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억 마리 상어가 사라지는 이유 [임보 일기]
처음 본 살아 있는 상어는 아쿠아리움에 있었다. 두꺼운 유리 너머로 천천히 유영하던 그 모습. 조금 무서웠다. 머릿속에서 영화 〈죠스〉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됐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상어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해양 캠페이너 일을 시작하고도 한동안은 마찬가지였다. 고래, 바다거북 이야기가 훨씬 가까이 다가왔다. 상어는 뭔가 저 혼자 잘 살아남을 것 같은 동물이랄까. 감정이입이 잘 안 되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올해 3월, 서아프리카 바다로 나간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탐사팀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고 나서였다. 카나리아 해류와 기니 해류가 만나는 아프리카의 바다. 차갑고 따뜻한 물이 충돌하는 곳에 먹이가 몰리고, 먹이를 따라 다양한 생물이 모인다. 상어도, 참치도, 바다거북도. 탐사팀의 임무는 망망대해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이 뭘 얼마나 잡는지 기록하는 것이었다.

탐사팀은 연승 어선 한 척에 따라붙어 계속해서 지켜봤다. 연승은 긴 줄에 바늘 수 개를 매달아 바다에 펼치는 방식이다. 한 척이 펼치는 줄의 길이가 수백 킬로미터에 이른다. 그 줄을 거둬들이기 시작하자 바늘마다 뭔가가 걸려 올라왔다. 참치도 있었는데, 상어가 더 눈에 띈다.
11시간 동안 32마리. 상어들은 입이 찢겨 있거나 지느러미가 뒤틀린 채 던져지고 있었다. 상어들은 갑판 위에서 한동안 살아 움직였을 것이다. 파도만 넘실대는 조용한 바다에서 어선은 잔인하게도 무척 효율적으로 계속 작동했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한참을 멈춰 있었다.
이상하게 〈죠스〉가 자꾸 생각났다. 1970년대에 나온 그 영화 이후 수십 년 동안, 상어는 인간을 노리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그 이미지가 상어 보호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됐는지 지금도 이야기한다. 나는 그 이미지를 갖고 자란 사람이다. 그래서 상어가 바다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이며, 꼭 보호되어야 하는 생명체라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 30년 동안 상어의 공격으로 죽은 사람이 10명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같은 기간 번개에 맞아 숨진 사람은 1500명이 넘는다. 반대로 매년 바다에서 사라지는 상어는 약 1억 마리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도 그냥 넘겼는데, 갑판 위의 32마리를 보고 나니 달리 와닿는다.
상어가 저 혼자 잘 살아남을 것 같다는 생각은 틀렸다. 일단 상어는 번식이 느리다. 성장하는 데 몇 년이 걸리고, 임신 기간도 길다. 태생과 난태생 상어의 경우 한 번에 낳는 새끼가 많지 않다. 번식으로는 빠르게 줄어드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바다 어딘가에서 상어가 날카로운 바늘에 걸려 올라오고 있다. ‘목표 어종’도 아니고 그냥 걸려드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상어라는 생물종 전체를 위협하는 규모가 되었다.
공해는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니어서,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잡는지 파악하기가 몹시 어렵다. 캠페인을 하면서 “정확한 수를 모른다”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모른다. 어떤 종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그 바다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름이 쌓이면 결정이 늦어지고, 그사이에도 연승 줄은 바다에 펼쳐진다. 그 사진을 본 뒤로 한동안 갑판 위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유혈이 낭자하거나 극적인 장면이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작동하는 어선이었고, 더 조용히 숨이 끊기고 있는 상어의 잔상이 오래 남았다.
상어를 좋아하게 됐느냐고 하면 잘 모르겠다. 다만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을 포함한 다섯 차례 대멸종 사건에서도 살아남은, 4억5000만 년에 걸쳐 진화한 이 생물이 인간의 탐욕적인 어업으로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사실에 오싹해진다. 무섭게만 여겨졌던 스크린 속 상어가 두려워하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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