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론·윤어게인’ 기승에… 2030, 잠실 버리고 홍대로 갔다

윤상호 2026. 6. 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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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참가자 "이번 사태는 좌우 정치 문제 아냐"
올공, 고령층 중심 부정선거론에 점차 힘 잃어
핸드볼 경기장 놓고 체육계 피해 우려도 커져
집회 참석자 "애국심에 나왔던 청년 모두 떠난다"
청년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재선거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집회의 주축을 이루던 2030 청년 세대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으로 시위 장소를 옮겼다. 초기 집회의 순수성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윤 어게인' 세력에 의해 변질되자 취한 조치다.

올림픽공원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윤 어게인 세력이 장악된 가운데 광화문에서는 전광훈 목사 등이 주최하는 집회가 열리면서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시작된 참정권 수호 집회가 진영 논리에 의해 변질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청년 단체 'BOSS 홍대'는 지난 20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피켓 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를 제외한 모든 깃발의 반입을 금지했으며, 주최 측이 배포한 '재선거' 피켓만을 사용하게 했다. 집회의 변질을 막기 위해 악기 사용 역시 전면 제한했다.

이들이 올림픽공원을 떠나 홍대로 향한 이유는 기성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확실한 선을 긋기 위해서다. '윤어게인' 등 강경 보수 세력이 외치는 부정선거론 대신,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불거진 '지방선거 재선거 필요성'이라는 상식적 담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청년은 발언대를 통해 "이번 사태는 좌우의 정치 문제가 아니고 진보·중도·보수의 성향 문제도 아니다"라며 "국민의 정당한 주권이 침해당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올림픽공원 집회는 점차 고령층 중심의 '부정선거론'이 주류를 장식하며 세력이 급격히 축소되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사전투표 폐지'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했다"는 극단적인 내용의 피켓까지 등장했다. 현장 참가자의 70~80%는 고령층으로, 성조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를 외쳤다.

21일 오전 10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도 참가자는 1000여명에 그쳐 초기였던 6일 기준 1만명에 비해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의 행보가 담론의 왜곡을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부정선거' 손팻말을 들고 올림픽공원 집회에 수차례 참석한 바 있다. 기성 정치권이 정략적 이익을 위해 음모론을 방조하고, 나아가 조장하고 편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집회가 장기화되면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이용하는 체육계의 피해와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 일부 단체들은 핸드볼경기장 내 업무 공간과 장비 접근이 차단되자 새 사무실 마련과 경기용품 재구매 등 대체재 마련에 나섰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들 단체의 행정적 피해 액수는 약 41억4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9일에는 시위 참가자 3명이 경기장 출입문 잠금장치를 훼손하고 무단 침입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는 20일 광화문 집회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올림픽 공원 집회 현장을 지켜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주최자가 없다 보니 당초 집회의 모토는 좋았으나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갈라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위시한 '자유와혁신'은 보수 강경층의 지지를 갈구하고 있고, 장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단체들까지 성조기를 들고 극단적 주장을 펼치자, 애국심과 정의감으로 광장에 나왔던 청년들이 모두 피로감을 느끼고 떠나가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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