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년 빚은 성당… 세대 이은 가우디의 혁신 메시지] 사망 100주년 맞아 예수 그리스도 탑 완공… 주민 이주 새 복병

박근태 선임기자 2026. 6. 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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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열린예수 그리스도 탑 준공식과 축성식에서 참석자들이 등불을 들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른 네 개의 첨탑, 내부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빛으로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성당·이하 성당)’ 는 스페인을 찾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 들르는 명소다. 6월 10일(이하 현지시각) 바르셀로나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수놓아 온 성당이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이날은 ‘신의 건축가’로 불린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o Gaud )가 1926년 전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서거 100년을 기려 교황 레오 14세가 집전한 가운데 성당의 가장 높은 건축물(중앙탑)인 예수 그리스도 탑 축성식과 완공식이 엄숙히 거행됐다. 레오 14세는 “이 성당은 예수께서 보여주신 길이 결코 끝나지 않은 여정임을 일깨우는 작품”이라면서 “예수를 믿으면서 전쟁을 조장할 수 없다”는 평화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또 한 번 냈다. 이날 오전 10시 성당 지하 묘소에 안장된 가우디 무덤에 헌화하며 시작한 이번 행사에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 부부, 페드로 산체스 총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등이 참석했다.

(위) 교황 레오 14세(가운데)가 6월 10일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미사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아래) 축성식이 진행되는 동안드론이 건축가 가우디의얼굴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이 성당은 2025년 10월, 독일의 고딕 양식 루터교 교회인 울름성당(161.53m)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축물로 등극했다. 2월 20일 예수 그리스도 탑 꼭대기에 십자가 상단부가 설치되면서 최종 높이 172.5m에 도달했다.

145년째 건설 중인 성당은 신의 섭리는 자연에 있다는 가우디의 신념에 따라 숲을 형상화했고 내외부에 가톨릭 상징이 들어갔다. 성당은 총 18개의 탑으로 구성됐는데, 12개는 열두 사도에게, 4개는 복음사가(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에게, 1개는 성모 마리아에게, 가장 높은 중심 탑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헌정됐다. 예수 그리스도 탑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몬주익 언덕(177.7m)보다는 낮게 설계됐다. 이는 인간 창작물이 신의 작품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는 가우디의 신앙적 겸손이 구현된 것이다.

1882년 가우디의 스승인 스페인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듬해 불과 31세의 젊은 건축가 가우디가 넘겨받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기하학과 생명력을 품은 건축물로 재탄생했다. 가우디는 생애 마지막 12년을 성당에 바쳤지만, 1926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완성된 것은 18개 탑 중 동쪽 ‘탄생의 파사드’ 탑, 1개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1936년 스페인 내전 중 방화로 가우디 작업실이 전소되고 수많은 스케치와 석고 모형이 소실되면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내전 이후 다시 건설이 시작되고 1980년대 가우디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점차 큰 관심을 받으면서 서쪽 면과 본당 등이 차례로 완공됐다.

건축을 넘은 혁신, 실증 과학과 공학 결합

일부 외신은 이번 탑 완공을 성당의 상징적인 완공으로 평가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설위원회도 2014년 건축 기술의 발전과 기부금 증가 상황, 공사 속도를 감안해 가우디 사망 100주년인 2026년을 완공 목표 시기로 정했다. 하지만 가우디 건축 연구자인 이병기 아키트윈스 대표는 “성당 남쪽 영광의 파사드는 가장 중요한 성격을 갖지만, 아직 장식도 시작되지 않았고 탑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이번 행사를 완공식으로 부르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건축계에서도 빨라야 2034년에 완공될 것으로 본다.

가우디는 생전 “나의 고객(하느님)은 서두르지 않으신다”는 말을 남겼다. 살아서 이 건물이 완성되지 못할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후대 건축가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해 보이던 170m가 넘는 탑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려고, 동쪽 입면(탄생의 파사드)에 90m짜리 탑을 실물 모형처럼 세워두고 세상을 떠났다. 동쪽 면과 서쪽 면(수난의 파사드)의 이질적 디자인에도 후배 건축가와 공동 작업을 위한 의도가 녹아 있다. 가우디는 생전 서쪽 면에 대한 자기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대표는 “가우디가 남긴 이런 거대한 실물 모형과 구조적 청사진이 후대 건축가가 포기하지 않고 한 세기를 뛰어넘어 공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100년 넘게 이어온 건설 현장은 근현대건축 기술의 살아 있는 박물관과 같다. 가우디는 컴퓨터도, 복잡한 수학 공식도 없던 19세기에 추와 실을 이용해 자연 원리를 공학으로 구현했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에이럽(Arup)의 리엄 더프 수석 구조 엔지니어는 “가우디는 무거운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공중 부벽 대신 현수선 구조를 사용해 가장 효율적 형태를 찾고, 당시 새로운 재료인 포틀랜드 시멘트로 적극 실험했다”고 말했다. 후배 건축가도 실험 정신을 이어갔다. 170m가 넘는 육중한 석조 탑을 안전하게 올리는데 최첨단 공학을 도입했다. 2014년 무거운 돌기둥이 바람에 견디게 하도록 강철 텐던(강선)을 넣어 압축 응력을 미리 가하는 프리스트레스트(pre-stressed) 석재 패널을 도입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 대표는 “가우디가 국내외에 도마뱀 조각 같은 수공예나 장식에 치중한 건축가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오히려 청년 시절부터 하나의 원형 디자인으로 대량생산을 추구하고, 크레인이 무너질 때까지 한계를 직접 수치로 파악하던 지독한 실증주의자이자, 혁신가”라고 했다.

성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487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아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성당 주변에 사는 청년조차 높은 입장료(성인 기준 26유로) 탓에 입장하지 못하는 소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성당 최종 완공을 위해 남쪽 영광의 파사드를 건설하려면, 1000여 명의 거주민 퇴거가 필요해 문화유산의 완성이라는 대의명분과 주거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술사학자이자, 가우디 전기 작가인 기스 판 헨스베르겐은 “인간의 깊은 내면과 형이상학적 이상은 현대 기술이 추구할 가치라는 점을 보여준 작품”라고 말했다. 가톨릭계는 가우디의 성인 추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자 전 단계인 가경자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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