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미-이란 MOU 무기한 연장될 수도” 트럼프 ‘이란 제재’ 설계자
“MOU는 호르무즈 개방용 단기처방일 뿐”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이란 최대 압박 정책을 설계했던 핵심 인사가 최근 미·이란 양해각서(MOU)에 대해 “호르무즈해협을 열기 위한 단기 처방”이라며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무기한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19~2020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란 대량살상무기 대응 담당 국장을 지낸 리처드 골드버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고문은 19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우회로 건설 등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의 전략적 가치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직 이란 정부의 제재 대상이다.
―트럼프 지지층 일각에서도 ‘군사 작전과 압박으로 얻은 지렛대를 너무 빨리 내준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란이 미국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보나?
“누가 더 얻었냐를 말하기는 이르다. 미국이 어떤 형태로 제재를 면제해주는지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건에 따라 이란이 손에 쥐게 되는 자금이 수십억달러에서 수백만달러까지 달라질 수 있다.”
―양해각서의 본질적인 성격은 무엇인가?
“이번 양해각서는 근본 해결책이기보다는, 호르무즈해협을 열어 에너지 시장의 충격을 피하기 위한 단기 처방이다. ‘호르무즈 대 호르무즈’ 거래다. 미국이 이란에 제공하는 석유 판매 제재 유예 조치는 이란이 60일 동안 해협을 통제하지 않는 대가로 기회비용(통행료)을 보전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000억달러(약 460조원) 재건 기금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이란이 테러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정상 국가로 탈바꿈할 때나 가능한 ‘장밋빛 환상’ 같은 제안이다. 현 이란 정권 체제에서는 실제 지급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동결 자금 통제권을 이란이 갖게 된다는 합의 내용도 우려를 낳고 있다.
“돈의 규모만큼이나 자금의 통제 구조가 중요하다. 합의문에는 이란 중앙은행이 최종 수혜자를 지정한다고 되어 있으나, 자금이 이란으로 직접 들어가는 구조는 아닐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한국에 있던 이란 동결 자금이 카타르 에스크로 계좌로 이전됐을 때의 방식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란이 지급 요청과 송장을 제출하면 제3국 은행이 이를 미국에 제시하고, 미국이 수혜 회사와 물품, 최종 사용자 등을 검증한 뒤 승인하는 방식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도 아마 그런 식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미국이 카타르에 동결된 이란 자금 60억달러(약 9조원)를 인도주의 물품 구매에만 쓰는 조건으로 해제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번에 결정되는 방안이 향후 이란 동결 자금 처리 방식을 규정짓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해각서가 결국 최종 합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로 들린다.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양해각서가 무기한 갱신되는 것이다. 이란이 돈을 충분히 확보해 ‘강한 압박을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하거나, 반대로 미국과 국제사회가 호르무즈해협 의존도가 낮아졌고 석유 재고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와야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양쪽 모두 ‘호르무즈 대 호르무즈’ 거래에서 상호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계속 연장될 것으로 본다.”
―최종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란의 핵 위협은 어떻게 관리되나?
“일련의 군사 타격을 통해 이란의 원심분리기 제조 인프라, 연구시설, 미사일 생산 능력, 핵무기 관련 인적 자원은 큰 피해를 보았다. 현재 이란의 위협은 대량살상무기 수준에서 ‘해적’ 수준으로 격하됐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에서 이란 핵 저지의 핵심 수단은 양해각서가 아니라 ‘미드나이트 해머’와 ‘장엄한 분노’ 같은 군사 작전이며 양해각서는 그 군사적 성과를 유지하면서 해협을 닫지 않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레버리지는 ‘다시 폭격하겠다’는 것인데, 군사력을 쓰면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닫힌다. 그런데도 이란이 양해각서에 동의한 이유가 미국의 우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나?
“그것이 핵심 질문이다. 이란 내부 강경파는 에너지 시장 붕괴로 미국이 먼저 양보할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셰브론과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가 ‘재고가 몇 주 치밖에 안 남았다’고 경고한 상황에서도 유가가 치솟지 않았다. 미국이 상선 보호 작전을 통해 일부 원유를 수송할 수 있음을 보여주자 이란 내부에 공포도 생겼을 것이다. 이란 내 현실론자들이 봉쇄 장기화에 따른 은행 시스템 위기, 민심 동요 등을 우려했고, 결국 이란 지도부는 석유 판매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차선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60일 뒤 양해각서 갱신 시점에 분쟁 재발이나 유가 재급등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 중간선거를 의식한 미국이 오히려 더 불리한 조건, 즉 더 높은 갈취성 가격을 받아들이도록 내몰릴 위험이 있다. 그게 미국에게 위험한 지점이다.”
―호르무즈해협을 무기로 삼는 이란의 협박에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양해각서가 연장되는 동안 에너지 재고를 충분히 채워 재봉쇄가 벌어지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대체 수송망을 구축해 호르무즈해협의 전략적 가치 자체를 낮춰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루 200만 배럴 수송 능력의 우회 송유관을 건설 중인데 현재 공정률이 50%다. 중동 산유국은 자금력이 풍부하고 인허가 장벽이 낮아 매우 빠르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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