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언의 노무현재단 공격, 반색하는 보수언론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2026. 6. 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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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사위'가 '노무현 정신 계승' 기관 정조준
유시민 비판 속에 재확인되는 마녀사냥의 법칙
노건호의 중재에는 선택적 반응을 보인 언론들
노무현 사후에도 끊이지 않았던 조롱과 왜곡
곽상언이 민주진영 겨냥하자 언론 호응 폭발적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 조종사 대접' 이유
노무현 전 대통령 딸인 노정연 씨와 사위인 곽상언 의원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5.23. 연합뉴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이 노무현재단과 유시민 작가를 향해 거친 비판과 문제를 제기했다. "노무현재단 운영 유튜브 채널 동영상 전체 개수의 68%에 유시민 전 이사장이 등장한다", "재단이 실질적으로 누구를 홍보한다고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꽤 많은 돈을 번다는 얘기도 들은 적 있다. 그 수익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저는 잘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혈연이자 상징적 상속인 중 하나가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표방하는 핵심 기관과 그 중심 인물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에 이 발언들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과 의혹 제기는 대부분 정당한 근거가 부족하며,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정신'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노무현재단을 거대한 시민 참여형 조직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유시민 작가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과 관련된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명백히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더욱이 재정 운영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재단의 공적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노무현재단의 재정 상황은 내부 및 외부 전문가의 감사를 받고 모든 수입과 지출 내역은 공식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건호 씨가 직접 나서 중재를 하면서 '노무현재단은 세계 정치사에서 유례없이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훌륭히 운영되어 오고 있고, 여기에 유시민 전 이사장 등이 큰 기여를 해 왔다'며 일부 사실을 바로잡았다.  
관련기사 화면 갈무리

그러나 곽상언 의원의 발언을 자극적 표제 아래 강조하며 퍼나르던 주요 족벌 언론들은 정작 노건호 씨의 차분하고 객관적인 발언은 외면하거나 작은 지면만을 할애했다. 족벌 언론과 보수적 주류 언론들에게는 진실보다는 '노무현 정신 계승'을 말하던 인물들 사이에서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신나고 반가운 구경거리였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목격된 여러 사회적 징후 중에서도 가장 깊은 씁쓸함을 남기는 대목은 바로 '마녀는 다른 마녀를 지목할 때만 발언권이 있다'는 비극적 법칙의 재확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득권 카르텔과 족벌 언론에 의해 가장 조직적이고 지독한 마녀사냥을 당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이었다.

그가 대통령직에 재임하던 시절에도 주류 언론들은 그의 정책, 학력, 심지어 일상적인 말투까지 꼬투리 잡아 사회적 혐오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그를 향한 공격은 그가 청와대를 떠나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간 이후에 오히려 정점을 찍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반부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라는 거대한 저항에 부딪혔다.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독재의 후예들은 국면을 전환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돌파구로 '노무현 죽이기'라는 가장 손쉽고 잔인한 카드를 선택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그리고 기득권 언론이 삼각 편대를 이룬 합동 공격 속에서, 노무현은 '정의로운 척하면서 뒤로 검은 돈을 받은 위선적 정치인'이라는 헤어 나오기 힘든 올가미에 갇히고 말았다.

이 사냥은 그의 부인과 자녀 등 온 가족을 샅샅이 뒤지고 먼지를 터는 '가족 인질극' 형태로 발전했다. 매일 저녁 방송 뉴스 헤드라인과 아침 신문 1면은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악의적인 왜곡으로 도배되었고, 전사회적인 돌팔매질과 인격적 조리돌림 속에서 결국 그는 비극적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일베'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특정 손가락 모양으로 인증샷을 찍는 등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행위를 벌였다. 조수진 변호사 페이스북

가장 끔찍한 것은 이 잔혹한 사냥의 과정에서 잉태된 왜곡된 프레임이 그의 죽음으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롱과 혐오의 언어들은 오늘날까지도 온라인 공간을 떠돌며 고인을 모욕하고 희화화하는 일베류의 하위 놀이문화로 이어지는 씨앗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의 자녀와 후손들 역시 철저한 피해자였다.

족벌 언론과 대다수 주류 미디어는 그들을 마녀사냥의 소모품으로 취급했다. 그들에게는 스스로를 변호할 기회도,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마이크도 잘 주어지지 않았다. 주류 언론은 노무현과 그 일가 전체를 파렴치한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데 열심이었고, 심지어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책임마저 유족들에게 떠넘겼다.

자신들이 휘두른 펜과 칼이 문제였다는 반성은커녕, '가족들의 탐욕과 잘못 때문에 노무현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는 기막힌 적반하장의 논리를 유포했다. 이러한 프레임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보수 언론과 일부 지식인들에게 공유되며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그 결과 노무현의 자녀와 후손들은 지금까지도 일베식 조롱 문화에 시달리고 있다.

노건호 씨가 이번에 올린 글에서도 "지금의 10대들은 참여정부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친구들"인데 그들 속에서 "고인에 대한 모욕과 폄훼 조롱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표현하기도 어려운 고통과 참담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은 그동안 이러한 유족과 후손들의 고통과 하소연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곽상언 의원이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일 때만 해도, 주류 언론들은 그를 '누군가의 아들이나 사위라는 후광에 기댄 세습 정치인'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가두기 일쑤였다. 곽 의원이 '노무현은 마녀사냥 속에 억울하게 죽었고, 노무현과 그 가족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할 때, 그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쓰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조선일보는 과거에 노무현 죽이기에 앞장서며 유족들을 물어뜯던 장본인이다. - 관련기사 화면 갈무리

그러나 곽 의원이 조작과 부패를 저지른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에 일부 기권하는 등 민주당의 기존 노선과 다소 결을 달리하는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자 주류 언론의 차가운 눈빛은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민주진보 진영 내의 유튜브 매체들을 향해 비판적 시선을 드러내자, 언론의 관심과 호응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러한 유튜브 방송이 '유튜브 권력자'라면, 저는 그분들께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 곽 의원의 이 한마디는 주류 언론들에 의해 '소신 있는 정치인의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포장되어 대대적으로 추켜세워졌다. <주간조선>은 그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곽 의원 본인이 사용하지도 않은 "교주"라는 단어까지 사용해 '김어준 방송' 공격에 활용했다.

이러한 흐름은 곽 의원의 화살이 노무현재단과 유시민 작가를 향하면서 바야흐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금 족벌 언론과 주류 미디어, 종편 방송, 그리고 극우 성향의 수많은 유튜버들은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의 친사위마저도 노무현재단의 방만한 운영과 유시민의 횡포를 비판하고 있다'며 나팔을 불고 있다.

지금 이 언론과 방송들에게 곽상언 의원이 제기한 주장이 과연 타당하고 근거가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의 사위가 노무현의 계승자인 유시민을 비판했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유시민 작가 본인도 이런 현상의 바탕에 무엇이 있고 그 패턴과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지적한 바가 있다.

"언론은 내 말에 뉴스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아부꾼이라고 조롱할 목적으로나 인용한다. 그러나 내가 문재인과 이재명을 비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해도 된다.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아도 상관없다. 유시민이 문재인과 이재명을 욕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언론은 내 말에 엄청난 뉴스 가치를 부여해 기사를 수백수천 개 쏟아내고 앞을 다투어 인터뷰와 방송 출연을 요청할 것이다.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 조종사 대접을 할 것이다."(유시민,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118쪽)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했던 유시민 작가.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와 같은 방식과 패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반복되어 온 뿌리 깊은 메커니즘이다. 비극적 사례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지하 시인이었다. 군부 독재 정권과 밀착하며 기득권을 누려온 족벌 언론들은 김지하가 독재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을 때는 그를 '불온한 반체제 인사이자 용공 분자'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1991년 노태우 정권의 잔혹한 공안 탄압 국면에서, 김지하 시인이 민주화 운동 진영의 투쟁 방식을 비판하자 일제히 태도를 바꾸었다. 자신들이 그토록 증오했던 김지하를 '시대의 어둠을 뚫고 나온 용기 있는 양심적 지식인이자 진정한 어른'으로 추앙하며 그의 입을 통해 민주화 운동의 도덕성을 뿌리째 흔들려고 했다.

진중권 교수도 과거에 박정희의 개발독재 유산을 조롱하고 '안티 조선일보' 운동의 최전선에서 독설을 날릴 때는 주류 언론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과 언론 카르텔이 합작하여 벌인 '조국 몰이' 국면에서 진중권 교수의 독설과 비아냥은 민주진보 인사들의 '위선과 내로남불'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수 언론과 종편 방송, 심지어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들까지 앞다투어 그를 초대해서 그가 배설하듯 쏟아내는 거친 조롱을 매일같이 받아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선생님(할머니)의 경우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친일적 뿌리를 지우지 못한 족벌 언론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에 무관심했고, 한일 관계 회복의 걸림돌로 취급했고, 증언의 신빙성까지 의심했다.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대표에 대해서 서운함을 드러내고 불만을 표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앞뒤 자르고 말 한마디를 가져와 사골 국물처럼 우려먹으며 '윤미향 마녀사냥'에 불쏘시개로 활용했다. 사냥이 지나간 후, 바로 그 언론들은 다시 이용수 할머니의 고통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해결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으로 돌아섰다. 
'조국흑서'의 저자들. 왼쪽부터 김경율 회계사, 강양구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 천년의상상 출판사

이 모든 역사적 경험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분명하다. '민주진보 진영 내부에 심각한 부조리와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외부에서 외치는 것보다, 그 내부에서 함께하던 대표적 인물의 입을 통해 나올 때 훨씬 더 큰 관심과 그럴듯한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기득권 족벌 언론과 레거시 미디어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귀순과 고발'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것이다.

더욱이 이것은 민주진보 진영 내부의 구성원들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서로를 불신하고 등을 돌리고 멀어지게 만들기 마련이다. 민주진보 진영의 연대의 힘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기득권 체제와 권력을 지키려는 세력에게 가장 만족스럽고 비용이 적게 드는 정치적 성과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개 언론을 통해서 확산되고, 알만한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말을 보태면서 더욱 부풀려지고, 이어서 이름도 낯선 시민단체들이 등장해서 고발하고, 사정기관의 압수수색과 수사로 이어지는 상승 작용과 연쇄 폭발의 방아쇠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우리는 그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서글픈 마음으로 걱정하며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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