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1분기 성과급만 1억2천…‘초임금격차’가 부른 불평등·박탈감
② 성과급이 키운 소득 양극화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올해 1~3월 발생한 직원 몫의 성과급 약 4조2천억원이 재무제표에 ‘미지급 비용(미지급 부채)’으로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내년 초 직원들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하는 만큼, 이 비용을 미리 빼두고 남은 1분기 영업이익을 공시한 것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가 40조원을 초과할 것이라던 시장 예상에 다소 못 미치는 1분기 영업이익(37조6천억원)을 발표한 까닭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직원 1명당 1분기 평균 성과급은 약 1억2천만원이다. 억대 연봉에 더해서 매달 4천만원씩 ‘보너스’가 쌓인 셈이다. 한국 역사상 전례없는 ‘초임금격차’ 시대의 현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올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각각 361조원, 261조원이다. 영업이익과 연동된 이 회사 직원들(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 부문의 메모리 사업부 기준)의 올해 성과급 추산액은 1명당 평균 6억~7억원가량에 이른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직원들의 연간 전체 보수(연봉+성과급)를 훌쩍 웃도는 규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를 보면, 세계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의 2026회계연도 직원 보수 중위값은 28만2050달러(약 4억2천만원)다. 미국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직원 보수 중위값도 지난해 기준 31만826달러(약 4억7천만원) 수준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른바 ‘성과급 잔치’는 한국 사회에 의사 집단에 버금가는 신흥 ‘초고연봉 노동자 집단’의 등장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부문과 에스케이하이닉스 전체 직원 수는 약 11만3천명으로, 전국의 전문의 수(2024년 기준 약 11만4천명)와 비슷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의사 인력 임금 추이’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임금 수준은 3억100만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노동자 집단의 급격한 등장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심화해온 국내 임금·소득·자산 등 ‘3대 격차’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 전환 가속화로 반도체 등 소수 수혜 기업 노동자의 초고소득이 고착화하고,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다수는 일자리·소득 감소 등을 겪게 되리라는 전망도 이런 염려를 부채질한다.
반도체발 경기 활황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도 유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초고연봉 노동자와 중소기업 및 취약 노동자, 자영업자 간의 체감 온도 차도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나라 전체는 잘나가는데 정작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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