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구중력 6배…‘탑건’ 조종사처럼 전투기 훈련 받아보니

윤호 2026. 6. 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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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 체험
6G 상황서 ‘어지러움·시야 급감’
저압실비행훈련장에서 저산소 환경 적응을 위해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모습.[공군 제공]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본인 체중의 6배를 겪는 20초 동안 온 몸에서 땀이나요. 머리는 어지럽고 시야는 흐려지고,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 파열 직전 느낌이어요.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난 17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전투기 비행 중 발생하는 중력 가속도 극복을 위한 ‘가속도 내성 강화훈련(G-TEST)’를 체험했다. G-TEST는 공군사관학교 생도들도 첫 시도에서 다수가 기절하는 ‘악명높은’ 과정으로 유명하다. 강도 차이는 있겠지만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를 키우는 탑건을 배경으로 한 미국 영화 ‘탑건:매브릭’이 떠오르는 훈련이다.

일주일 전 1차로 테스트를 받은 기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긴 20초’를 겪었다며 체험을 만류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본 기자는 기자정신, 그리고 오기가 생겨 결국 훈련에 임했다.

가속도 내성 훈련에 임하자 긴장감과 함께 중력의 4배에 달하는 4G까지 완속을 먼저 경험했다. 관건은 L-1 호흡법‘과 ’가속도내성증진법‘(AGSM·Anti-G Straining Maneuver)을 얼마나 익혔느냐였다. 조종석에 앉은 후 호흡법에 대한 느낌이 왔냐는 교관의 질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큰 목소리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기세좋게 외쳤다. 그리고 실제 4G 완속 상황까지가 가장 힘들었다.

살면서 두 번 겪었던 이석증의 느낌이 단시간에 찾아왔다. 세상이 거꾸로 돌더니 이내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힘든데요”라며 교관에게 완속 4G 상황을 다시 한번 체험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체력 문제상 바로 6G로 돌입하는 게 나을 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절하더라도 부딪혀 보자.

지난 17일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진행한 가속도 내성 훈련을 받는 모습.[공군 제공]

“하체 힘주고, 허벅지 힘주고 엉덩이 힘주고, 사전 호흡 만든 상태에서 6G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스틱 당기세요. 호흡 교차 짧고 빠르게”

스스로를 6G의 ‘극한 상황’으로 내모는 스틱을 당겨야 작동하는 구조였다. 덕분에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의식불명의 지락(G-LOC) 상태에 빠질 경우 자연스레 훈련이 중단되는 효과가 있었다.

4G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어지러움과 시야가 좁아지는 ‘그레이아웃’(gray out) 현상이 순식간에 찾아왔지만, ‘20초는 어쨌든 20초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고개 똑바로 드세요”라는 교관의 외침이 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시키는대로 하면 살겠지, 고개를 들면서 의식이 비교적 또렷해졌다.

“하체에 힘을 주면 시야가 확보돼요”라는 직전 체험 기자의 조언도 갑자기 떠올랐다. 중력가속도가 높아질수록 원심력으로 인해 몸속의 피는 머리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몸 끝으로 향한다. 복근과 허벅지, 엉덩이에 최대한 힘을 줘 혈액이 아래로 쏠리지 않게 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살아남았다. 인간의 마음이 간사한 건지, 버티고 나니 할 만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때 생긴 자신감 때문인지 이후 훈련들은 수월했다. 공간감각상실(SD)훈련은 전투기 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행착각’을 체험하는 과정이다. 훈련 장비가 회전을 시작하자, 몸은 좌측으로 기울어져 내려가는 것 같은데 계기판은 ‘수평 비행’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만 “지금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지러움이 느껴질 거예요”라는 말과 무색하게 비교적 평안했다. “전정기관이 좋으신가 봅니다”라는 교관의 칭찬이 이어졌다.

저압실비행훈련장에서는 고고도에서의 저산소 환경 적응 훈련이 이어졌다. 인간이 산소 호흡기 없이 비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고도는 8000피트다. 그러나 2만5000피트에서 산소 호흡기를 벗으니 99%였던 혈중산소농도가 60%대로 급락했다.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산소 마스크를 쓸 때까지 또다시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 상태에서 전투기의 각종 장비를 조작하고 순발력있는 판단을 이어가야 하는 조종사에 대한 경외감이 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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