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번지르르한 "30조원 공동 사업"…실상은 '내 빚 돌려막기' [사기꾼들]
대형 사업 공동으로 진행하자고 속여
빚 갚는 데 쓰려고 7000만원 가로채
법원 "피해자 엄벌 탄원, 죄질 좋지 못해"

지난 2022년 5월 중순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 A씨(83)는 지인 소개로 알게 된 회사 대표이사 B씨에게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규모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 조선소 인수와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구체적인 대형 사업 명칭이 나오자 B씨의 온 신경이 쏠렸다.
A씨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확신에 찬 어조로 거대한 청사진을 그려 나가는 노신사의 당당함에, B씨는 점차 '이 엄청난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의심의 벽은 눈 녹듯 사라졌고, B씨는 그 길로 약 한 달 동안 3차례에 걸쳐 총 7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건넸다.
그러나 B씨는 약속했던 대박 사업의 기회는커녕, 자신이 건넨 돈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했다. A씨가 연출한 완벽한 각본 뒤에 숨겨진 진실은 금세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에게는 30조원에 달하는 해외 자금을 조성할 의사도, 능력도 애초에 전혀 없었다. 가덕도 신공항이나 조선소 인수는 B씨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급조한 화려한 '미끼'에 불과했다.
당시 A씨의 현실은 화려한 언변과는 정반대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해외 자금 유치는 고사하고 이미 '빚더미'에 앉아 있었다. A씨가 사업 경비 명목으로 빌린 7000만원은 사실 새로운 사업에 쓰일 돈이 아니라, 밀려 있는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돌려막기용' 자금이었다. 처음부터 돈을 상환할 능력도, 의사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대담한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권소영 판사)은 지난 2월 26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5월 26일부터 같은 해 6월 13일까지 7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편취 금액이 적지 않고 피해자에게 700만원을 변제한 것 외에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며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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