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부 리그 기준에 '성장성'도 반영"
시총 작은 혁신기업 감안해
매출·영업이익 증가율 활용
승강제 9월 공개, 내년 시행
특정기업 불이익 없게 할것

"시장의 역동성을 갉아먹는 부실 기업들이 코스닥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입니다. 이들의 퇴출과 함께 '코스닥 승강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되는 코스닥 승강제의 윤곽이 오는 9월 말께 드러난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1일 코스닥 30주년 행사에 맞춰 개편 방향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벤처업계와 중소형 상장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좀 더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 시점을 늦췄다.
코스닥 활성화의 키맨으로 꼽히는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부이사장)이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늦어도 9월 말에는 대략적인 개편안 내용을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본격 시행한다는 목표로 코스닥 승강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와 거래소는 코스닥을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 등 3개 리그(세그먼트)로 나누고 기업 규모와 실적, 지배구조 등에 따라 상·하위 시장 사이에 이동을 허용하는 승강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거래소가 승강제 시행 일정을 늦춘 것은 세그먼트 편입 기준을 둘러싼 시장의 일부 우려를 제도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벤처업계와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시가총액이나 재무 실적 중심으로만 세그먼트를 나누면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딥테크 등 코스닥 혁신 기업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민 부이사장은 이번 개편의 핵심 과제로 성장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꼽았다. 실제 거래소는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 등 성장성 지표를 프리미엄 세그먼트 기반 지수에 반영했을 때 도출되는 성과와 적합성을 분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정성만 앞세우면 기술주 시장인 코스닥의 혁신성과 성장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단순 대형주 묶음이 아니라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갖춘 '코스닥형 우량 성장주' 바스켓으로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승강제의 또 다른 축은 부실 기업 분리다. 거래소가 코스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으로 재편하려는 배경에는 우량 기업과 부실 기업이 한 시장에 섞여 있는 기존 구조가 코스닥 전체의 할인 요인이 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관리군에는 기존 관리종목과 투자주의 환기종목이 우선 포함될 전망이다. 거래소는 여기에 기존 제도상 관리종목이나 환기종목은 아니어도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한 기업을 추가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리군은 단순한 퇴출 대기실이 아니라 정상 세그먼트 복귀를 유도하는 장치로 설계된다. 부실 위험 기업을 별도로 구분해 다른 세그먼트로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해당 기업에는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구조다.
민 부이사장은 "관리종목과 투자주의 환기종목 외에 어떤 허들을 둘지는 컨센서스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충분히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속할 스탠더드 세그먼트는 코스닥의 '2부 시장'이 아니라 표준기업군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거래소는 스탠더드를 기본 축으로 두고, 성장성과 시장 신뢰를 입증한 기업이 프리미엄으로 올라가는 승급 사다리를 만들 계획이다.
벤처업계 일각에서는 일본의 시장 개편 이후 프라임 시장으로 자금이 쏠린 사례를 들어 낙인 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코스닥 승강제가 일본식 재편과는 구조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일본은 기존 시장 제1부 기업 대부분을 프라임으로 옮기며 시총 96.4%가 몰린 상위 시장 중심 구조를 강화했지만, 코스닥은 소수의 혁신 우량 기업만 프리미엄으로 선별하고 대부분은 표준기업군인 스탠더드에 둔다는 것이다.
민 부이사장은 "스탠더드는 코스닥의 기본 시장이고 일부 우량 기업은 위로, 부실 위험 기업은 아래로 분리하는 구조"라며 "특정 기업집단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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