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선의 시간이 다시 흘렀다”…사계고택서 피어난 전통의 숨결

김흥준 기자 2026. 6. 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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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식·왕대 백중놀이에 시민들 발길…사계문화제 ‘성황’
사계 김장생 선생의 예학 정신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 현장
▲계룡시 사계고택에서 열린 제3회 사계문화제에서 신랑·신부가 전통 혼례복을 갖춰 입고 조선시대 예법에 따라 혼례를 올리고 있다. 이날 행사는 시민들에게 우리 고유의 혼례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선사했다.사진=김흥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신랑 입장!"

21일 오전 계룡 사계고택 마당에 힘찬 외침이 울려 퍼지자, 고즈넉하던 한옥 안팎의 시선이 일제히 혼례청으로 향했다.

붉은 관복을 입은 신랑과 단아한 족두리를 쓴 신부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사계고택은 마치 수백 년 전 조선의 한 장면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혼례상 앞에 마주 선 두 사람의 맞절이 이어지고, 전안례와 교배례, 합근례 등 전통 예법이 차례로 진행될 때마다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연신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고,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이날 열린 제3회 사계문화제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였다.
▲사계문화제에서 전통 혼례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부가 혼례청으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재현된 전통혼례식은 조선시대 혼례 문화를 시민들에게 생생하게 전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사진=김흥준 기자

아이 둘의 손을 잡고 전통혼례식을 지켜보던 임모(43·대전 유성구 노은동) 씨는 "아이들과 함께 옛 혼례 문화를 직접 보니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며 "아이들에게도 책으로만 배우던 전통이 살아있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혼례식이 끝나자 곧바로 흥겨운 장단이 사계고택 마당을 채웠다.

농악대의 꽹과리와 장구 소리에 맞춰 펼쳐진 왕대 백중놀이는 축제의 열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두 어깨를 들썩이며 장단을 타는 시민들, 박수를 맞추며 흥을 돋우는 아이들, 그리고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민속놀이의 생동감이 고택 마당을 가득 메웠다.

왕대 백중놀이는 농경사회의 공동체 정신과 노동의 고단함을 흥으로 승화시킨 전통 민속놀이로, 이날 시민들은 그 안에 담긴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사계문화제에서 전통 민속놀이인 왕대 백중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흥겨운 농악 장단에 맞춰 참가자들이 고택 마당을 누비며 조상들의 공동체 정신과 삶의 흥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사진=김흥준 기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시 행사장을 찾았다는 김모(67·청주시 봉명동) 씨는 "지난해 이곳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하며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새삼 느껴 큰 감동을 받았다"며 "그 기억이 오래 남아 올해도 다시 찾았는데, 예(禮)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이 여전히 새롭고 좋았다.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계문화제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계룡시와 계룡문화원이 마련한 대표 전통문화 축제다.

첫날에는 사계 백일장과 어린이 홍보모델 선발대회, 길놀이, 전통춤 공연, 어린이 합창과 줄넘기 공연, 사계음악회가 이어졌고, 둘째 날에는 전통혼례식과 왕대 백중놀이, 육군 군악대 공연, 어린이 벼룩시장, 예절체험, 폐막 성악·난타 공연이 진행됐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전통놀이 체험과 먹거리 부스가 운영되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사계문화제가 특별한 이유는 장소가 지닌 역사성 때문이다.

사계고택은 조선 중기 대학자이자 예학의 대가인 사계 김장생(1548~1631) 선생이 거주했던 유서 깊은 공간이다.

김장생 선생은 예(禮)를 통해 인간의 도리와 공동체 질서를 바로 세운 조선 성리학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학문은 아들 신독재 김집과 제자 송시열·송준길 등에게 이어져 조선 예학의 뿌리가 됐고, 오늘날 돈암서원으로 계승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정신적 토대가 됐다.

그런 점에서 사계문화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처럼, 선조들의 삶과 예를 오늘의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이다.

이틀간 이어진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사계고택 처마 밑에 울려 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전통의 울림은 오래도록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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