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규 원전 2기 짓는 영덕...기대와 우려 공존

김영호기자 2026. 6. 21. 15: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민·상인 모두 희망...젊은 세대 복귀도 기대
안전 관리·주민 지원...현실적인 보상 이주대책 강조
'눈치 보기'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제기
신규 원전 유치 환영 현수막이 영덕군 강구면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7번 국도변에 게첨된 모습. 김영호 기자.
신규 원전 건설부지로 확정된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의 환영 현수막. 김영호 기자.
신규 원전 건설부지로 확정된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전경. 김영호 기자.
영덕군 영덕읍사무소 청사에 게첨된 '신규 원전 유치 확정 군민 감사' 현수막. 김영호 기자.

"이제 그럼, 진짜 짓는교?". "하도 어려워 문 닫을 생각도 했는데, 이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조금 더 버텨 봐야겠심더". 지난 20일 오후 영덕군 영덕읍 전통시장 곳곳에서는 원자력발전소 이야기로 가득했다. 지난 17일 신규 대형원전 2기 건설 부지로 확정된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한 상인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불황으로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원전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찾고 일자리도 생기고 소비도 늘어날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은 "건설 인력이 들어오면 숙소와 식당도 필요할 것 아니냐. 오랜만에 접하는 희망적인 소식"이라며 활짝 웃었다.

영덕군청을 비롯한 9개 읍·면사무소에 걸린 '신규원전 영덕유치 확정! 군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를 보며 민원실을 찾은 주민들은 오랜 노력 끝에 맺은 결실에 대해 축하의 말을 전하기 바빴다.

지역 특산물 영덕대게 집산지인 동해안 대표 항구인 강구항도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 어민은 "기름값, 인건비 상승에다 어획량도 줄어 수익은 예전 같지 않아 어민들도 매우 어렵다"며 "지역에 큰 사업이 들어오면 상권도 살아나고 사람도 늘어날 테니 좋은 일"이라고 했다. 횟집 주인도 "관광만으로 지역경제를 떠받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원전 건설 과정에서 수천 명이 오가게 되면 숙박과 음식업도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속에 임대안내문이 나붙은 점포만 봐온 주민들은 신규 원전 건설이 영덕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20대 청년은 "원전 건설은 지역의 마지막 기회"라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이 대구와 포항으로 떠나는 영덕에 젊은 세대가 돌아오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기대 만큼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안전 관리와 주민 지원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더불어 '찬성 86.16% vs 반대 14.84%'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갈등을 화합으로 바꾸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주민은 "신규 원전 건설은 영덕이 겪는 소멸 위기를 극복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보상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범영덕원전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이미상 석리 이장은 "주민들은 과거 천지원전 추진 당시 보상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기억이 생생한 만큼, 이번에는 정부와 한수수력원자력이 세심하고 현실적인 보상 및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정부와 한수원이 책임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치권 책임론도 제기됐다. 범영덕원전유치위를 중심으로 거리 서명운동과 주민 설득 노력을 주도하는 등 정치인이 아닌 절박한 심정으로 뛰어든 군민들이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원전 유치 과정에서는 눈치보기로 일관하다 유치가 확정되자 생색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주홍 영덕군수 당선인은 "천지원전 백지화로 군민들이 입은 정신적·경제적 아픔을 잘 알고 있다"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즉각 '소통정책위원회'와 '에너지믹스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경북도민일보 | www.hidomin.com | 바른신문, 용기있는 지방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