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이란 “호르무즈 재봉쇄”
미국은 부인, 종전 각서 공식 서명 21일로 연기
“남부 레바논에서의 충돌 계속 종전의 걸림돌”
이스라엘, 헤즈볼라 위협 핑계 대며 MOU 거부

미국과 이란이 지난 17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에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란군 사령부가 20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이란 국영 언론이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벌이고 있는 지속적인 적대행위가 걸프지역 전쟁 종식을 위한 새로운 합의에 주요 걸림돌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이날 레바논 남부지역 공습으로 적어도 16명이 사망했다고 레바논 당국이 발표했다.
이스라엘, 헤즈볼라 위협 이유로 MOU 수용 거부
MOU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 잠정 합의가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응하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 "호르무즈 봉쇄, 선박들 접근 금지"
이란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됐다. 선박들은 (해협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약속에는 약속, 행동에는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다. 만일 적이 약속 이행을 거부한다면 반드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주장 부인
미국 중부사령부는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는 이란 쪽의 주장을 부인했다. 미 해군 대변인 팀 호킨스 대령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며 "통행은 계속되고 있고, 미군은 상황을 모니터하면서 통행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이란과의 협상을 이끌 J.D. 밴스 부통령도 14개조 MOU가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미국과 이란이 합의하고 서명한 MOU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투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14개조 합의의 제1조에 들어 있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공격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는데, 이는 최종 합의를 위해 필요한 자국 내 강경파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점령과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포함한 최종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안전도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최종 협상이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레바논 남부지역 점령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충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지역과 맞닿은 레바논 남부지역 점령군인 이스라엘군의 철수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활동지역인 레바논 남부의 넓은 지역을 "완충지대" 구축을 이유로 철수를 거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에 대한 위협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레바논 남부에 자국군을 주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철수하지 않는 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란도 이스라엘의 철수가 미국과의 합의에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7일의 MOU 서명으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는 19일 오후 4시(현지시각, 한국시각은 오후 10시)부터 전투를 중단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종전 합의 돌입 한 시간 만에 이스라엘군은 총 12회에 걸쳐 레바논을 공격했으며, 당일 적어도 47명이 사망했다. 다음날인 20일에도 이스라엘군 공격이 계속돼 최소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의 충돌은 헤즈볼라의 탱크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고위장교를 포함한 4명이 사망하면서 격화됐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종전 합의를 어기고 진격한 것에 보복 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의 반격 뒤에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와 베카 계곡 전역에 공습을 가해 83명이 사망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이란군 사령부는 '각서 위반'이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이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근거로 삼았다.
미국과 이란 대표단, 21일 맞대면 협의 위해 출국
미국과 이란 양국은 21일로 연기된 협의를 위해 고위관리들을 스위스에 파견했다. 21일 스위스에 도착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출발하며 "협상은 2~3일 이어질 것이라며 핵 문제와 레바논에서의 전투 중단 문제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서 "이란 쪽에서 논의하고 싶은 문제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21일 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함께 하기 위해 이미 스위스에 입국했으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도 스위스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방송도 이날 이란 협상 대표단이 스위스로 가기 위해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대표단에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 압돌나세르 헴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미국이 합의에 따른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스위스) 방문의 목적은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양해각서(MOU)는 협상단에게 핵 합의 등을 위한 최대 60일 간의 협상기간을 설정했는데, 이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두 달 안에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첫 임기 중이던 2018년 5월 이란과의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를 공식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는데,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 때인 2015년에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과 체결한 JCPOA는 체결까지 18개월 이상이 걸렸다. 오바마 정권은 당시 JCPOA 체결 때 이란에 17억 달러를 제공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퍼주기'라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잠정합에서 트럼프 정권은 이란 쪽의 배상 요구에 3000억 달러 규모의 거액을 이란 재건 및 경제발전 지원 명목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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