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보다 ESS"… K배터리 전략 바뀐다
공공 조달시장 키우는 韓정부
ESS설비 2029년 2.22GW 구축
햇빛소득마을에도 적극 활용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한 美
시장규모 49.5GW→132GW로
국내3사 생산 거점 늘려 대응

전기차(EV) 캐즘(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중심이던 생산 전략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한미 정부가 주도하는 ESS 시장 확대가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부상했다는 평이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ESS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생산 역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생산 전략을 전기차 중심에서 ESS 중심으로 일부 이동시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ESS 신규 설치 규모는 2024년 49.5GW 수준에서 2030년 131.75GW 안팎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ESS 시장 성장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저장설비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ESS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ESS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제품 인증과 설계 변경 부담이 작고 장기 공급 계약 비중이 높아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 일부 전기차용 생산능력을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공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전기차 중심 생산체계의 유연성을 높여 고객 수요에 따라 ESS용 공급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생산 전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생산능력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큰 폭 확대가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약 5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온은 2026년 이후 연간 150GWh 이상 생산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며, 삼성SDI는 중장기적으로 2027~2028년 100GWh 이상 중대형 배터리 생산 역량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국내 수요의 성장세도 예상된다. 정부는 ESS 중앙계약시장을 필두로 배전망 ESS, 햇빛소득마을 등 단계별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민간 수요를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전력거래소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로 대규모 송전망에 ESS를 설치하기 위해 ESS 사업자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총 2차에 걸쳐 1.08GW 규모의 설비 공고가 계약됐다. 방전 가능 용량으로 따지면 6.7GWh에 달하는 규모다. 2029년까지는 총 2.22GW 규모로 ESS가 구축될 예정이다.
배전망에도 2030년까지 485㎿ 규모로 ESS를 설치한다. 방전 가능 용량으로는 2.4GWh 규모의 배전망 ESS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돼 유휴 용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발생한 발전 수익을 마을 공동기금이나 주민 소득으로 공유하는 햇빛소득마을에도 ESS가 활용될 예정이다. 2030년까지 2500~3000개가 조성될 것으로 보이는 햇빛소득마을 중 송전망이 연결돼 있지 않은 마을에는 ESS를 통해 연결성과 망 안정성을 보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급되는 ESS 용량은 수백 ㎿일 것으로 예상된다.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히 ESS의 양적 확장 외에도 차세대 ESS의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우위를 지닌 범용 LFP 배터리 외에 바나듐 흐름 전지 등 한국이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비리튬계 배터리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 주도의 ESS 확장 정책이 중장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현재 정책 수단들은 가격 신호나 전력망의 근본적인 수용성 개선보다는 '재정 보조'와 '인위적인 장기 계약 시장'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억지로 맞추는 미봉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강인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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