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물 걱정 덜었지만 회복은 진행형…가뭄 1년 앞둔 강릉
강릉시, 물관리 체질 개선…취수원 다변화 등 중장기 계획 마련
![강릉 가뭄 사태가 심각 단계일 때의 오봉저수지(위쪽)와 현재 저수지의 모습 [촬영 양지웅]](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1/yonhap/20260621070215057rrge.jpg)
(강릉=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가뭄 피해요? 아직도 극복 중이죠. 후유증이 있어요. 그래도 강릉 사람들 강해요. 똘똘 뭉쳐서 재난도 넘긴 것처럼 상처도 잘 회복할 겁니다."
전례 없는 가뭄이 강원 강릉 전역을 덮친 지 어느덧 1년.
지난 여름 바짝 말라 바닥을 보인 오봉저수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물로 가득 차 있었다.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졌던 하천 인근 흙길은 눅눅히 젖어 짙은 갈색빛을 띠었고, 저수지 바닥에 뿌리내렸던 들풀도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최악의 가뭄 사태 이후 자연의 풍경은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곳곳에는 깊은 가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강릉시 구정면 한 농가에서 만난 농민 김성기(72)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천500평 땅에 심던 감자 농사를 올해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작물이 말라 죽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김씨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계약재배하던 감자가 가뭄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수율도 떨어지고 수확량도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쳐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27년간 농사로 밥벌이해 온 김씨에게도 지난해 발생한 가뭄은 좀처럼 겪어보지 못한 재난이었다.
![포도 농원을 운영하는 농민 김성기(72) 씨 [촬영 양지웅]](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1/yonhap/20260621070215373xtes.jpg)
극심한 가뭄이 지나간 뒤에는 설상가상으로 가을장마까지 이어져 벼농사에도 피해를 보았다.
김씨는 "물이 필요할 때는 물이 없어서 포도며 감자며 말라 죽었는데 그 이후에는 가을장마 때문에 벼가 쓰러지고 수발아(이삭 발아) 하면서 고생했다"며 "지난해 가뭄과 장마를 계기로 대체 작물 전환도 고려했지만 또 다른 작물을 시작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마음을 접었다"고 호소했다.
후유증이 남아 있지만 수십 년간 이어온 포도와 벼농사까지 완전히 접을 수는 없어 김씨는 올해 두 작물에 대해서만 농사를 재개했다.
다행히 올해는 드문드문 내린 비가 땅을 촉촉이 적시면서 작황이 다른 해와 비교해 좋은 편이다.
생활·농업 용수 물그릇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도 지난해 6월 19일 기준 저수율이 46.5%였던 반면 올해는 같은 시기 저수율이 80%에 달해 물 걱정은 덜었다.
김씨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시에서 농업용수 공급, 관정 설치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현장 실정에 맞는 대비책이 시급하다"며 "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관정을 만들어도 끌어올 수 있는 용수가 없어 가뭄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형 댐 설치 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도 농원에서 농사 짓는 김씨의 모습. [촬영 양지웅]](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1/yonhap/20260621070215626jhfz.jpg)
가뭄의 여파는 농촌을 넘어 지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관광 산업에도 고스란히 밀려들었다.
가뭄으로 예약 취소나 관광객 감소 등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숙박·관광업계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상권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대형 호텔·리조트보다 중소형 모텔·펜션과 골목 상권의 타격이 컸던 만큼 가뭄 이후 회복 속도에도 차이가 발생한 탓이다.
강릉시 교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상무(59)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대형 자본이 투입된 업소들은 회복이 빠르지만, 구도심 영세 상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가뭄을 계기로 스파, 물놀이 등 물 소비가 절대적인 관광 콘텐츠 외에 기후 여건의 영향을 덜 받는 '대체 관광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기후 위기로 언제든 자연재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겼다"며 "앞으로 또다시 가뭄 같은 위기가 오더라도 강릉 관광 상권이 셧다운되지 않도록 상인들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하는 이상무(59)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 [촬영 양지웅]](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1/yonhap/20260621070215860wgtu.jpg)
지난해 가뭄을 겪은 이후 강릉시는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취수원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시 관계자는 "취수량이 지난해 10만t에서 현재 6만7천t으로 줄었는데, 이는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물 아껴 쓰기를 지속한 결과"라며 "시에서도 관망 정비 사업을 통해 누수량을 줄이고 보조수원을 개발해 취수량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대천 지하수 저류댐 설치, 강릉∼제진 간 철도 유출 지하수 보조수원 사업, 연곡 정수장 현대화 정비사업 등을 통해 물관리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강릉 가뭄 사태가 심각 단계일 때의 오봉저수지(왼쪽)와 현재 저수지의 모습 [촬영 양지웅]](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1/yonhap/20260621070216077irqd.jpg)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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