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속 41cm 한쪽 다리…‘송도 훼손 시신’의 반전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2026. 6.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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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살인에 무게 둔 수사, 요양병원 제보에 뒤집혔다
의료폐기물 관리 허점 드러나…감염병 오염이었다면 ‘아찔’

(시사저널=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외곽에 위치한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 이곳은 인천 중구와 연수구 일대 주택가와 상가에서 배출된 플라스틱·캔·종이 등 재활용 쓰레기가 모여드는 거대한 허브다. 하루에도 수십 톤의 폐기물이 굉음을 내는 기계와 컨베이어 벨트를 거쳐 분류된다.

6월10일 오후 2시28분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센터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거 차량들이 쏟아낸 재활용품 더미가 선별용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던 중, 작업자의 시선이 한 물체에 머물렀다.

다른 재활용 봉투에 섞여 있던, 흰색 압박 붕대로 감긴 물체였다. 처음에는 부피가 큰 일반 쓰레기가 잘못 유입된 것으로 판단했다. 분류 지침에 따라 물체를 벨트 밖으로 꺼냈더니 붕대에 감긴 사람의 신체 일부였다. 기계 소음으로 가득했던 작업장은 일시에 작업을 멈추고, 112 신고가 접수됐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가 의료 폐기물 처리 통을 병동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붕대에 감긴 한쪽 발, 미궁에 빠진 초기 수사

현장에 출동한 경찰 과학수사팀이 붕대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겹겹이 감긴 직물이 벗겨지자 푸르스름하고 검게 변색된 형태가 드러났다. 사람의 왼쪽 무릎 바로 밑에서 발뒤꿈치까지 41cm 부위였다. 발 크기는 210mm에서 220mm 안팎에 불과했다.

현장 감식 결과, 해당 신체 부위는 절단된 지 일정 시간이 경과해 이미 부패가 진행 중이었으며 표면은 괴사로 인해 검게 변해 있었다. 경찰은 즉시 센터 내 주변 수거품을 대상으로 추가 수색을 벌였으나, 당일 반입된 쓰레기 더미 속에서 다른 신체 부위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토막살인 등 강력범죄라고 판단해 수사본부를 설치한 후 수사에 착수했다. 정상적인 병원 의료 폐기물이 아니라면, 누군가 살인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먼저 이 다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데 집중했다. 피해자의 신원이 특정돼야 주변 인물 탐문, 통신기록 분석, 금융거래 내역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발 크기가 작은 점을 감안해 피해자가 청소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인천시교육청과 협조해 관내 학교의 장기 결석자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고등학교 자퇴생들의 소재까지 파악했으나 특이점은 없었다. 국내 실종자 데이터베이스와의 대조 작업에서도 일치하는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은 범행 경로 추적이었다. 사건 당일 센터에 반입된 차량은 총 34대였다. 이들이 수거해온 폐기물은 연수구와 중구 일대의 주택가와 상가를 망라했다. 경찰은 차량의 블랙박스와 수거 동선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했다. 그러나 쓰레기 수거 차량의 특성상 여러 지점의 폐기물이 혼합되기 때문에, 특정 위치를 지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감정 결과는 수사의 방향을 더욱 압박했다. 성장판이 닫혀 있다는 점을 근거로 피해자를 성인으로 판단했다. 살인 사건에 무게가 실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기도 했다.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그때, 한 건의 제보가 상황을 반전시킨다. 인천 중구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측의 자진 신고였다. 뉴스 보도를 접한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연락을 취한 것이다.

병원 측의 해명은 놀라운 것이었다.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이던 80대 여성 환자가 이달 초 당뇨 합병증 등으로 인해 다리 조직이 썩어 들어가는 괴사 진단을 받았고, 이에 따라 다리 절단 수술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환자는 생존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수술 이후의 처리 과정이었다. 병원 측은 절단된 다리를 치료실 내에 임시 보관한 뒤 의료 폐기물로 처리하려 했으나, 원내 청소 직원이 이를 '의료용 실습 마네킹 부속품'으로 착각해 일반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담아 외부 수거함에 버렸다고 한다. 붕대에 감긴 신체 부위는 그렇게 일반 재활용 쓰레기와 섞여 수거 차량에 실렸고, 송도 선별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까지 흘러갔던 것이다.

6월1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 10일 오후 생활자원센터에서는 다리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연합뉴스

요양병원의 자진 신고로 수사 급선회 

병원 측의 자진 신고로 토막살인 사건의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이 진술은 또 다른 법적·구조적 의문을 낳았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치료 후 회복과 요양'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으로, 일반 병원이나 종합병원과 달리 외과적 대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술실'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리 절단은 뼈와 굵은 혈관, 신경을 차단해야 하는 대수술이다. 전신마취 또는 척추마취가 필수적이며, 대량 출혈이나 쇼크에 대비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중환자실(ICU), 혈액 공급망이 갖춰져야 한다. 일반적인 요양병원에는 이러한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개 요양병원 환자에게 절단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종합병원으로 전원시켜 수술을 받게 한 뒤, 다시 요양병원으로 복귀시켜 상처를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의료 전달 체계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의료 체계의 안전망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 폐기물의 불법 유출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도 엄격한 전산 추적 시스템인 환경부의 '올바로(Allbaro)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병원에서 나오는 모든 의료 폐기물은 발생 즉시 전용 합성수지 용기에 밀봉돼야 하며, 용기에 부착된 무선인식(RFID) 태그를 통해 배출, 운반, 최종 소각까지의 전 과정이 환경부 전산망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 촘촘한 디지털 감시망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이 시스템은 폐기물이 전용 용기에 담겨 태그가 인식되는 순간부터 작동한다. 역설적으로 수술실이나 처치실에서 신체가 절단된 후, 전용 용기에 넣기 전까지의 이동과 분류 단계는 오롯이 인간의 손과 매뉴얼에 의존하는 100% 수동으로 움직인다. 이 구간에서 시스템의 감시가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현장 의료진이 절단된 신체 부위를 즉시 의료 폐기물 전용 용기에 격리하지 않고, 일반 처치실이나 카트 주변에 방치하면서 시작됐다. 최초 격리에 실패하는 순간, 국가가 구축한 수십억원짜리 첨단 전산망은 그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먹통 상태가 됨을 이 사건을 통해 그대로 드러냈다. 

원내 폐기물 관리 지침에 따르면 감염 위험이 높은 인체 조직물류 폐기물은 의사나 간호사 등 면허를 가진 의료 인력이 직접 확인하고 처리해야 한다. 청소 직원이 접근할 수 있는 일반 구역에 사람의 다리가 노출돼 있었다는 것 자체가 병원 내부의 감염성 관리 매뉴얼이 완전히 붕괴됐음을 보여준다.

이런 배경에는 요양병원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업무의 외주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간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 돌봄 외의 행정적·보건적 절차는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원내 미화와 잡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대부분 하청 용역업체 소속이거나 고령의 단기 근로자들이다. 이들에게 의료 폐기물의 위험성과 식별법에 대한 체계적인 보건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람의 신체 부위를 마네킹으로 오인해 재활용 봉투에 집어넣는 상식 밖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제8조 및 제66조에 따라 지정폐기물에 해당하는 의료 폐기물을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무단 배출하거나 일반 생활 폐기물과 혼합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양벌규정에 따라 실수를 저지른 직원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병원장과 법인 대표 역시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된다. 만약 시설 기준을 위반한 불법 수술 정황까지 포착될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가 추가돼 영업 정지나 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은 해당 요양병원이 법적 기준을 갖추지 않은 채 불법적인 의료 행위를 했는지, 혹은 수술은 타 병원에서 받고 적출물만 인도받아 유출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 측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기술적 보안이 완벽해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의식과 현장의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현장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서는 제도와 기술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다시 드러난 사회안전망의 썩은 부위

우선 감염성 폐기물이 발생하고 보관되는 처치실 내부나 임시 집하 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장 취약한 구간인 원내 이동 단계를 상시 모니터링해 일반 쓰레기와의 혼합 배출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현장 작업자에 대한 인력 관리 방식에도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병원 내 청소와 수거를 담당하는 용역 인력이 의료 폐기물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채용 시점부터 정기적인 법정 의무 교육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처벌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 인체 조직물과 같은 고위험 의료 폐기물을 일반 쓰레기로 무단 배출하다 적발될 경우, 단순히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을 넘어 병원 운영 자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한 행정 처분이 동반돼야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과실을 보완할 기술적 장치도 요구된다. 의료 폐기물 전용 용기 자체에 무게 변화와 개폐 이력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추적하거나, 지자체 선별장 단계에 AI 비전 카메라 기술을 도입해 붕대나 의료용품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는 2차 방어선 구축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인천 송도의 재활용 선별장에서 다리 한쪽 부위가 발견된 것은 살인범의 잔혹한 범행이 아닌 우리 사회 보건 안전망의 허술한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다. 인체의 일부가 방역 조치 없이 일반 쓰레기 차량에 실려 도심을 관통하고, 현장 노동자의 손에 의해 발견되기까지 그 어떤 제어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만약 해당 신체 부위가 단순 괴사가 아닌 치명적인 법정 감염병 바이러스에 오염된 상태였다면, 이미 재활용 수거 경로를 따라 지역사회 전체로 소리 없이 퍼져 나갔을 것이다. 기술은 나날이 첨단화돼 실시간으로 폐기물을 추적한다고 하지만, 정작 비용 절감과 인력 외주화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인간의 책임감은 너무나 쉽게 마비된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된 붕대에 감긴 다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회안전망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라고 우리에게 던진 경고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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