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칼 갈았다" 독기품은 CXMT…생산량 확 늘려 삼전닉스 맹추격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2026. 6. 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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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허덕이던 CXMT 대반전 … 中 '반도체 굴기'
8조원 누적적자 단숨에 털고
상장으로 6.6조원 조달해
기술개발·팹 건설에 '올인'
韓기업 영업이익 현금 나눌때
CXMT는 직원 스톡옵션 보상
중국 최대 D램 생산업체인 CXMT의 베이징 팹 전경.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10년 동안 한 자루의 칼을 갈아 서릿발 같은 칼날을 오늘 시험한다."

상장을 앞둔 중국 1위 D램 회사 CXMT에 대해 한 중국 경제매체는 이렇게 표현했다. 2016년 설립돼 마침내 상장에까지 도달한 CXMT의 지난 10년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동시에 지난 수십 년간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의존해온 중국이 완전히 독립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로또'가 된 게 아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막대한 적자를 일거에 털어내고 본격적인 생산능력 확장과 기술 개발에 들어갈 수 있는 '천운'을 만들어줬다.

◆ 4년내 D램 점유율 20%가 목표

최근 CXMT가 제출한 상장 서류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손실액은 366억5000만위안(약 8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설비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비용도 2025년 246억8000만위안(약 5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메모리 초호황으로 일거에 이런 손실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CXMT는 매출 617억위안, 순이익 71억위안을 달성하며 설립 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508억위안, 순이익 330억위안(약 7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기업공개를 통해 292억위안(약 6조6000억원)의 자금이 단숨에 들어온다. 올해 들어오는 현금만으로 기존의 손실을 털어버리고 더 공격적인 생산량 확장에 나설 수 있다. CXMT는 현재 본사가 있는 허베이와 베이징에 총 3개의 팹을 갖췄는데 상하이 신규 팹 투자 계획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CXMT의 목표는 2030년까지 마이크론을 제치고 D램 분야 세계 3위에 오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7%대 점유율을 2배 이상 늘려 20%대로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CXMT는 DDR4, LPDDR4X 같은 저가 시장과 중국 내수 시장을 잠식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다. 그동안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사실상 한국 기업들이 장악해왔다. 2020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전 세계 D램 수요의 43%를 차지했지만 중국 브랜드 D램을 쓰는 중국 기업들은 없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한 삼성전자 D램과 우시에서 생산된 SK하이닉스 D램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CXMT를 비롯한 토종 D램 기업들이 부상하면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 정도까지 올라온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역행할 일은 없다고 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최고경영자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유출과 중국의 부상에 대해 안이했다. 그 점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것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국에 위협적인 것은 CXMT의 기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가 한국 타도를 앞세워 밤낮없이 일하는 것이 과거 일본을 타도하려던 한국을 보는 것 같다"며 "한국은 내분에 빠져 위기감이 전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메모리 초호황에서 나온 수익을 직원들과 사회에 나누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데 반해 CXMT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상장 전인 CXMT의 지분 중 36%를 허베이성 지방정부와 중국의 국가 반도체 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 돈으로 키운 회사가 CXMT인 셈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내년 이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에 따라 '치킨게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킨게임이 벌어졌을 때 CXMT의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CXMT와의 가격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 삼성 출신도 스톡옵션 받아

CXMT는 한국 기업들처럼 영업이익의 N분의 1을 직원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 주식 인센티브를 통해 인재 보상을 해주고 있다.

CXMT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최소 2조위안(약 450조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 중국 기업 가운데 10위 안에 들어간다. 현재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주식들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전체 기업 중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번 상장으로 주식 인센티브를 받은 CXMT 직원들의 보유 주식은 1인당 수억 원의 가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CXMT가 2021년과 2023년에 엔지니어 등 핵심 인재 총 7000여 명에게 대대적으로 주식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주이밍 CXMT 회장은 자신이 상장에 따른 성과급으로 받게 될 주식의 50%도 직원들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이는 직원 1인당 100만위안(약 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직원들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를 주는 것 같지만 이는 모두 주식으로 지급될 뿐만 아니라 장기간 매매 제한도 걸려 있다. 주식마다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매도할 수 없다.

막대한 성과를 받는 임원 중에는 과거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중국 임원들도 있다. 삼성전자에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일하다가 2019년 CXMT에 입사한 왕단 이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배우자와 함께 약 700만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상장 시 2억위안의 가치가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스톡옵션을 받으면서 CXMT로 이직한 한국인 엔지니어들도 CXMT 상장으로 막대한 부를 챙길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3월 CXMT에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받은 전 삼성전자 연구원도 스톡옵션을 제공받았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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