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AI 안경으로…막 오른 차세대 디바이스 전쟁

고명훈 시사저널e 기자 2026. 6. 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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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위로 옮겨진 전장…삼성·애플, 차세대 웨어러블 승부
“기존 스마트폰 이용자가 초기 수요층”…생태계 경쟁 본격화

(시사저널=고명훈 시사저널e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AI) 안경으로 경쟁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첫 AI 기반 스마트안경 출시가 유력하며, 애플도 내년 첫 안경 형태의 신규 디바이스 출시를 목표로 구체적인 디자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5월25일 국내에 출시된 메타의 스마트안경 '인공지능(AI) 글라스'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선글라스 매장에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삼성·애플 합류로 시장 '지각변동'

두 회사가 차세대 디바이스 개발과 초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는 배경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선 스마트폰 시장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이 2007년 1세대 아이폰을, 삼성전자가 2009년 첫 갤럭시폰을 공개한 이후 양사의 스마트폰 경쟁은 20년 가까운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최근엔 주요 부품 가격 상승과 교체 주기 장기화 영향이 맞물리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 부진이 이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해 11억 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3년 이후 연간 최저 수준이다.

스마트폰 부품 업계 관계자는 "초기 스마트안경은 스마트폰, 워치 등과 연동해 함께 활용하는 형태로 갔다가, 나중에는 스마트안경 하나만 있어도 우리가 기존에 스마트폰에서 하던 모든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게다가 스마트폰은 보통 한 명당 하나씩 갖고 있지만, 안경 형태의 디바이스는 일상 안경, 패션 안경, 스포츠용 안경 등 사용 환경이나 용도에 따라 한 명이 두세 개씩 갖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손에 들고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얼굴에 직접 착용해야 하는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는 상대적으로 무게와 착용 피로도 등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에 디스플레이·배터리 등 핵심 부품에서의 기술 혁신과 안경 제조사와의 협업 등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아울러 조작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의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안경 시장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고 제품 활용성을 알리는 홍보·마케팅 전략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스마트안경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최근엔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 저변이 넓어지는 흐름이다.

황정호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마케팅 담당 상무는 "스마트안경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안경에 대한 시력 보험 혜택이 있다 보니 연말 보험 혜택을 소진하기 위해 스마트안경을 착용해 보려는 소비자가 많이 생기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고객 경험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안경에 대한 홍보가 되는 것 같다"면서 "조만간 (스마트안경 시장 확대와 관련해) 좋은 흐름으로 이어질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스마트안경 시장은 미국 빅테크 메타가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신규 진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메타의 글로벌 스마트안경 시장 점유율은 75.7%로 집계됐으며 샤오미, 레이니아오, 엑스리얼, 비튜어 등 중국 기업들이 그 뒤를 이었다.

초기엔 '스마트폰 보조' 성격 강할 듯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안경 시장에 본격 합류할 경우 현재의 점유율 구도에도 큰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스마트안경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보조 디바이스 성격이 유력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삼성전자·애플이 이미 확보한 스마트폰 이용자가 스마트안경 초기 수요층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통화, 메시지, 카메라, 지도, 결제, AI 비서 등 핵심 기능이 스마트폰 계정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 세계 iOS 활성 기기 기반이 25억 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모바일 운영체제(OS) 생태계인 안드로이드의 경우 구글 기준 190개국 30억 대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앞서 2024년 혼합현실(MR) 기반 헤드셋 디바이스 '비전프로'를 출시하며 공간 컴퓨팅 시장에 먼저 진입했다. 이듬해 삼성전자도 구글·퀄컴과 협력한 '갤럭시 XR'을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스마트폰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첫 확장현실(XR) 기기를 통해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두 제품 모두 아직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오히려 이들 기기를 향후 AI 안경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헤드셋을 통해 공간 인식, 시선 추적, 손동작 제어, 3D 콘텐츠, 음성 기반 AI 인터페이스 등 핵심 기능을 먼저 검증한 뒤, 이를 더 가볍고 실용적인 안경 형태로 구현해 나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내년 첫 스마트안경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디스플레이 없이 카메라와 마이크, 각종 센서를 포함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유력하다. 아이폰과의 연동을 통해 주요 기능을 수행하는 보조 기기 성격이 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애플은 스마트안경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와 자체 칩, iOS 서비스 생태계 등을 앞세워 초기 시장 선점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애플 연례 개발자 회의 'WWDC 2026'에서 공개한 차세대 AI 비서 '시리 AI'가 스마트안경의 핵심 기능으로 소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5월 구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26'에서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스마트안경을 최초로 공개했다. 스마트폰 핵심 기능을 보조하는 '컴패니언' 기기 형태로,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스피커와 카메라, 마이크가 내장돼 있어 실제 조작 없이 음성만으로 편의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구글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번역 등 AI 기능도 가능하다.

AI 안경 디자인에선 글로벌 안경 브랜드인 젠틀몬스터·워비파커와 협업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오는 7월 신규 폴더블폰을 공개하는 '갤럭시 언팩'에서 AI 스마트안경 신제품의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하고, 올 하반기에 정식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현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AI 안경은 삼성의 AI 비전을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모바일 리더십과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갤럭시 생태계 경험을 확장해 더 의미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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