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또...” 선 넘은 마케팅에 흔들리는 신뢰 [유통가 리스크 점검 ③]

박슬기 2026. 6. 22. 00: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ʼ 논란에 ‘흔들ʼ
반복되는 사고 뒤엔 허술한 검증 시스템
최근 유통업계가 기업회생, 개인정보 유출, 마케팅 논란 등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한 기업의 위기는 그 자신은 물론 소비자와 판매자, 협력사,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들기도 한다. 기업을 둘러싼 리스크는 더 이상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유통업계 전반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최근 유통업계를 뒤흔든 주요 사례를 통해 기업 리스크의 실체를 짚어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와 대응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선 넘은 마케팅, 흔들리는 브랜드 신뢰 사진 = 생성형 AI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한 줄의 문구’와 ‘한 장의 이미지’가 기업을 흔드는 시대다. 소비자들의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마케팅은 단순한 판매 수단을 넘어 브랜드의 가치관과 철학을 드러내는 영역이 됐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역사와 젠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반복되는 마케팅 사고의 원인과 재발 방지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당일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은 국내를 넘어 스타벅스 본사의 공식 사과로까지 이어졌으며, 신세계그룹은 전사 차원의 역사 인식 교육과 내부 의사결정 체계 개편에 나섰다. 직접 나서 사과의 뜻을 밝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를 계기로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맡음과 동시에 13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책임경영 강화에 나섰다.

이번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패를 넘어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 나아가 그룹 경영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후폭풍…신세계그룹까지 흔들었다

논란의 출발은 하나의 문구와 이미지였지만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표현 사용을 두고 역사 인식 부재라는 비판이 일었고, 이는 더욱 확산되며 결국엔 국내를 넘어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의 공식 사과로까지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신세계그룹의 대응 수위다. 일반적으로 마케팅 논란은 해당 브랜드 차원의 사과와 담당자 문책 선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표이사 경질을 시작으로 그룹 차원의 역사 교육, 의사결정 체계 개편, 사회적 감수성 검증 시스템 도입 등 전방위적 대응이 이어졌다.

사태가 단순히 스타벅스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평판 리스크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을 대표하는 소비재 브랜드 중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곧 그룹 신뢰도 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논란에 따라 시장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거래일(5월 15일) 이마트의 주가는 10만2500원(종가 기준)이었지만 논란 당일인 18일이부터 연속 사흘 흘러내리면서 20일 8만8500원까지 13.7% 빠졌다.

온라인상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도 나타났다. 과거 같으면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됐을 사안이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업 리스크로 번진 것이다.

정용진 회장이 13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정 회장은 최근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를 맡으며 핵심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 논란 이후 커진 책임경영 요구와 맞물려 오너가 직접 법적 책임을 지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마케팅 논란이 더 이상 개별 브랜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 반발과 불매 움직임, 주가 하락, 그룹 차원의 조직 개편까지 이어지면서 기업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의 범위가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평가다.

되풀이되는 사고, 왜 논란은 반복될까

스타벅스 사례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역사·젠더·사회적 이슈와 관련한 마케팅 논란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감수성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졌지만 기업 내부의 검증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신사 역시 지난 2019년 7월 故 박종철 민주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SNS 마케팅 문구로 활용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사용된 문구는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로,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GS25는 2021년 ‘캠핑가자’ 이벤트로 젠더 논란이 일었다. 홍보 포스터에 사용된 손 모양이 남성 혐오 커뮤니티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GS25는 수차례 사과문을 내고 이미지를 수정했지만 논란은 장기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순히 담당자 개인의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마케팅 기획과 검토, 승인 과정에 여러 단계가 존재하는 만큼 결국 조직 차원의 검증 시스템 문제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내부 검토 시스템은 이미 갖춰져 있다”면서도 “다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일수록 마케팅 빈도가 높고 관행적으로 승인하는 문화가 형성되다 보니 중간 검증 과정에서 허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과거 마케팅 검토가 법적 문제나 브랜드 적합성 여부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역사·젠더·인권 등 사회적 감수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단순한 홍보 문구 하나가 기업 가치와 브랜드 신뢰를 흔들 수 있는 만큼 검증 체계 역시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실제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전단지를 제작할 때에도 법적 리스크와 사회적 논란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다.

특정 표현이나 이미지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미 인쇄된 전단지를 전량 회수하고 다시 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기업들이 마케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평판 리스크를 민감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검증 체계의 존재 여부보다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조직 문화와 내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기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시기적·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지거나 사회적 감수성을 놓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내부 인력만으로 검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 관점에서 콘텐츠를 점검할 수 있는 검증 장치를 마련할 최종 스크린 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나 인터넷 밈, 신조어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부 전문가나 소비자 패널이 최종 검토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