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노골적 인텔 밀어주기에…파운드리 2위 삼성 고심도 커져
메모리 팹도 美에 지어달라
트럼프, 韓기업에 요구할수도

"미국은 반도체의 모든 것을 설계하지만 이제는 미국 땅에서 제조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칩을 설계·제조하기 위해 인텔을 돕기로 결정했다."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애플이 인텔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것을 밝히면서 이처럼 적었다.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반도체 제조를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미국 기업인 인텔을 직접 지원하는 게 미국 속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란 전쟁이 해결 국면에 들어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초호황을 맞으면서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분석까지 나온다. 당시 일본 D램 업체들의 공세에 미국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자 미국은 협정을 통해 일본의 가격 덤핑을 막았다. 이는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세계 1위에 오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행정명령을 통해 반도체와 파생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직접 쓰이는 반도체가 제외되고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제품은 관세 면제 대상이 됐다.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길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팹을 미국에 짓는 것을 한국 기업에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마이크론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 않다.
다만 2027년 중순부터 아이다호주의 마이크론 팹과 2030년 뉴욕주 팹이 가동하면 마이크론 제품이 곧장 미국 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지금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대부분 미국 빅테크에서 나오고 이 반도체가 미국에 건설하는 AI 데이터센터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 안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특히 미국이 최근 몇 년간 AI 인프라스트럭처 제조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웨이퍼뿐 아니라 웨이퍼를 갖고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팹, 반도체와 각종 전자부품을 조립해 서버를 만드는 공장 등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한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A부터 Z까지 구축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 제일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 미국과 대만 사이에 한국 기업이 포위되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팹을 구축하면서 이미 많은 빅테크 고객을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지원하면 삼성 파운드리는 현재의 2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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