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살아있는 화석' 칠성장어로 밝힌 뇌 진화의 비밀

문혜원 기자 2026. 6. 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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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이번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는 턱이 없는 원시 척추동물인 '칠성장어'가 장식했다. 칠성장어는 약 3억 6000만 년간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칠성장어는 대뇌·간뇌·중뇌·후뇌 등 척추동물 뇌의 기본 구조는 갖췄지만 대뇌피질이나 소뇌 같은 고도로 분화된 구조는 없어 뇌 진화 연구에 중요한 모델로 쓰인다. 칠성장어 뇌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3차원으로 구현한 뇌지도 분석 결과 척추동물 공통 조상의 뇌가 이미 영역별로 뚜렷하게 구분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과학원 쿤민동물연구소와 중국 유전체학 기업 BGI 공동 연구팀은 칠성장어 뇌의 3차원 분자 지도를 구축하고 생쥐·조류·파충류·어류 등과 비교한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에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단일핵 리보핵산(RNA) 시퀀싱(snRNA-seq)'과 '공간전사체 분석'을 결합해 칠성장어 뇌 전체를 분석했다. snRNA-seq란 세포의 핵을 추출해 그 안에 들어 있는 R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공간전사체분석은 특정 조직 내에 있는 개별 세포들의 유전자 발현을 공간적 위치 정보와 결합하는 분석법이다.

분석 결과 칠성장어 뇌 영역 14개에서 세포 집단 209개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위치와 유전자 발현 패턴을 3차원 지도로 재구성한 뒤 제브라피시·도마뱀·거북·생쥐 등 여러 척추동물 데이터와 교차 비교했다.

비교 결과 척추동물 뇌의 큰 틀은 5억 년 전부터 보존된 것으로 드러났다. 칠성장어와 생쥐의 후뇌(소뇌·연수), 간뇌(시상하부 등), 후각망울 같은 핵심 구조는 세포 구성부터 공간배치까지 매우 유사했다. 척추동물 공통조상이 이미 구역별로 분화된 뇌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제브라피시 소뇌 신경세포와 분자적으로 유사한 세포도 발견됐다. 소뇌는 운동 조절과 균형 유지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연구팀은 비록 완성된 소뇌 구조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약 5억년 전부터 소뇌의 기초가 되는 세포 틀이 존재했다고 해석했다.

일부 영역에서는 뚜렷한 진화적 차이가 발견됐다. 전뇌의 층상 구조와 중뇌의 특정 세포 집단은 종마다 크게 달랐다.
 

신경세포는 진화과정에서 전문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에 따라 유전자 조절 체계가 변화하며 신경세포 위치와 기능이 다양화됐다.

연구팀은 "척추동물 공통 조상이 이미 서로 다른 해부학적 영역과 다양한 세포 집단으로 구성된 정교한 뇌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척추동물의 뇌는 새로운 영역이 단순히 추가되면서 복잡해진 것이 아니라 기본 틀을 기반으로 기존 세포 유형들이 전문화되고 공간적으로 재조직되면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doi.org/10.1126/science.aea2535

[문혜원 기자 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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