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씨앗 뿌리는 일, 생명 살리는 것 만큼 중요”

임훈 기자 2026. 6. 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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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 3월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평화기념관 제4대 관장으로 취임한 허재택(72) 전 동아대병원장은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와 유엔평화기념관, 피란수도 유산이 공존하는 도시는 부산뿐이라는 것이다. 허 관장은 "부산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희망의 도시이자 평화의 도시"라며 "유엔기념공원과 유엔평화기념관, 피란수도 유산을 하나의 평화벨트로 연결한다면 세계적인 평화교육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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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택 유엔평화기념관 관장

- 동아대병원·중앙보훈병원장 등 역임
- 디지털 혁신 등 미래공간 조성 목표

허재택 유엔평화기념관 관장이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혁신과 미래세대에 대한 평화의 씨앗 전파 등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 3월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평화기념관 제4대 관장으로 취임한 허재택(72) 전 동아대병원장은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평생 신경외과 의사로 살아온 그가 이제는 수술실을 떠나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공간의 책임자가 됐다.

경남 진주 출신인 허 관장은 부산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신경외과 전문의다. 동아대병원장과 의과대학 학장, 중앙보훈병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의료계와 보훈의료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중앙보훈병원장 재임 시절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위한 의료서비스 향상에 힘쓰며 국가를 위한 헌신과 희생의 가치를 실천했다. 베트남 두이탄대학교 의과대학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국제 의료 교류에도 앞장섰다. 이런 공로로 동아대 개교 65주년 공로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물대상 사회공헌부문 등을 수상하며 의료와 사회공헌 분야에서 공적을 인정받았다.

“의사는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고, 평화는 생명을 지키는 가치있는 일이다. 결국 둘 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중앙보훈병원장으로 재직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가까이서 만났다. 보훈의 가치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일 역시 생명을 존중하는 또 다른 실천이다.”

허 관장은 의료인과 평화기념관장이라는 두 역할이 결코 낯선 조합이 아니라고 말한다. 관장직을 수락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오랜 세월 의사와 교육자로 살아오며 얻은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이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곳이라면 평화는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이제는 역사와 기억, 그리고 평화의 가치를 통해 공동체의 미래를 치유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힌 과제는 기념관의 디지털 혁신이다. 젊은 세대는 설명보다 체험을 통해 배우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판단한다. 아무리 훌륭한 역사도 전달 방식이 시대와 맞지 않으면 사람들의 마음에 닿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1950년 부산 피란민의 삶을 체험하거나 참전용사의 시선으로 전쟁을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지금의 자유와 평화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공감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국제 교류 확대 역시 주요 목표다. 허 관장은 한국전쟁이 대한민국만의 역사가 아니라 세계 22개 참전국이 함께 지켜낸 자유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참전용사 후손들과 한국 청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살아있는 평화교육의 장을 만들겠다는 것. 참전용사인 할아버지가 지켜낸 나라를 손자가 방문하는 경험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평화와 자유를 배우는 역사 교육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부산이 가진 역사적 자산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와 유엔평화기념관, 피란수도 유산이 공존하는 도시는 부산뿐이라는 것이다. 허 관장은 “부산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희망의 도시이자 평화의 도시”라며 “유엔기념공원과 유엔평화기념관, 피란수도 유산을 하나의 평화벨트로 연결한다면 세계적인 평화교육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가 생각하는 유엔평화기념관의 존재 이유는 단순한 전쟁기념시설이 아닌 과거를 기억하되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를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설인 기념관이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운영돼야 한다는 지론이다. 허 관장은 특히 재임 기간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로 ‘세계적인 평화교육 플랫폼 구축’을 꼽았다. 건물을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자라 세계 곳곳에서 평화의 숲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72세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자신의 인생을 ‘사명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젊은 시절은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사명을, 이제는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사명을 실천하겠다는 생각이다. 수술실에서 생명을 지켜온 의사. 이제 그는 유엔평화기념관에서 미래세대의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을 심는 또 다른 수술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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