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해서 어떻게 입어” 했는데…143만 원짜리 들고나온 명품 브랜드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2026. 6. 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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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발렌시아가 공식 홈페이지

국내 애슬레저(운동복 겸 일상복) 시장이 10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레깅스가 일상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100만원대 레깅스와 수백만원짜리 운동 용품을 들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최근 ‘테크웨어 웰니스(Techwear Wellness)’ 라인을 론칭했다. 스포츠와 기술, 장인정신을 결합해 현대인의 건강 중심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럭셔리를 제안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디자인한 가을 2026 컬렉션 ‘바디 앤드 비잉(Body & Being)’을 통해 처음 공개된 이 라인은 움직임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메쉬 멤브레인을 적용한 트랙수트와 심리스 레더 윈드브레이커를 비롯해 레깅스, 바이크 쇼츠, 바디수트, 양말까지 폭넓은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일반 스포츠웨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테크웨어 레깅스는 135만~143만원, 테크니컬 양말은 27만원에 판매된다. 397만원짜리 테크웨어 크롭 재킷과 블랙 색상 레깅스 등 일부 상품은 출시 직후 품절됐다.

발렌시아가만의 행보가 아니다. 디올은 최근 ‘오뜨 웰니스(Haute Wellness)’ 컬렉션을 공개하며 요가·필라테스 매트, 탄성 밴드, 웨이트, 수면 마스크 등을 선보였다. 현재 디올 공식 홈페이지에는 32만원대 워터보틀만 남아 있는 상태다. 루이비통은 2026 봄·여름 리조트 컬렉션에서 191만원짜리 요가 매트와 31만원짜리 요가 브릭을 내놨다.

에르메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에르메스 핏(Hermès Fit)’ 프로젝트를 통해 피트니스 영역에 진출한 바 있으며, 요가 레깅스·점프수트·쇼츠 등 운동복 라인업을 운영 중이다. 셀린느도 2024년 피트니스 컬렉션 출시 이후 요가 매트, 캐틀벨, 덤벨 등 운동 용품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내놓은 가격표는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기존 가격 체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현재 국내 레깅스 시장은 젝시믹스·안다르 등 토종 브랜드가 3만~5만원대 제품으로 대중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요가복계 샤넬’로 불리는 캐나다 브랜드 룰루레몬이 10만~15만원대에서 프리미엄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다.

발렌시아가 레깅스(143만원)는 젝시믹스 대표 제품(3만9000원)의 약 37배, 룰루레몬 인기 제품(9만5000원~12만8000원)의 10배가 넘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명품 브랜드가 이 시장을 겨냥하는 것은 운동복 시장 자체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1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2020년 3조원, 2023년 3조5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IMARC는 2024년 약 77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인 이 시장이 연평균 6%씩 성장해 2033년 약 130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패션연구소가 내다본 2026년 국내 패션 시장 성장률 2%대와 비교하면 세 배 가까운 성장 속도다.

러닝 인구 확대와 웰니스 소비 확산이 맞물리며 젝시믹스·안다르 같은 토종 브랜드는 물론 룰루레몬·알로 요가·뷰오리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구권에서는 이미 운동에 고가를 지불하는 소비 문화가 자리 잡았다. 지난달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영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월 300달러(약 45만원) 이상을 내고 프리미엄 헬스장을 이용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민텔 조사에서도 미국 Z세대 소비자의 30%가 헬스장 회원권과 운동 수업에 전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명품 운동복이 기존 애슬레저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별도의 소비층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한다.

가방이나 의류 대신 건강한 생활 자체에 비용을 투자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명품 브랜드도 이 수요를 무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3만원대부터 143만원대까지 가격 스펙트럼이 넓어진 레깅스 시장이 앞으로 어떤 경쟁 구도로 재편될지 관심이 쏠린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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