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고등어가 돌아왔다”…고환율의 ‘역설’

국내산 고등어가 돌아왔다.
값싼 노르웨이산 고등어에 공세에 밀려 매대 구석으로 밀려났던 국내산 고등어가 다시 밥상 주인공으로 귀환했다. 글로벌 기상 이변에 따른 어획량 급감과 환율 급등이란 ‘공급 쇼크’가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덮치면서 시장 판도가 180도 뒤바뀐 것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1∼5월) 국산 고등어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9.4% 증가했다. 수입 고등어 매출이 5%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롯데마트에서도 올해 1∼5월 국산 고등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늘었지만 수입산 고등어 매출은 4% 증가에 그쳤다.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였던 수입산 고등어의 가격이 최근 수개월간 크게 오르면서 국산 고등어를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원인은 고환율. 거시경제 지표마저 수입산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고환율 기조가 길어지면서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수입 단가의 체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글로벌 해상 물류망 불안은 냉동 컨테이너선 운임료와 유류할증료를 끌어올렸고, 겹겹이 쌓인 부대비용은 수입산 고등어의 최종 소매가격을 30% 이상 치솟게 만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르웨이 앞바다를 덮친 유례없는 ‘공급 쇼크’도 국산 고등어 경쟁력 회복에 한몫했다. 전 세계 기후 변화로 수산자원 고갈 우려가 커지자, 올해 북대서양 연안국들은 고등어 어획 쿼터(TAC)를 지난해 대비 무려 48%나 줄였다. 여기에 기상 악화까지 겹치며 올해 5월까지 노르웨이 현지 생산량이 전년 대비 84.8%나 감소했다. 시장에 풀릴 물량 자체가 씨가 마르다 보니 국제 단가는 1㎏당 2달러에서 6달러로 단숨에 3배나 폭등했다.
소매가격으로도 수입산 염장 고등어 1손이 1만701원으로, 작년(8149원)보다 30% 넘게 올랐다.
반면 국산 냉동 고등어 10㎏ 가격이 지난해 5월 4만9348원(중도매인 판매가격 기준)에서 지난달 4만3771원으로 10% 넘게 떨어지며 국산 고등어 가격이 수입산보다 싸졌다.
수입산 원가가 오르는 동안 국내 연근해 고등어 어획량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데다, 물가 불안을 선제적으로 감지한 국내 유통업계가 평년보다 2배 이상의 물량을 사전 비축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한 점도 국산 고등어의 가격 경쟁력에 도움이 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환율 기조가 계속되면서 수입산 고등어 가격이 올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국산 고등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어획량이나 기후문제 보다는 환율 영향이 가장 크고, 가을쯤이면 다시 수입산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식재료는 국산이 비싸고 수입이 저렴한데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국산이 저렴해지는 역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전쟁이 끝나고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 다시 수입산 고등어가 대량 수입되고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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