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텍남 “삼전·하닉 이제 외국인도 따라 산다, 380만닉스 멀지 않아"
“애플 같은 슈퍼 갑이 메모리를 비싸게 사와야 하는 처지가 됐다면, 그보다 더 강한 건 누구겠습니까. 메모리를 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죠."
22일 조선일보 경제부가 만드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이기자의 취재수첩’에는 AI·테크 트렌드 기반 미국 기업 분석가 ‘월텍남’이 출연했다. 미국 공인회계사(USCPA) 자격증을 보유하고 CFA 레벨 2까지 공부한 그는 AI와 테크 관점으로 월가를 취재하고 미국 주식을 분석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월가도 ‘삼전 하닉’ 매수…목표주가 줄줄이 올린다
월텍남은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삼전·하닉 목표주가를 한국 증권사가 따라가는 구조였는데, 요즘엔 한국 증권사에서 목표주가를 올리면 월가가 ‘니네 말이 맞는 것 같다’며 따라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8만원,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350만원으로 제시했다.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는 각각 59만원과 400만원이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의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380만원이다. 여의도와 월가가 같은 눈높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월가까지 가세한 ‘삼전 하닉 사자’ 분위기의 핵심 논리는 두 가지다.
첫째는 가격 협상력의 역전이다. 과거 메모리 업체들은 시장가(시가)로 칩을 팔던 ‘을’이었다. 하지만 AI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이제는 장기 공급 계약(LTA, Long-Term Agreement)을 맺고 고정 단가로 납품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구매자 중 하나인 애플마저 메모리를 비싸게 사와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게 상징적이다.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안타깝게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국을 방문한 것도 메모리 확보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둘째는 이익 변동성 축소로 인한 밸류에이션 재평가다.
“메모리 주식의 PER(주가수익비율)이 유난히 낮았던 이유는 이익이 들쑥날쑥했기 때문입니다. 잘 나갈 때는 폭발적으로 벌고, 1~2년 후에는 마이너스. 투자자들이 좋아할 리 없었죠.” 하지만 장기 계약으로 이익의 변동 폭이 작아지면, 다른 반도체 기업들처럼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월가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월텍남은 “이 사이클이 최소 2027년까지 간다는 전문가가 많고, 개인적으로는 2026년까지는 안전 구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앤트로픽 페이블 사태가 쏜 신호탄…소버린 AI 시대 온다
인공지능(AI) 시장에서는 최근 앤스로픽의 페이블 5(Claude Fable 5) 사태가 파장을 일으켰다. 앤트로픽은 지난 9일 최고 성능 모델인 페이블 5를 출시했지만, 사흘 만인 12일 미 상무부의 수출통제 지시로 외국인 접근이 막히자 전 고객 대상으로 전면 비활성화했다. 출시 72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 사태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첨단 AI는 미국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거예요.” 월텍남은 이 사건이 각국 정부로 하여금 ‘소버린 AI(Sovereign AI·자국 AI 주권)’를 추구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어느 정부가 페이블로 국가 정보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다음 날 미국이 차단해버린다면요? 자국 AI 모델과 인프라를 가져야겠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GPU와 데이터센터 수요로 이어진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최근 실적 발표(어닝콜)에서 빅테크 외에 ‘네오 클라우드(신생 클라우드 업체 및 소버린 AI)’를 별도 매출 항목으로 신설한 것도 이 흐름을 읽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이제는 빅테크만의 영역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과 정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회사채 25조 원 발행…“빌리는 게 더 싸다”
이번 주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화제는 엔비디아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15일 25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의 채권 시장 복귀로, 수요가 850억 달러에 달해 발행액의 3배를 훌쩍 넘겼다. 만기는 2년부터 30년까지 7개 구간으로 나뉘었다.
“재정 상태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엔비디아의 현보유 현금은 250억 달러 이상이고, 분기별 잉여현금흐름도 막대합니다. 그럼에도 채권을 발행한 이유는 ‘빌리는 비용이 너무 싸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신용도는 미국 국채와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0.3%포인트 수준에 불과해, 실질 조달 금리가 4%대 초반이다. 반면 이 자금으로 지분을 취득한 마벨(Marvell) 같은 AI 밸류체인 기업들은 엔비디아 투자 후 주가가 50~200% 뛰었다. “4%로 빌려서 100% 수익을 낸다. 안 할 이유가 없죠. 거기다 AI 생태계 지배력까지 강화하니 일석이조입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해에만 10곳 이상의 기업 지분을 인수하며 자사 공급망 업체들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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