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뻗을 자리도 없다" 청주여자교도소, 과밀 수용에 숨 막히는 여름
정원 619명에 742명 수용… 독방에도 2명 생활
갈등 중재·민원·사고 예방까지 떠안은 교도관들
"사람 살리는 일"… 법무부, 교정청 설치 방안 추진

"현 시간부로 구속됐습니다."
철컥. 양 손목에 차가운 금속 수갑이 채워졌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팔을 올려 머리를 만지는 행동마저 어색해졌다. 호송버스를 타고 굳게 닫힌 철문을 지나자 옅은 노란색 건물들에 둘러싸인 작은 운동장이 보였다.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였다. 손목의 수갑은 풀렸지만, 수용동 안 혼거실에서는 팔을 편히 뻗을 자리조차 넉넉하지 않았다.
17일 기자가 찾은 청주여자교도소는 전국에 한 곳뿐인 여성 전용 교정시설이다. 비교적 시설 여건이 낫다는 평가를 받지만, '과밀수용'의 문제는 이 곳도 다르지 않았다. 정원 619명에 실제 수용 인원 742명(수용율 119.7%). 수용자들은 좁은 방에서 서로의 잠과 숨소리, 생활 습관까지 견뎌내야 했다. 정원 5명인 혼거실(16.45㎡)에는 7, 8명이 생활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10명이 함께 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다툼은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 잠자리와 화장실 순서, 사물함 자리, 누군가의 뒤척임과 생활 습관이 곧 다른 사람의 불편이다. 차라리 독거실에 보내 달라고 호소하는 수용자도 많다는 게 교도관들 설명이다.

이를 중재하고, 민원을 반복해 듣고, 불안한 수용자의 상태를 살피는 일은 온전히 교도관들 몫이다. 그런 교도관들에게 과밀수용 또한 갈등을 뜻한다. 수용 인원이 늘수록 출입과 계호를 넘어 생활 갈등 조정, 사고 예방, 의료 요청 처리, 상담 연계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해졌다.
청주여자교도소 직원은 240여 명으로 740여 명의 수용자를 관리한다. 이 가운데 야간 보안근무자는 18명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교도관 한 명이 40명 넘는 수용자를 맡는 셈이다. 수용동 곳곳을 살피고, 호출에 답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하면서 수용자들의 크고 작은 불만까지 받아내야 한다. 수용자 폭행이나 자해, 돌발행동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지만 교정공무원에게는 경찰·소방처럼 별도의 위험근무수당도 없다.
이는 비단 청수교도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교정시설의 과밀이 눈에 띄게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6만3,680명으로 정원 5만614명을 1만3,000명 넘게 웃돌았다. 평균 수용률은 125.8%였다. 2022년 104.3%까지 낮아졌던 수용률이 3년 만에 다시 20%포인트 넘게 뛴 것이다. 반면 일본은 47%, 미국은 86% 등 주요국 교정시설 수용률은 모두 100% 미만이다.


교도관의 일은 그저 철문을 열고 닫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수용자의 생활과 위기 징후를 살피고, 출소 뒤 삶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한 교도관은 "사람을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밀한 수용동에서는 오늘 하루를 사고 없이 넘기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날이 적지 않다. 잠자리조차 불편한 수용자들은 사소한 불만도 참기 어려워한다. 불만은 대부분 교도관에게 향한다.
교정시설 지원을 범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교정시설의 현실이다. 수용자 1명에게 드는 연간 수용경비는 지난해 예산 기준 약 2,864만원이다. 교화되지 못하고 형기만 채운 채 다시 사회로 돌아간 뒤 이들이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재복역률은 21.2%로, 출소자 5명 중 1명꼴이 다시 교정시설로 돌아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범죄자 역시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환경이라면 교화는커녕, 불만과 분노만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현재 교정본부를 독립 외청으로 격상하는 교정청 설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25일부터는 미래혁신단을 1년 한시 조직으로 운영하고, 교정청 추진단과 과밀수용해소팀을 둘 계획이다. 다만 교정청 조직 구성은 아직 교정본부 내부 검토 단계 수준이다.
수용동은 오후 4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다. 폐방 뒤에는 누구도 문 밖으로 나올 수 없다. 폐방 전 인원 점검을 마친 교도관의 제복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등에 들러붙어 있었다. "이 상태로는 정말 안 됩니다. 교정이 될 수가 없는 환경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철문 안에서 죗값을 치르는 사람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야 하는 교도관들. 청주여자교도소의 과밀한 방은 그 모두에게 너무 좁아 보였다.

청주=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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