시 “이대로 당내 균열이 계속 이어지면 총선 때 마음을 모으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지자들 간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도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6월10일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기사를 공유하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라고 적었다. 이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를 “솔로몬의 선택처럼 누가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짜 엄마’인지 가려내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친명계의 지지를 받는 김민석 총리나 송영길 전 대표가 당권을 잡는다고 해도 현재의 위기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조귀동 전략실장은 민주당이 진영 논리에 의존하는 선거운동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청래 대표가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던 것은 평당원 포퓰리즘에 기반했기 때문이고, 그 핵심에는 수도권 중산층 당원이 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의 기호에 맞춘 언어로는 선거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주류가 주류인 줄 모르고 (비주류의 언어를 구사하면) 유권자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하게 느껴진다.”

이번 지방선거가 민주당에 가장 아픈 지점은 서울의 패배가 아니었다. 당이 가진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게 핵심 문제다. 새로운 전략과 비전으로 지지층을 확장하지 못한 가운데 당내 갈등의 골만 깊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다가올 당대표 경선 역시 미래 비전 경쟁이 아니라 각 세력의 정체성 논쟁에 머물 수밖에 없다. 양적으로는 승리했지만 질적으로는 패배한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오답 노트가 될 수 있을까. 집권 여당에 시련의 계절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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