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씨 한 잔 어때요?… 와인 아닌 ‘포도술’ 화성 마스브루어리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7)]

신현정 2026. 6. 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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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명 대표, 높은 당도 명성 ‘송산포도’ 활용
와인·전통주 경계 허무는 술 만들자 결심
“전통 누룩·화성 수향미 기반, 새로운 방식”
“고수들 찾아가 배워… 1년여 만에 첫 제품”


한 지역에서 유명한 생산물을 두고 ‘특산물(特産物)’이라고 부릅니다. 부산의 기장 미역, 논산의 딸기, 광주의 무등산 수박처럼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특산물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경기도는 어떨까요.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인 경기도는 도심 이미지가 강해 대표적인 특산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판교처럼 에너지 넘치는 도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어촌이 모두 있습니다. 당연히 31개 시·군마다 그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이 있는데요. 쌀, 포도, 율무 등 지역 특색에 따라 종류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그 ‘변신’이 눈길을 끕니다. 단순 1차 생산물에 그치지 않고 특산물을 활용해 특산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우리가 몰랐던 경기도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고, 이를 새롭게 개발·판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화성 마스브루어리. /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이제는 아침부터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오른 초여름이 찾아왔습니다. 대형마트 과일 매대도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었는데요. 딸기가 있던 자리에 참외가 들어오고, 지난달 초만 해도 3만원을 넘겼던 수박 가격은 본격적인 출하 시기를 맞으며 9천9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며 여름 제철 과일을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짙은 보랏빛에 새콤달콤함을 뽐내는 포도 역시 여름 대표 제철 과일 중 하나죠. 경기 서부에는 화성, 안산, 시흥 등을 중심으로 포도농장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 중 화성 송산포도는 다른 지역보다 낮은 기온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당도가 높다고 알려졌는데요. 화성 송산면을 지나는 휴게소 이름마저 ‘송산포도 휴게소’라고 지을 만큼 포도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특히 화성, 안산 등지에는 포도를 이용해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도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데 화성 송산면에는 와인도 아닌, 막걸리도 아닌 조금 특별한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 우리술 특집 2편에서는 화성 송산포도와 수향미로 ‘한국식 포도술’을 선보인 화성양조장 ‘마스브루어리(Marsbrewery)’ 김기명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화성을 담은 ‘한국식 포도술’을 만들다

화성 마스브루어리. /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화성양조장 마스브루어리는 화성시 만세구 송산면에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양조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양조장 뒤쪽으로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기명씨는 원래 동네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며 자치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송산면에 포도농장이 몰려 있다 보니 함께 일하던 자치위원 중에서도 포도농장을 하던 이들이 많았는데, 작황이 좋지 않으면 많은 포도가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버려지는 포도가 아까웠던 기명씨는 버려지는 포도를 이용해 술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술을 만들까 고민하던 기명씨는 아내와 함께 동네에서 캠핑을 하던 중, 붉은 빛을 내며 넘어가는 노을을 보고 무언가 떠올랐습니다. 화성 송산포도, 그리고 우주에 있는 화성(Mars)처럼 붉은색을 띠는 ‘화성을 담은 한국식 포도술’을 만들어보자고 말이죠. 마스브루어리(Marsbrewery)라는 이름도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화성양조장 마스브루어리./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한국식 포도술이라는 명칭 역시 기명씨가 직접 지었습니다. 주세법상으로는 탁주로 분류되지만, 와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통주도 아닌 특별한 술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술을 처음 빚겠다 결심했을 당시, 이미 와인시장은 수입산 와인과 대형마트를 통해 공급되는 저가형 와인이 자리를 잡았고 전통주 역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주류시장에서 단지 화성 송산포도라는 지역 포도만의 가치로 승산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와인과 전통주의 ‘경계를 허무는 술’을 만들어보자 한 것이죠.

“전통 누룩과 화성의 수향미를 기반으로 발효하고, 여기에 화성 송산포도를 가공해 섞어 추가 발효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술을 빚었어요. 내가 새롭게 개발한 방식으로 빚었으니 이전에는 없던 종류, 한국식 포도술이라고 제가 직접 지은 거죠”

하지만 기명씨가 생각한 한국식 포도술을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2022년 4월에 양조장 문을 열고 실제 술을 팔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더 걸렸죠. 주세법상 탁주로 분류되려면 과실 함량의 제한이 있는데 감미료나 색소 등을 넣지 않고 이 제한선 안에서 포도 맛과 천연의 포도색을 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화성양조장 마스브루어리./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처음에는 집에서 술을 빚었어요 술을 빚다가 폭발도 하고 그랬죠. 보통 양조장을 차리면 그 시점에 맞춰서 술도 출시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도 제가 원하는 색이 안 나오는 거에요. 국내 전통주 고수들을 찾아가며 계속 배우고 개발해서 양조장 문 열고 1년 3개월 뒤에 첫 제품이 나왔어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기명씨는 전통 누룩과 쌀만으로도 포도 맛이 나는 순곡주의 ‘제로’를 만들어냈습니다. 순수하게 화성 수향미만 가지고 발효해도 포도 맛이 나는 한국식 포도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죠.

여기에 캠밸 포도인 송산포도를 저온 착즙한 ‘로제’와 더불어 화성의 새로운 포도 품종인 ‘청수포도’를 접목한 ‘사워’, 로제와 달리 포도 원액을 졸여 수분감을 없애 발효한 쌀과 섞은 ‘재즈’까지 화성 송산포도를 이용한 4가지 종류의 한국식 포도술이 탄생했습니다.

아내 강진주 대표, 시음·디자인 든든한 조력
친숙한 병모양, 발음 쉬운 제품명 ‘해외 호응’
“싱가포르 모녀, 여행왔다가 찾아와… 뿌듯”

화성의 자부심, 화성(Mars)으로 향하다

화성양조장 마스브루어리./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기명씨가 만든 한국식 포도술은 와인도, 전통주도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인데 정작 술은 와인병처럼 생긴병에 담겨져 있습니다. 술의 이름 역시 제로, 로제, 사워, 재즈처럼 발음하기 쉬운 두 글자로 지었죠. 병목에는 작은 종이 태그인 넥라벨이 달려 있고 여기에는 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기명씨 사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모두 아내 강진주 대표의 아이디어였는데요. 진주씨는 화성양조장의 든든한 조력자로 디자인 전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명씨가 만든 한국식 포도술의 대중성을 더했죠.

“술을 만들면서 계속 혼자만 맛을 보다 보니까 제가 원하는 취향으로 가더라고요. 사워의 경우도 제 입맛에 맞춰 신맛을 강조하니까 처음에는 판매가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중단할까 고민도 했죠. 그러다가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 입맛에는 어떨까 싶어서 함께 시음을 하면서 밸런스를 조절하니까 오히려 매출이 올라가더라고요. 그때부터 제 취향보다는 직원과 아내 입맛을 (맛의) 기준점으로 두게 됐어요”

특히 마스브루어리 제품들은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외국인에게 친숙한 병모양, 발음하기 쉬운 이름 역시 수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죠. 이미 한국식 포도술은 홍콩, 싱가포르 등에 수출 중이고 지난달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류 박람회에 참가하며 중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화성 송산포도 역시 해외로 알려지고 있는 셈이죠.

화성 마스브루어리./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하지만 온라인 판매와 해외 수출 위주로 판매되다 보니, 소비자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양조장 옆에 음식점을 운영하며 음식과 술을 함께 팔기도 했죠.

“한 번은 평택 미군기지 장교들이 미니밴을 타고 와서 술도 먹고 음식도 먹었는데 그때 너무 인상 깊었어요. 또 한 번은 싱가포르에서 재즈를 먹어본 모녀가 한국 여행을 왔다가 여기까지 찾아왔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 뿌듯하기도 하고 아내와 제가 꿈꾸던 장면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화성의 송산포도와 수향미로 만든 한국식 포도술, 기명씨는 마스브루어리가 화성의 자부심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가 화성의 특산물을 알리겠다는 것이죠. 최종 목표는 처음 마스브루어리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결심했던 화성(Mars)에 가는 것. 기명씨와 진주씨는 일론 머스크가 마스브루어리 술을 들고 화성에 가는 날까지 달려갈 예정입니다.

/신현정·공지영 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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