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3000원, 결제는 시늉만”…고물가에 뜬 ‘가짜소비·작은소비’
초저가 화장품·소용량 상품 매출 증가
배달·쇼핑은 ‘가짜 소비’로 대리만족
![한 시민이 지난 18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1/dt/20260621141719891rqew.png)
배달 앱에서 먹음직스러운 치킨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버튼을 누르지만, 돈은 빠져나가지 않고 음식도 오지 않는다. 끝 모를 고물가 시대가 만들어낸 이른바 ‘가상(가짜) 소비’의 풍경이다.
지갑은 얇아졌지만 쇼핑의 쾌감은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들의 생존법이 진화하고 있다. 단돈 3000원짜리 화장품으로 ‘작은 소비’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넘어, 이제는 결제 시늉만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씁쓸하고도 기발한 불황 속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삼중고’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갑을 완전히 닫기보다는 소비 욕구를 더 낮은 비용으로 해소하는 ‘작은 소비’가 확산하는 추세다. 일부 소비자는 작은 소비를 넘어 돈을 쓰지 않고 소비 행위만 체험하는 식으로 소비 욕구를 채우는 등 소비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소 뷰티 매출은 올 1∼5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지난 1월 출시한 초저가 쿠션을 비롯해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과 협업해 만든 ‘줌 바이 정샘물’ 제품군이 인기를 끈 결과다.
다이소의 뷰티 제품 흥행에 편의점과 대형마트도 3000원대의 초저가 상품 라인을 확대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CU의 뷰티 카테고리 매출은 올해 1∼5월 기준 전년 대비 31.1% 늘었다. 이는 스킨케어 제품과 색조 메이크업 제품 등 80종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뷰티 특화점’을 전국에 600개가량으로 확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GS25의 소용량 뷰티 제품군의 하루 평균 매출(이달 1∼17일 기준)은 출시 초기였던 2024년 12월 대비 596.7% 늘었다. GS25는 3000원 균일가 화장품 중심으로 뷰티 카테고리를 육성하고 있다.
대형마트도 초저가 뷰티 제품군을 확장하는 추세다. 이마트는 4900원대 균일가 브랜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를 선보였고, 롯데마트도 4900원대 균일가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가성비 뷰티존’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고물가 속에서도 외모 관리나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심리와 맞닿아 있다. 고가 제품 대신 소용량·초저가 제품을 선택하면서 지출 부담을 낮추되, 만족감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가성비를 따져 같은 가격에 더 많은 양을 얻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저가 제품을 여러 번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가상 소비로 소비 행위를 대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SNS에서는 배달, 쇼핑, 콘서트 예매 등의 소비 과정을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는 가상 사이트와 앱이 인기다. 대표적인 사이트인 ‘음식만안와요’에서 이용자는 배달 앱처럼 메뉴를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은 뒤 가상 결제까지 한다. 하지만 실제 음식이 도착하거나 돈이 결제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상품을 고르고 결제 단계까지 가는 행동 자체가 소비자에게 대리만족을 준다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이제까지 해왔던 소비를 줄이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작은 소비, 가짜 소비 행위를 여러 번 하면 할수록 만족감을 느끼는 횟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고물가 상황에서 이러한 소비 행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