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늘 양파 농가, 이상기후 매운맛에 운다

백지영 2026. 6. 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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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마늘 확산 피해에 경매가 급락까지 겹쳐
양파는 과잉생산… 수확 포기·폐기하기도
경남지역 마늘, 양파 농가가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 재해와 가격 부진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마늘=21일 국가데이터처 '농업 면적 조사'에 따르면 경남지역 마늘 재배 면적은 7857㏊로, 전국(2만 3290㏊)의 34%를 차지하며 전국 최대 마늘 산지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대서종 마늘을 주력으로 하는 창녕과 합천을 중심으로 벌마늘(2차 생장) 피해가 큰 폭으로 발생했다.

벌마늘은 다 자란 하나의 마늘 내에 또 다른 마늘이 생겨 마늘이 여러 쪽으로 되는 현상으로, 경남도는 도내 마늘 재배 면적 중 618㏊에서 벌마늘 현상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이번 피해는 마늘 인편(마늘쪽) 분화기 전후 봄철 고온과 잦은 강우, 일조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벌마늘 피해가 가벼운 마늘은 출하가 가능하지만, 피해가 큰 경우 상품성 저하로 출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경남도 건의로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벌마늘을 농업 재해로 인정하면서 피해 농가에는 재난 지원금이 지급된다.

합천 대양면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정규연 씨는 "지금까지는 벌마늘 피해가 거의 없었는데, 지난해 많은 비로 파종 시기가 늦춰진 데다 올봄 큰 일교차로 2차 생장이 이어지는 등 이상기후로 벌마늘 피해가 80%나 발생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벌마늘은 보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상인들이 구매하려 들지 않는다"면서 "현재로썬 정부가 벌마늘을 수매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대서종이 아닌 남도종 마늘을 기르는 남해군은 상황이 또 다르다. 남해군은 지난 2024년 전체 재배 마늘의 절반 정도가 벌마늘 피해를 봤지만, 올해는 피해 규모가 약 5%로 2년 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당시 제주, 전남 무안과 함께 대규모 벌마늘 피해를 봤던 남해군은 초부터 이상 기후로 벌마늘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재배 농가 대상 영농 교육을 강화한 바 있다.

천상용 남해군농업기술센터 마늘팀장은 "벌마늘은 마늘쪽이 분화하는 2월부터 3월 초까지 기온이 높으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2월 기온이 2년 전과 비슷해 농가들에 지온 관리, 웃거름 지양 등 벌마늘 피해 예방에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벌마늘 피해를 보지 않은 농가 역시 웃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와 중국산 냉동 마늘 수입 증가 등에 따른 산지 가격 약세로 농가 소득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남해 지역 농협 마늘 경매 가격은 지난해보다 20~30%가량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일부 품목은 1㎏당 3000원대에 거래되면서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농가들은 비료와 농약, 인건비 등 생산비 상승으로 1kg당 생산원가가 크게 올랐지만 판매가격은 오히려 떨어져 사실상 적자 농사를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마늘생산자협회 경남지부와 남해군지회는 지난 16일 남해군청 광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최저 생산비 보장과 가격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파=마늘 재배 농가가 작황 부진 등으로 울상이라면, 도내 양파 재배 농가들은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한숨짓고 있다.

창녕·함양·합천 등 전국적인 양파 주산지가 밀집한 경남지역 양파 재배 면적은 3895㏊로 전국(1만 7609㏊)의 22%를 차지한다. 전남 6072㏊에 이어 전국 2번째 규모다.

전국 양파 재배 면적은 지난해보다 0.4% 줄었지만 단위 면적 당 생산량이 늘고,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산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양파 도매시장 평균 가격은 1㎏에 693원으로 1년 전 745원보다 7% 하락했다.

양파 주산지인 창녕에서는 최근 창녕남부농협 양파 경매가가 1망당 8000~9000원대로, 1망당 포장비 1400~1500원과 출하장 운반비 700~800원 등 수확 후 발생하는 비용만 1/4에 달한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중동 전쟁으로 수입에 의존해온 농약과 비닐 값이 급등하고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어렵게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양파 등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니 농민들은 죽을 판"이라고 전했다.

출하기 양파 가격 하락을 막고자 의령·창녕·함양·산청군 농민들은 수확을 포기하는 대신 이달 초 일부 보상을 받고 양파밭 65㏊를 갈아엎었다.

도는 지난해 수확해 농협 창고에 보관하던 저장 양파 600t을 최근 폐기하는 한편 햇양파 2110t 출하를 연기해 양파 홍수 출하를 방지하고 나섰다.

경남도는 벌마늘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재난 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하는 한편 양파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출하 조절과 수출 확대, 소비 촉진 등 수급 안정을 위한 대응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백지영·김윤관기자
 
벌마늘 피해 마늘. 사진=경남도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산지에서 폐기되는 양파. 사진=경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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