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의료개혁, 보건의료 인력기준 마련돼야 완성”

엄재희 기자 2026. 6. 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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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1년간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굵직한 변화가 이어졌다.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지역필수의료법)이 제정됐고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받는 통합돌봄이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졸업생은 의사면허 취득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15년간 의무근무하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의대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공공의료 책임 거점으로 육성해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나왔다.

최희선(56·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의료개혁이 실제로 완성되려면 보건의료 인력기준 제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재편하겠다는 분명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의료개혁은 인력기준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완성된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사무실에서 최 위원장을 만나 보건의료 현안과 인력기준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정부 1년 보건의료 법·제도 진전
인력기준 이행 일정은 안 보여"

-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있었다. 지역필수의료법 제정, 국립대병원 보건복지부 이관, 공공의대법 국회 통과, 통합돌봄 전국 시행 등이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필수·공공의료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재편하겠다는 분명한 방향성을 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맺은 2021년 9·2 노정합의와 2025년 7·22 노정합의 내용들이 법제화와 집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법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이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실행되고 있느냐다. 의료개혁은 선언이 아니라 꾸준한 행정력이 필요한 일이다. 수가·인력·지불구조·재정 개혁이 정합적으로 맞물려 가야 하는데 지금처럼 각 부문이 따로 움직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무엇보다 7·22 노정합의의 핵심인 보건의료 인력기준 마련의 구체적 이행 일정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 의료개혁은 인력기준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완성된다."

- 지난 15일 정부가 지역 국립대병원을 '서울 빅5'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필수의료법도 올해 초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공공의료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그러나 육성 정책이 국립대병원만의 성장 전략이 돼서는 안 된다. 단순 규제완화가 아니라 공공성 강화와 민주적 운영체제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노동이사제 도입과 공공성 평가체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기관의 공적 역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시도립병원 등 지역 공공병원과의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도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90% 이상은 민간이다. 법과 기구만으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공공의료기관 역할 정립과 기능별 의료기관 재편, 재가·통합돌봄 활성화, 보건의료 인력기준 법제화, 수가와 재정의 고용 연계가 결합될 때 지역의료가 실질화될 수 있다."

- 통합돌봄 전국 시행은 어떻게 평가하나.
"역시 방향은 옳다. 돌봄의 무게중심을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와 집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초고령사회에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제도의 틀은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는 그것을 채울 인력과 재원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방문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지역사회 돌봄을 수행하는 인력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장기요양 수가가 인상돼도 인건비 지급기준이 강제되지 않으면 그 인상분이 현장 인력에게 도달하지 않는다. 방문재활·방문영양·통합재택간호·임종케어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돌봄 인력에 대한 명확한 인력기준과 처우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 간호법 시행 1년을 맞았다. 현장에 변화가 있나.
"법적 틀은 한 단계 진전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 법이 생겼다고 해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근무조건이 바뀐 것도 아니다. 현재 한국 간호사의 일반병동 1인당 환자수는 평균 9.9명 수준으로 미국 캘리포니아(5명)와 호주 빅토리아(5명), 일본(5.3명) 등의 두 배 수준이다. 간호법 개정안과 함께 전체 보건의료인력의 기준을 마련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연동돼야 한다. 간호사만의 배치기준으로는 다른 직종에서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 정기훈 기자

"인력기준 없는 의료개혁은 절반의 개혁"

- 보건의료 인력기준 마련이 의료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의료개혁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병상당 총고용인력은 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의사만 부족한 게 아니라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인력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수가를 올려도 그 돈이 고용과 임금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문제다. 기관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공공병원도 총 정원 규제와 총액인건비 안에서 인력 확충이 막힌다. 인력기준 없는 어떤 의료개혁도 절반의 개혁이다."

- 간호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의 인력기준 마련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불필요한 인력은 단 한 명도 없다. 직종별 업무 특성이 다르다면 기준을 각각 설계해야 한다. 기준을 두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 간호사에게만 기준이 생기면 기관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다른 직종을 줄이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총량이 늘지 않고 직종 간 대체만 일어날 수 있다."

- 적정 인력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하나.
"환자의 안전과 의료 질, 근무여건을 고려해 보건의료인력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유형별 적정 환자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교대근무 인력은 근무조별 실제 근무인력 대비 환자 비율로 산정해야 한다. 외국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 한국의 환자 특성과 의료체계를 반영한 현장 실태조사와 직무분석이 기반이 돼야 한다. 기준이 있어도 지키는지 알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진료비 청구 때 직종별 고용현황 신고 의무화, 면허등록관리시스템과 연계한 실시간 모니터링, 독립적 인력지원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 병원측은 병원 간 격차 탓에 일률적인 인력기준 적용은 어렵다고 한다. 재원도 문제다.
"병원측 우려를 이해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지역별·종별 불균형은 인력기준이 없는 지금도 있고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인력기준 도입 거부가 해법이 아니라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확립하고 의료 취약지에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다. 재정이 해결되기 전에 인력기준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법제화가 재정 논의를 촉진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수가 인상분이 기관의 이윤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고 인력 채용에만 쓰이도록 강제하는 장치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

- 인력기준 외에 개선 과제는 무엇인가.
"직종별 표준임금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같은 직종에 비슷한 근속이어도 기관의 종별·규모별로 임금 차이가 매우 크다. 노사 공동 임금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직종별 표준임금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건강보험 수가제도와 연계해야 한다. 산별교섭 복원도 중요하다. 2009년 산별중앙교섭 중단 이후 현장 단위 교섭은 재원 여력이 높은 기관에 유리하게 작동해 기관 간 격차를 키웠다. 인력기준이 산업표준을 만들어 내듯 산별교섭 체계가 임금 격차 해소의 열쇠다.

노조 새봄지부가 원청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청소·급식·시설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원청 병원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일하지만 형식적 고용관계는 하청업체 소속이어서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없었다. 실질적 지배력과 근로조건 결정권이 원청에 있다면 원청이 교섭 당사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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