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봉쇄" 선언에도 협상판 안 깨졌다…21일 미·이란 회담
JD 밴스 美부통령도 스위스행
트럼프 "해협 통행료 미국이 징수할수도"
21일 후속협상 앞두고 주도권 다툼 치열

이란이 20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지만 미국과 이란의 협상판은 깨지지 않았다. 이란 협상대표단이 이날 스위스에 도착했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스위스로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위협을 두고 미국이 해협 통항을 보장하면서 안보비용으로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양국 모두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아슬아슬한 대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종전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오는 21일 스위스에서 양국의 실무급 대면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외무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 대표단이 스위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도 이란 대표단이 회담을 앞두고 이날 스위스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협상단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비롯해 지난 4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종전 협상에 참여했던 압돌 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알리 바게리 카니 최고국가안보위원회 국제문제 담당 사무차장, 하미드 보르드 석유부 차관 등도 이번 협상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스위스에 도착한 상태다. 밴스 부통령도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스위스로 출발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스위스로 향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란이 후속 협상을 앞두고 반발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공습과 관련, "보도와는 달리 실제로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국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이 문제는 우리가 지속해서 관리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고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도 진전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 두 가지가 우리가 집중해야 할 핵심 사안"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7일 MOU 체결 이후 핵 문제와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을 논의하기 위한 첫 실무 협상을 스위스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이어지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전날 휴전에 합의한 뒤 이스라엘이 이날 다시 헤즈볼라를 공습하자 이란은 MOU 합의 위반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한 상태다.
이란은 협상단의 이번 스위스행을 두고도 본협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MOU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종전 MOU 1조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종전 MOU 1조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레바논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겉으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공습을 묵인하거나 사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미국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휴전 기간인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통행료가 없을 것이고 60일이 만료된 뒤에도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중동 국가들의 수호천사로서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한 목적으로 그것(통행료)이 미국에 의해, 미국을 위해 부과되는 경우는 예외"라고 적었다.
휴전 종료 후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에 선을 그으면서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 비용 차원에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란이 지난 18일 종전 MOU 발효 이틀만에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카드를 꺼내들자 미국이 호르무즈 통항을 보장하면서 통행료를 걷는 방식으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무기화 가능성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의 스위스 협상은 오는 21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파키스탄은 오는 21일 스위스에서 양국의 대면 회담이 열린다며 그동안 중재를 맡아온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이날 스위스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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