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삼성전자 천하 흔들린다… SK하이닉스, 시총 95%까지 추격
HBM 호황·ADR 상장 기대에 추격전 가속
삼성전자도 사상 최대 시총 경신…반도체 투톱 경쟁 주목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의 95% 수준까지 따라붙으며 양사 간 격차가 역대 최소로 좁혀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2000년 이후 약 27년간 굳건히 유지돼 온 삼성전자 중심의 시가총액 구도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005930) 시가총액은 2069조원, SK하이닉스(000660)는 1969조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 시총은 삼성전자 보통주 시총의 95.17% 수준으로, 종전 최고 기록인 지난 5월 28일의 93.17%를 넘어섰다. 특히 장중 한때 시가총액이 2051조원까지 늘어나며 양사 격차가 더욱 좁혀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포함해 계산해도 격차는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시가총액 대비 SK하이닉스 비율은 87.63%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평균인 2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 이후 줄곧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켜왔다. 1990년대에는 한국전력이 시총 1위를 장기간 유지했고, 1999년에는 KT가 선두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당시 한국전력과 포스코에 이어 시총 3위에 머물렀지만 이후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2000년부터 국내 증시 왕좌를 차지했다. 이후 약 2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양사 간 격차는 AI 반도체 시장 성장과 함께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전 5만9800원에서 가장 최근 종가 기준 35만4000원으로 약 498% 상승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024%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 효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하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방대해, AI 메모리 호황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분산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반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에 집중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반도체 수출 슈퍼 호황 사이클 지속 기대가 큰 만큼 향후 양사의 시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도 투자 심리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ADR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지수 편입 가능성까지 열려 SK하이닉스의 몸값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블랙먼데이 이후 지수 정상화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상대적 강세가 부각되고 있다”며 “이르면 7월 ADR 상장이 이뤄질 경우 해외 투자자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편입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SK하이닉스의 추격에도 삼성전자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국내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시가총액 2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글로벌 자산 순위에서도 비트코인을 다시 앞질렀다. 양사 간 격차는 좁혀지고 있지만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수혜 기대 속에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시가총액 집계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19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1조5220억달러로 글로벌 자산 순위 12위에 올랐다. 비트코인은 약 1조2760억달러로 15위에 머물렀다. 양측 시가총액 격차는 약 2460억달러다. SK하이닉스 역시 시가총액 약 1조2480억달러로 글로벌 자산 순위 16위를 기록하며 비트코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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