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선방쇼' 퀴라소, 에콰도르와 0-0 비겨…사상 첫 승점

인구 15만 명의 작은 섬나라 퀴라소가 월드컵 무대에서 역사적인 첫 승점을 수확했다.
딕 아드보카트(79·네덜란드) 감독이 이끄는 퀴라소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했던 퀴라소는 이날 귀중한 승점 1을 추가하며 1무 1패를 기록했다. 퀴라소 축구 역사상 월드컵 본선 첫 승점이다.
퀴라소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휘 아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섰다. 이날 무승부에도 조 4위에 머물렀지만,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32강 진출 가능성도 살아 있다.
반면, 첫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에 0-1로 졌던 에콰도르도 1무 1패로 3위를 유지했다. 독일은 이날 코트디부아르를 2-1로 꺾고 2연승(승점 6)을 달리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 1위와 32강 진출을 동시에 확정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37·마이애미FC)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에콰도르 선수가 네 명쯤 퇴장당해야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했는데 역사적인 무승부를 만드는 데는 단 한 선수면 충분했다. 룸은 무려 15개의 선방을 기록하며 에콰도르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에콰도르는 퀴라소(슈팅 10개·유효슈팅 3개)보다 세 배 가까운 28개의 슈팅을 날렸고, 이 가운데 15개가 유효 슈팅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번번이 룸의 선방에 막히며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AP통신, ESPN 등에 따르면 룸은 경기 후 "정말 믿기 힘든 추억이 될 것 같다"면서 "경기 중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나중에 분명히 돌아보게 될 순간이다. 골키퍼로서 이 경기는 거의 완벽한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룸이 기록한 15개의 선방은 1966년 월드컵부터 집계된 이 부문 기록에서 역대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2014년 브라질 대회 16강 벨기에전(미국 1-2 패)에서 미국 골키퍼 팀 하워드가 기록한 16개다. 다만, 하워드는 전·후반 90분 동안 12번의 선방을 기록한 뒤 연장전에서 4개를 추가한 것이어서, 정규시간만 따지면 룸이 역대 최다 선방 선수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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