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청주여자교도소 가보니···4인실에 최대 8명, 교도관 18명이 750명 대응[르포]

오전 11시 30분, 연둣빛 수용복을 입은 열한명이 작은 접이식 테이블 세개를 나란히 이어 붙이자 16.4㎡(약 5평) 크기의 방이 가득 찼다.
“5사(사동), 배식 시작!”
교도관의 구령과 함께 무청 된장국과 돈육 고사리볶음이 담긴 식판이 놓였다. 테이블을 빈틈없이 채운 식판 앞에 앉아 숟가락질을 시작하자, 옆 사람과 팔꿈치와 무릎이 쉴 새 없이 부딪혔다.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의 풍경이다.
국내 최대 여자 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의 고유정, 재벌가 혼외자 행세 사기범 전청조 등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여성 수용자들이 여럿 수감돼 있다. 전국 각지의 여성 수용자가 모이는 만큼 공간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정원은 619명이지만 현재 수용 인원은 750여명으로 수용률이 120%를 넘는다. 기자가 이날 수용복을 입고 반나절 동안 생활한 혼거실 역시 과밀수용의 현실을 보여줬다.
4명이 사용하도록 설계된 방에 5~6명이 생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많게는 8명까지 함께 지내기도 한다. 수용자들은 밤이 되면 바닥에 촘촘히 몸을 누인다. 네 명이 한 방향으로 누우면 나머지 인원은 공간을 맞추기 위해 직각 방향으로 몸을 눕혀야 할 정도다.
이날 청주의 낮 최고기온은 34도에 달했다. 하지만 수용실 안에서는 선풍기 두 대만 번갈아 돌아가고 있었다. 방 안 화장실은 창문이 나 있어 변기에 앉으면 복도에서도 상반신이 보이는 구조였다. 덥고, 시끄럽고, 어수선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데 좁고 불편한 공간은 당연한 처벌 아닐까. 이곳에서 근무하는 천은하 주임은 “과밀 수용의 폐해는 수용자뿐 아니라 이들과 직접 부딪히는 교정 공무원들에게 집중된다”고 했다.
실제 교도관들은 각종 진정과 정보공개 청구, 욕설, 협박, 폭행 등에 상시 노출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정신질환자 약 200명, 마약사범 약 170명, 외국인 수용자 약 100명이 수감돼 있지만 관리 인력은 충분하지 않다. 전체 직원은 243명인데, 야간에는 18명이 전체 수용자를 관리한다. 직원 1명이 40명 이상을 담당하는 셈이다.
올해만 해도 수용자가 교도관을 폭행한 사례가 두번이나 있었다. 조사실로 이동하던 수용자가 휠체어를 들어 직원에게 던지거나 발로 직원들을 걷어찼다. 천 주임은 “교도소에서 일한다고 하면 대부분 ‘가둬만 두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며 웃었다.
“사형수나 무기수라면 평생 가둬둘 수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결국 사회로 다시 나가야 하거든요. 제대로 교육시켜서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주된 목적입니다.”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은 공장 출역과 직업훈련에 참여한다. 제과·제빵, 한식조리, 화훼, 반려동물 미용, 헤어디자인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자격증 취득을 지원받는다. 심리상담과 종교활동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청주여자교도소는 지난해 마약사범재활과를 신설해 상담과 자조모임을 도입했다. 마약 관련 재범을 줄이고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조치다.
임상심리사 자격을 보유한 천 주임은 “처음에는 상담 자체를 거부하던 수용자가 변화한 뒤 출소 후 감사 편지를 보내온 적도 있다”며 “한 사람이라도 바뀐다면 그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교정의 목적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재범 예방, 국민의 안전 보장에 있다”며 “교화가 제대로 안 됐을 때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는 교정 비용의 수십배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수용자들을 제대로 교화하고 사회 안전을 강화하려면 현재 법무부 산하에 있는 교정본부를 별도의 ‘교정청’으로 독립하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홍보소통 성기홍, 민정 한찬식, 사회 김경자···청와대 수석비서관 5명 인선 발표
- 우원식 “지금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이냐”…전대 불출마
- ‘K팝 원조’ 가수 옥희 별세···복싱 챔피언 홍수환이 마지막 지켜
- 민주당 조작기소특위, 이화영 ‘연어 술파티’ 위증 판결에…“결과는 유죄지만 실질은 무죄”
- [단독]강남 유명 안과의사, ‘환자 브로커’에 준 61억을 필요경비로 위장···검찰, 소득세 27억
- 남아공전 무승부 이상이면 한국 ‘자력 32강’···최악의 경우 “부탁해 멕시코”
- 산책길 흔한 노란꽃, 예쁘다고 만졌다간 ‘큰일’…호흡장애·피부염 유발
- [월드컵·리뷰] 일본과 비겨 독오른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스웨덴 맹폭 5-1 완파→‘조 1위’
- “심심해서” 후임병 손에 불붙이고 추행한 20대 해병대원···징역형 집유
- 마시고 애매하게 남은 커피, 화분에 뿌렸더니···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