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생각에도 가격이 붙었다…토크노믹스의 탄생 [인사이드아웃AI]

고평석 (주)엑셈 대표 2026. 6.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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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경제사는 가치를 측정하고, 저장하고, 교환하기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상징(토큰)을 찾아온 여정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의 토큰은 인류가 인간의 생각하는 행위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가격을 매겨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최초의 단위다.

오픈AI의 엔지니어 한 명이 일주일 동안 모델을 학습시키고 테스트하며 소비하는 토큰은 위키피디아 전체 문서를 33번 채울 수 있는 2100억 개에 달한다는 기사도 있었다.

AI의 토큰 생성 능력을 과신한 미국 일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개발자를 성급하게 해고하고 AI에게 코딩을 맡겼다가, 이후 AI가 양산한 저품질 코드와 예기치 못한 시스템 오류,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토큰 부채(비용)'에 직면해 결국 개발자들을 재고용하는 부메랑을 맞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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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최소 단위인 토큰, 지식과 창의성의 새로운 화폐로 부상
인간 중심 경제에서 AI 에이전트 경제로 게임의 법칙이 바뀐다 

(시사저널=고평석 (주)엑셈 대표)

인류의 경제사는 가치를 측정하고, 저장하고, 교환하기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상징(토큰)을 찾아온 여정이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는 클레이 토큰이 있었다. 동물이나 곡물 등의 모양을 한 작은 점토 조각들인데, 물품의 수량과 종류를 기록하고 거래를 증명하는 데 사용됐다. 거래가 이뤄지면 그 토큰들을 점토 공 안에 넣고 봉인해 유효한 계약임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화폐 외에도 식량 배급권, 연극이나 전차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 등의 목적으로 청동, 상아, 유리 등으로 제작한 토큰을 사용했다. 근대에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영국의 무역 토큰이 있었다.

ⓒChatGPT 생성이미지

AI 시대, 왜 토큰이 화두인가?

21세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에도 토큰 개념이 있다. 코인은 자체적인 독립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가진 가치 저장 수단이고, 토큰은 기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특정 스마트 계약에 의해 발행된 자산 단위다.

이처럼 인류는 공동체 내에서의 약속을 기반으로 가치를 부여하거나 계약을 상징하는 목적으로 토큰을 발행하고 사용했다. 그리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지금, 인류는 이전의 토큰과 꽤나 성격이 다르지만, 큰 영향을 미칠 토큰을 탄생시켰다. 바로 인간의 인지 능력과 지식을 쪼개 가치를 매긴 'AI 토큰'이다.

AI는 최근 10년여 사이 '논리적 인과성 시대'에서 '연결적 상관성 시대'로 대전환을 이뤄냈다. 과거 AI가 인간이 입력한 규칙에 따라 답을 찾았다면, 지금의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는 방대한 데이터 속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연결적 상관성을 스스로 학습해 답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AI가 문장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언어의 최소 단위가 바로 토큰이다. 대략 단어의 한 조각이나 글자 몇 개가 모였다고 보면 된다. 특히 연결적 상관성에서 중요한 것은 각 토큰 간 관계다. 언어는 토큰(단어) 자체의 개별적 의미보다 문맥 속에서 그 토큰(단어)이 다른 토큰(단어)들과 어떻게 얽혀 있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간의 생각과 통찰, 지식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책 한 권, 논문 한 편의 가격을 매길 수는 있어도 뇌세포가 움직이며 짜내는 발상의 순간을 계량화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시대의 토큰은 인류가 인간의 생각하는 행위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가격을 매겨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최초의 단위다.

우리가 생성형 AI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하는 순간에도 토큰이 바삐 움직이며 비용이 발생한다. 지식은 이제 가격 측정이 가능해졌다. 또 시장에서 지식은 실시간으로 거래 중이다. 모두 토큰 덕분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의 빅테크들이 토큰에 꽤나 집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리콘밸리에서는 '토큰 맥싱(Token maxxing)'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모든 비즈니스의 가치와 생산성을 '얼마나 많은 토큰을 소비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로 수렴시키는 일종의 토큰 극대화 전략이다.

실제 빅테크 기업의 개발 현장은 토큰 소비량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기사가 지난해부터 쏟아졌다. 오픈AI의 엔지니어 한 명이 일주일 동안 모델을 학습시키고 테스트하며 소비하는 토큰은 위키피디아 전체 문서를 33번 채울 수 있는 2100억 개에 달한다는 기사도 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지니어가 연봉의 절반 정도는 토큰 비용으로 사용해야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급여 못지않게 개개인의 능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토큰을 맘껏 사용하게 도와주는 게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토큰의 사용이 능력 증강을 상징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토큰 비용 낮추는 기업이 승자

하지만 화려한 '토큰 맥싱'의 이면에는 기업들의 깊은 고뇌가 숨어있다. 최근 전 세계 IT 업계를 뒤흔든 '바이브코딩(Vibe Coding)의 역설'은 우리에게 거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AI의 토큰 생성 능력을 과신한 미국 일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개발자를 성급하게 해고하고 AI에게 코딩을 맡겼다가, 이후 AI가 양산한 저품질 코드와 예기치 못한 시스템 오류,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토큰 부채(비용)'에 직면해 결국 개발자들을 재고용하는 부메랑을 맞은 사건이다.

이 역설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유지하고 소비하는 토큰 비용이 인간의 노동 가치보다 비싸거나 비효율적이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신기술이 대중화되기까지 핵심 열쇠는 언제나 공급 가격의 파괴였다. 다행히 지난 3년간 LLM의 추론 비용과 토큰 단가는 수백 배 가까이 극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기업들이 부담 없이 플래그십 AI 모델을 업무의 중추로 활용하려면 현재 가격에서 최소 80% 이상의 추가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 여전히 현시점의 토큰 비용은 부담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토큰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진 미래, 즉 '토큰 경제학(Tokenomics)'의 최종 완성 단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 끝에는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진화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는 기업 간 거래(B2B)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처럼 언제나 한쪽 끝에 '인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비서 역할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단계에 이르면, 비즈니스는 기업과 AI 에이전트 간 거래(B2A)를 넘어 AI 에이전트 간 거래(A2A) 모델로 진화한다. 인간 중심의 스크린 화면이 사라지고, 기계가 보이지 않는 가상공간에서 자신들만의 프로토콜로 대화하는 '헤드리스(Headless)'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때 인간의 토큰 소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겠지만, 수십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계약하고, 정보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소비하는 토큰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한다.

올해 등장한 '토큰 경제학'은 이전까지의 인간 중심 경제학과 전혀 다른 게임의 법칙으로 전개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지금 인류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적 자산의 화폐화 과정을 목격하는 중이다. 그 소비 주체는 인간에게서 AI로 넘어가고 있다. 미래 경제 시스템은 인간의 화폐가 아니라 기계가 초당 수십억 번씩 주고받는 '토큰'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고평석 (주)엑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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