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당 1600만원 ‘역대 최고’ 공사비…여의도부터 줄줄이 인상 예고
인근 목화보다 16% 높은 수준
‘명품’ 설계·커뮤니티 경쟁 격화
자재비·인건비·금융비도 압박
일반 분양가도 오를 가능성 높아

여의도 광장아파트가 제시한 평당 공사비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건 단순히 적은 세대수 탓에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했기 때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 달 전 여의도에서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목화아파트도 재건축 후 단지 규모가 광장에 비해 불과 2가구 많은 416가구다. 그럼에도 평당 공사비는 1370만원으로 광장이 16% 비싸다.
최근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솟는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주된 요인은 소유주들의 고급화 경쟁이다. 초고층, 초호화 설계를 통해 자산 가치 상승을 극대화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이런 경쟁은 선호지역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부자들의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가성비’를 따지기보다 ‘명품’ 아파트를 만드는 게 분담금을 내더라도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여의도의 경우 대교아파트가 유명 해외 설계사인 ‘헤더윅스튜디오’와 전면적인 협업을 내세우면서 이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분위기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높아진 자재비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래미콘 혼화제, 방수재, 아스콘 등은 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유가가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동안 밀렸던 수요 탓에 자재들의 공급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은 안정화되더라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한 번 오른 가격은 과거 수준까지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종전이 곧바로 건설공사비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4월 건설공사비지수가 작년 12월 대비 3.2% 올랐는데 올해 연간 최소 5%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와 금융비용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주 52시간제에 이어 최근 개정된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건설사들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이어지면서 산업안전과 관련된 교섭이 확대될 경우 공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길어진 공기는 결국 사업장이 일으킨 대출의 기간이 늘어난다는 뜻이고 이는 금융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반도체와 증시 호황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라 공사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업비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비용 상승이 조합원들의 부담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들에선 조합원들이 당장의 분담금을 감수하고서라도 향후 가치 상승을 기대하거나 스스로 주거의 만족을 위해서 높은 공사비를 감내한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담인 상황에서 부담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공사비를 높게 책정했을 것”이라며 “평당 공사비 1590만원이 기준점으로 작용해 인근 단지에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현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도 “공사비가 오른다는 건 가격의 하한가가 재설정된다는 뜻이며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시장의 흐름은 이와 충돌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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