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진 애걸”...伊멜로니 총리 “본인 지지율이나 신경쓰길”

박윤선 기자 2026. 6. 22. 06:4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애걸” vs “날조된 거짓” 공방전
이탈리아 외무 방미 일정도 취소
트럼프 “교황 형편없다” 비난 결정타
“적대국엔 관대, 동맹 푸대접” 불만 커져
16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에게 사진을 찍자고 애걸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하면서 두 정상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 비판으로 균열되기 시작한 양국 정상의 관계가 더욱 틀어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이탈리아 외무장관의 방미까지 전격 취소되는 등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멜로니가 사진 찍자 애원...안쓰러워서 찍어줬다”

지난해 10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지구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서 “멜로니 총리가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나에게 사진을 찍자고 반복해서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다시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사양하겠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이탈리아 민영 TV La7과의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가 나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애원했다”며 “찍어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안쓰러워서 찍어줬다”고 말했다. 이에 멜로니 총리가 “완전히 날조된 이야기”라며 강하게 반박했지만 또다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미국이 이탈리아와 ‘소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그녀는 우리가 이탈리아 착륙장이나 활주로를 사용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며 “이는 큰 수송 불편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이런 끊임없는, 아무런 이유 없는 공격은 무의미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재차 반박했다. 멜로니 총리는 “내 지지율과 관련해 당신의 친구였던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내 지지율은 당신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며 “지지율은 이탈리아 국익을 지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고 나는 항상 그렇게 해왔다”고 썼다.

그러면서 “어쨌든 내 지지율은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당신 자신의 지지율에나 집중하기를 권한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8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한다는 미국인 응답은 37%였다. 이는 NYT·시에나대 조사 기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교황 이어 사진 설전까지 2연타...“트럼프, 적대국에만 관대” 맹비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두 사람의 갈등은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다음 주로 예정됐던 미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탈리아 대사관은 타야니 장관의 방미 취소에 따라 22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이탈리아 비즈니스 콘퍼런스’도 취소됐다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의 핵심 측근으로 평소 언론 노출을 꺼렸던 조반바티스타 파촐라리 이탈리아 총리실 차관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무능해서인지, 미국과 유럽 간의 역사적인 관계를 망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그의(트럼프 대통령) 부적절한 감정 표출은 전체 유럽 대륙에서 미국을 완전히 비호감으로 만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을 해냈으며, 이는 유럽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미국 자신에게 큰 손해를 입히는 짓”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멜로니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태도를 지적하며 “그(트럼프)는 서방과 미국의 적들을 향해서는 이러한 단호함을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더 관대하게 대한다”며 “그 점이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극우 성향의 멜로니 총리는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는 2025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유일한 유럽 지도자다. 하지만 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양측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이란 전쟁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4월 독일 주둔 미군 철수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도 동일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결정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 비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트루스소셜에 “레오 교황은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선 형편없다”며 심지어 “레오는 교황 후보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 교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기에 미국인이 가장 낫다고 생각해 그를 교황에 앉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레오 교황이 4월 11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철야 기도회 직후 나온 반응이다. 교황은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으며, 폭탄을 투하하는 자들은 더더욱 축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에 대한 우상 숭배, 권력 과시를 멈추고 전쟁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물을 올린 직후에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 반발이 커지자 강력한 비판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 성하께 한 말은 용납할 수 없다”며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이며, 평화를 촉구하고 모든 형태의 전쟁을 규탄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탈리아 내에서는 멜로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이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이 지난달 사법 개혁 국민투표에서 멜로니 총리가 패배한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