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HVDC 경쟁력으로 국가 전력망 잇는다

이점재 기자 2026. 6. 2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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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동서울 1,463억 수주… 기술·생산·시공 삼각축 앞세워

'육상·해저 턴키' 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글로벌 시장 정조준

대한전선이 국가 핵심 전력망 사업인 500kV HVDC 동해안~동서울 건설공사를 수주하며 초고압직류송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형 전력망 사업 수주를 계기로 기술 개발, 생산 인프라, 시공 역량을 결합한 '턴키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대한전선은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500kV HVDC 동해안~동서울 건설공사 EP2단계 사업을 수주했다고 17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1,463억 원이다. 대한전선은 이번 사업에서 500kV HVDC XLPE 케이블과 관련 부속 자재의 제조·공급은 물론 시공까지 일괄 수행한다.

동해안~동서울 HVDC 사업은 동해안 지역의 원자력·화력발전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한 국가 전력망 구축 사업이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멀어지는 구조 속에서 장거리·대용량 송전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은 국내 전력계통 안정화와 에너지 전환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번 사업은 500kV급 HVDC 전력선 2개 공구와 70kV급 중성선 1개 공구로 구성된다. 대한전선은 약 86km 규모의 500kV HVDC XLPE 케이블 시스템을 공급하고 설치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는 대한전선이 HVDC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이 국내 핵심 전력망 사업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VDC는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유리하고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 해상풍력 연계, 국가 간 전력망 연결, 수도권 전력 수요 대응 등 미래 전력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전선은 국내 최초로 500kV HVAC 케이블 시스템을 개발·상용화하고 북미 시장 등에 공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HVDC 분야까지 기술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국내 최초의 500kV 전류형 HVDC와 525kV 전압형 HVDC 케이블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초고압직류송전 시장 진입 기반을 강화했다. 해당 기술들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국가 전력망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크다.

경쟁력의 핵심은 단순한 케이블 제조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전선은 고전압 케이블 설계·생산 기술, 장거리 송전 프로젝트 수행 경험, 현장 시공 역량, 품질 검증 인프라를 결합해 대형 전력망 사업을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동해안~동서울 사업도 제조와 공급, 시공을 함께 맡는 턴키 방식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HVDC 프로젝트 참여 확대의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전망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대한전선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대한전선은 미국에서 320kV급 HVDC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북미 시장 입지를 넓혔고, 영국 전력망 운영사 내셔널그리드와 HVDC 케이블 시스템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해 유럽 시장 공략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와 재생에너지 연계 수요 증가 속에서 대한전선이 국내 기업을 넘어 글로벌 HVDC 공급망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한-EU 에너지 전환 상생포럼에서 해양 인프라 전문 기업인 얀데눌, 보스칼리스와 각각 HVDC 해저케이블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해상풍력과 해양 인프라, 해저케이블 설치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대한전선은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저케이블 제조와 해상 시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미래 비전의 중심에는 '육상 HVDC'와 '해저 HVDC'의 동시 확장이 있다. 국내에서는 동해안~동서울에 이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가 예고돼 있고, 해외에서는 해상풍력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초고압 케이블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대한전선은 이 흐름을 장기 성장 기회로 보고 HVDC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생산 인프라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에 HVDC 전용 테스트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640kV급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해저케이블 2공장도 건설 중이다. 해저케이블 2공장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187m 높이의 VCV 타워 등 최첨단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고전압 케이블의 절연 품질과 장거리 생산 안정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이번 투자는 글로벌 초고압 해저케이블 시장 진입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시공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최근 1만 톤급 케이블 포설선인 '스칸디 커넥터'호를 추가 확보했다. 기존 '팔로스'호와 함께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 선대를 구축함으로써 생산에서 운송, 시공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는 제품 공급뿐 아니라 해상 시공 능력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수주 경쟁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선대 확충은 향후 글로벌 해상풍력 및 국가 간 전력망 프로젝트 참여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오랜 기간 추진해 온 HVDC 기술 개발과 생산·시공 역량 강화 노력이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국내 HVDC 사업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국가 전력망 사업과 글로벌 전력망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HVDC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국가 전력망 안정화와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해외에서는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초고압·해저케이블 프로젝트 수주 기반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기술 국산화와 대규모 설비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을 결합한 대한전선의 행보가 국내 전선 산업의 고부가 전환을 이끄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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