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더니 더 힘들어” EU 복귀 외치는 英…스타머 22일 사퇴 표명 가능성

20일 영국 런던 도심에서 EU 재가입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로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가결한 지 10년 만이다. 영국이 EU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고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될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10년간 저성장, 고물가, 사회 혼란 등이 심각해지자 EU 복귀를 원하는 국민이 늘었다.
2024년 7월부터 집권 중인 키어 스타머 총리 또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집권 노동당은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대패했고 스타머 총리의 지지율 또한 계속 하락세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은 빠르면 22일 스타머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을 점쳤다. 사퇴한다면 브렉시트를 투표에 부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를 필두로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낵 전 총리(이하 보수당 소속), 스타머 총리에 이어 10년 만에 7번째 총리가 등장하는 셈이다. 브렉시트 후 10년간 계속된 혼란과 잦은 총리 교체가 영국 사회 전반의 위기를 상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경제난에 ‘EU 복귀’ 정서 확산

이 시위를 주최한 클레어 홀 씨는 ITV에 “완전한 EU 재가입을 원한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았고 (EU산) 식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행정적 절차가 너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싱크탱크 정부연구소(IFG)의 질 러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외신기자협회(FPA) 회견에서 “10년 만에 재가입 논쟁이 부상한 이유는 브렉시트가 기대했던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국민은 국민투표 당시 찬성 51.9%, 반대 48.1%로 브렉시트를 가결했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부결이 우세했지만 대영제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보수 노년층, 세계화 등에서 소외된 블루칼라 유권자 등이 대거 찬성해 이변이 일어났다.
‘브렉시트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표 당시부터 찬반 논쟁이 극심했던 이 투표의 후유증은 이후 10년간 영국을 분열로 몰아넣었다. 경제적 악영향도 컸다. EU라는 거대 시장을 잃었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동유럽 이민자의 유입도 끊겼으며,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도 고립됐다. 이 와중에 발발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고물가를 고착화시켰다.
또 동유럽 이민자가 차지했던 저임금 일자리를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이민자 등이 대체하면서 브렉시트 찬성파가 기대했던 반(反)이민 효과 또한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영국인 사이에서는 ‘브렉시트’와 ‘후회(regret)’를 합한 ‘브레그렛(Bregret·브렉시트에 대한 후회)’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간 EU 복귀를 금기시했던 정치권에서도 달라진 여론을 바탕으로 재가입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 스타머, 22일 사퇴 표명 가능성

특히 노동당 대표직을 두고 스타머 총리와 경쟁 중인 앤디 버넘 하원의원(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 또한 18일 맨체스터 메이커필드 선거구의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차기 총리 자리를 넘보는 ‘잠룡’으로 꼽혀 온 버넘 의원의 원내 입성으로 스타머 총리의 실각은 시간문제가 됐고 그가 빠르면 22일 사임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버넘 의원은 당선 기념 연설에서도 “지금이 변화의 순간이다. 영국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며 총리직 도전 의사를 강조했다. 정계에서는 현직 총리가 임기 중 당내 경선이라는 굴욕을 치르기 전에 자진 사퇴 일정을 발표하는 전례를 따를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텔레그래프는 버넘 의원의 승리 후 스타머 내각의 주요 장관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기류 변화가 있었으며, 총리직 고수 의사를 강조했던 스타머 총리 또한 입장을 재고하게 됐다고 논평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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